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16일 다듬은 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국립국어원입니다.
국립국어원(원장 남기심)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 사이트를 개설, 일반 국민을 참여시켜 함부로 쓰이고 있는 외래어, 외국어를 대신할 우리말을 매주 하나씩 공모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외래어 ‘풀 세트(full set)’의 다듬은 말로 ‘다모음’ 을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여럿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품을 한꺼번에 묶어서 구입하게 되면 낱개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는 어차피 다 구입할 것이라면 그때그때 낱개로 구입하기보다는 싼값으로 한꺼번에 사는 게 좋습니다. 이는 박리다매(薄利多賣)의 원칙에 따라 판매자에게도 많은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이처럼 여럿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품을 묶음 단위로 사고파는 경우가 잦아지다 보니 이와 관련된 용어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용어에도 여지없이 이상한 외래어나 외국어가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다스(←dozen)’나 ‘보루(←board)’와 같은 일본식 발음의 영어는 예전부터 쓰여 왔고, 최근에는 ‘풀 세트(full set)’나 ‘패키지(package)’와 같은 영어로 된 말들도 무척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말에서는 수량이나 분량을 세는 말을 대상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씁니다. ‘마지기’, ‘짐’, ‘홉’ 따위는 넓이의 단위로, ‘길’, ‘꼭지’, ‘뼘’, ‘아름’ 따위는 길이의 단위로, ‘되’, ‘말’, ‘섬’ 따위는 부피의 단위로, ‘쌈’, ‘냥’, ‘돈쭝’ 따위는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로, ‘꾸러미’, ‘묶음’, ‘벌’, ‘손’, 접’ 따위는 수를 세는 단위로 씁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런 말들이 거의 쓰이지 않게 되면서 그 뜻을 아는 사람도 얼마 안 됩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로 된 ‘킬로미터’, ‘리터’, ‘헥타르’와 같은 말들에 더 익숙해 있는 형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요즘 들어 ‘주방 용품 풀 세트’니 ‘패키지 여행’이니 하는 말들이 유행하는 걸 보노라면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하여 이번 주에는 ‘풀 세트(full set)’를 다듬을 말로 정하였습니다. 이 말은 배구나 테니스와 같은 운동 경기에서 ‘승부가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일’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런 뜻이 아니라 ‘관련 있는 물건을 하나로 묶어 놓은 것’을 뜻하는 ‘풀 세트(full set)’ 입니다. ‘주방 용품 풀 세트’, ‘컴퓨터 용품 풀 세트’, ‘등산 용품 풀 세트’라고 할 때의 ‘풀 세트’입니다.
지난 11월 2일부터 11월 7일까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다듬은 말을 공모한 결과 총 722건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 가운데 ‘풀 세트(full set)’가 ‘두 개 또는 여러 개를 모은 것’이라는 점과 ‘관련 있는 물건을 모두 갖춘 것’이라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여 ‘온갖춤’, ‘갖춘묶음’, ‘온벌’, ‘다모음’, ‘모둠들이’ 등 다섯을 투표 후보로 골라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주(2005.11.9.~11.14.) 일주일 동안 다시 투표를 벌였습니다.
총 1,180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온갖춤’은 99명(8%), ‘갖춘묶음’은 107명(9%), ‘온벌’은 197명(16%), ‘다모음’은 618명(52%), ‘모둠들이’는 159명(13%)이 지지하였습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다모음’이 ‘풀 세트’의 다듬은 말로 결정되었습니다. ‘풀 세트’가 관련 있는 물건을 전부 다 모아서 하나로 만든 것이므로 ‘다모음’으로 바꿔 쓰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앞으로 이 말이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회원님께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