오늘 모임은 예상치 못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청소년 성장 캠프에 참석할 친구 동석, 동호와 진명의 제자 인윤이. 꾸준하게 모임을 밝혀주시는 황정미, 정명화. 얼마 전부터 한페이지 소설로 모임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쉐프와 소라씨가 또 두 분을 초청해서 정수환, 구박해님. 그리고 저 총 10명이 참석했고 6명이 작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성아씨가 일이 생겨서 못왔지만 점점 더 풍성해지길 기대해봅니다.
정수환님께서 재료를 준비해오셔서 직접 맛있는 해물파전을 해주셨습니다. 호두가 들어간 해물파전은 처음 먹었는데요 사진에 남기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정명화님께서 캔맥주 두 병을 곁들여 알콜릭들은 목을 축여가며 파전도 먹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 재미있는 자리였습니다. 10대부터 50대, 시에서 소설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번 기타공연 때 발표한 적 있긴 하지만 글쓰기에서 이야기 나눈 적은 없어서 '시가 내게 올 때'를 먼저 낭독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동석이가 깨진 컵이 갑자기 음악이 된다는 것이 쌩뚱맞지 않냐고 했고 저는 시는 그렇게 생뚱맞게 온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오이밭 옆 우물'은 처음에는 동시로 후반부에는 현대시로 좀 이질적이다라는 평가와 앞 부분을 좀 줄여도 괜찮겠다는 조언이 있었습니다. 이질적인 게 저도 좀 아쉬워서 농어촌문학상에는 내지를 못했네요.
그리고 정수환님의 '오래된 역사'는 남녀, 가족 사이에 되풀이되는 건널 수 없는 간극에 대한 고찰을 담은 소설인 것 같아요. 긴 소설을 압축하셨다고 했는데 가족이라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남녀 사이의 갭이, 소설에서는 화자인 남자의 자기보호성 분석을 바탕으로 한 찌질함으로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생쇼하는 엄마를 부정하면서 부정하지 못하는 성장한 화자를 통해 연애나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여자의 교활함과 남자의 폭력성" "오래된 역사처럼 순종을 가르칠 작정이었다"에서 작가의 이야기처럼 어린 시절 인간의 성격은 완성된다는 완고한 판단이 묻어나지만 그 역사에 대한 다양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구박해님 시쓰고 있네. '이번이 마지막 강가, 너는 낡은 조각' 은 낭독을 염두에 두고 쓴 시라고 하셨습니다. 중간 부분에 대화가 막 교차되는 듯한 부분에서 분위기는 읽히지만 내용은 잘 잡히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의 이미지나 분위기가 "마지막 강가"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정명화님은 동반자살의 이미지를 읽어냈습니다. '밤'이라는 뒤의 시를 더 좋아하신다고 한 분이 있었고, '나'라는 주어를 몇 개 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소라씨의 '가시래기'는 작은 소재를 바탕으로 타자에 대한 자아의 존재적 거부가 습관으로 남았는데, 그 습관이라는 것은 오히려 자아와 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이기도 함을 다룬 것 같네요. 쉐프가 그냥 가시래기에 대한 이야기로 끌고 가서 제목이나 뒷부분에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환기하면 강도가 강해질 거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정명화님은 '지각'과 '자두' 두 편의 시를 가져왔습니다. '지각'은 일본 지진과 관련한 언어 유희이면서 선문답같은 분위기의 시입니다. 주제가 뚜렷하고 재치가 있어서 좋은데 마지막 행의 '인생사'가 옥에 티였다죠. '자두'에서는 아주 흔한 상황인 것 같지만 전달력이 높다는 평가가 있었던 거 같아요. 뒤 쪽에서 병원이라는 상황이 드러나는 것이 아버지의 사랑과 딸의 시선에 드러난 감정을 "살구"라는 소재로 더 증폭시킨다고도 했지요.
쉐프의 '더 녹기 전에 소설을 쓰렴, 스노운맨'은 짧은 소설이지만 이별이라는 사건을 눈이라는 소재를 통해 드러내면서도 전반부에서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서 더 재밌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재치있는 말의 사용으로 화자의 정서적 심각함과는 상반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결국엔 이별에 대한 충격을 더 강하게 드러내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수환님께서 앞 부분 재미있는 것이 너무 지나치게 연속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셨고, 그리고 '엄마'라는 화소가 읽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작품이 많으니까 후기쓰기도 쉽지 않군요. 작품은 공간에 파일에 다 모으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통 방문시 말씀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다음 모임에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25일 12시 30 개봉박두!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도 많은 이야기 나누어요~
오늘도 진명씨의 오타가.... ㅎㅎ 스노운맨. ㅎㅎ
오타 찾기 놀이. 저의 오타는 주로 제목에서 잘 나는 듯~
ㅋㅋㅋㅋ 저런 오타가 나다니...... 감사하오이다. ㅋ 정리 잘 했음. 다음 모임도 기대됩니다.
절대 의도적인 것은 아님
음, 사진으로 보니, 정리가 잘 되어 있군요. ㅎㅎ 모임도 잘 정리를 하셨고. 수고하셨습니다!!!
살구가 아니고 자두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