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시인의 시세계
리상각
석화시인은 개혁개방시대가 낳은 나젊은 훌륭한 시인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현대의식에 민감하고 남다른 개성적인 풍격으로 뚝 삐여져나온 보기드문 재능있는 시인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지용시문학상당선시집≪세월의 귀≫에 이렇게 썼다.
“거송처럼 멀리 내다보고 맹금처럼 깊이 굽어보면서 시의 의경을 높이기 위한 석화시인의 끈질긴 노력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우선 석화시인은 우리들 나이든 사람들이 그리운 고향이나 옛추억을 많이 쓰는것과는 달리 현실생활에 밀착하고 현대인간과 오늘의 정신세계를 자기의 시세계에로 끌어들이고있다. 시집≪세월의 귀≫의 시제목을 일견해도 이 점을 어렵지 않게 보아낼수 있다. 시 “컴퓨터시대란다”, “탑에게”, “안테나를 하늘에 향하여 세우는 리유는”, “패션쇼가 한창인 도시는 지금”, “곡선에는 수많은 음악이 담겨져 있다”, “사슬놀이”, “커피와 선화공주”, “세월의 귀”, “작품”, “텐넬”, “전화벨소리 울리면”, “도시속의 시골사람들”등등 어느것이나 현대감이 짙은 표제들이가. 시인에게는 이와 같이 자기가 닫고서있는 발부리에서 시를 찾는 시정신이야말로 더없이 보귀한것이다.
시인은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데 그치는것이 아니라 미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석화시인은 진실하고도 건강한 시정신으로 미의 시세계를 빛나게 창조하고있다.
그는 현대문명에 나타나는 기형적인 현상에 대한 가벼운 조소와 강한 비판의식을 보여준다. 시 “컴퓨터시대란가”에서는 이렇게 썼다. 얼마전에 선풍기가 여러 가지 부채들을 쓸어냈드시 텔레비, 랭동기, 컴퓨터따위가 하나 둘 들어오자 집식구가 하나 둘 밀려나간다고 했다. 언제면 할머니, 부모, 아이들을 하나 둘 불러들일가? 이것은 얼핏 보면 비좁은 집에 큰 물건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밀려나가는 표면현상같지만 여기에는 나날이 차가와지는 안타까운 세월에 잃어지는 사랑과 인전을 통탄한것이다.
시 “패션쇼가 한창인 도시는 지금”에서는 “핫바지 저고리가 걸어” 가며 “색채와 무늬와 디자인이 무리지어 걸어”가며 “껍데기들만 한들한들 춤을 추며 걸어간다”고 했다. 시 “사슬놀이”에서는 개미떼가 밥알같은 희 벌레를 놓고 세미나를 열고 참새떼가 심포지음을 펼치고 무서운 모의가 벌어져 별똥이 떨어진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고린내나는 겉치장을 역겹게 보게 되며 개미나 참새 같은 인간을 련상하게 된다.
시 “개야”에서는 이렇게 그리고있다. 개와 친하려고 하는데 본체만체한다. 촌골목똥개인 주제에 말이다. 그러나 개는 “사람냄새만 털어버리고 사람인체 안하면 같이 놀아주겠다”고 한다. 똥개인 주제에. 이 얼마나 해학적인가. 건방진 행세를 하지만 개보다 못한 인간의 주제를 그린것이다.
시 “탑에게”에서는 버러지도 토끼도 참새도 모두 자기 하늘이 있는데 사람은 왜 자기의 하늘이 낮다고 자꾸만 하늘을 찌르는 탑을 세우는가. 찔리워 멍이 든 하늘, 구겨진 하늘, 찢어져 펄럭이는 하늘이라고 했다. 권위와 명예의 자리다툼에 얼룩진 하늘, 우리의 더럽혀진 현실을 비판한것이다. “표정없는 얼굴들이 만들어내는 현대예술”을 보기좋게 갈긴것이다. 이와 같은 시편들의 밑바닥에는 시인이 창조한 미의 세계가 용암처럼 끓고잇다.
시 “세월의 귀 4”에서는 현대의 소음, 파도소리, 말벌의 아우성, 시장거리 소음, 산을 허무는 굴창기소리때문에 귀에는 소리나는 병이 생겼다. 그래서 심심찮은 오른귀다. 요즘은 왼가가 심심해서 죽겠단다. 시 “세월의 귀 5”에서는 접시 같고 가마 같은 위성접수기를 놓고 재미보려다가 그만둔건 왼귀가 시끄러운 소리나는 오른귀를 닮을가봐서란다. 그러니 심심해죽겠가는 왼귀의 풍자이고 심심찮은 오른귀에 나는 소리가 귀찮은 걱정거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넌덜머리나는 도시소음, 도시의 아귀다춤을 쓴것이다.
시 “작품 36”에서는 벽체, 빌딩, 소시, 사람들에게서 사람과 꿈을 감하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다는 가감승제수법도 훌륭한 창작이다.
석화시인의 시세계에서 미의 극치를 추구하는것은 그의 시창작에서 가장 뚜럿한 핵이라고 하겠다. “껍질을 벗어버려야 속살의 향기로운 맛” 있듯이 “허물을 벗어버려야” 인간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는 석화시인의 미학관이 시에 침투되여있다. 과이이나 열매는 껍질을 벗겨야 맛이 있다. 시 “사과를 먹자”에서는 껍질을 살살 벗면 향그럽고 싱싱한 맛이 난다고 했으며 시 “그 모습 다 벗고 포도들은 포도주가 된다”에서 다 벗어버리고 속살끼리만 만나 “네가 나되고/ 나는 비로소 너로 되는” 여기에 미와 사랑이 있다는것이다. 이와 같은 시정으로 시인은 사람들에게 “삶의 참뜻을 깨우쳐준다”(김병민)
시 “하늘이 항상 머리우에 펼쳐져”에서는 이렇게 썼다. 하늘이 항상 머리우에 있는 리유는 “하늘빛으로 마음을 바래우라는 뜻일게다”, “하늘을 마음에 비껴담고 살아가라는 뜻일게다”, “버릴것이 또 없나 뒤돌아보라는 뜻일게다”, “너도 나도 우리모두가 마음을 물들여가라는 뜻일게다”. 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아름다운 정신으로 순화시키게 하는 미의 극치를 추구하는 휼륭한 시편이다. 조시 “가을의 하늘과 빛갈과 길”, 시 “가을과 마주서서”도 마찬가지로 아음다운 시편들이다. 시인은 “아아/ 누가 가을을 만들어서/ 이 시를 쓰게 합니까”하고 가을의 정취를 목메게 읊었다. 시 “한그루 나무의 나이에도”, “도시의 달”, “우리 말 우리라는 말”, “거울을 닦습니다” 등 시편들도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호소하는 휼륭한 시편들이다.
석화시인의 시세계에서 또 한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불쌍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과 휴머니즘의 시정신이다. 조시 “도시속의 시골사람들”을 그 례로 들수 있다.
석화시인은 이미지창조에서 어떠한 생활측면의 한점을 잡고 쓰기고 하지만 그보다도 넓은 생활화폭에서 종합적이고 개괄적인 이미지창조가 더 많은것 같다.
풍격, 운률, 형식에서도 그의 시에는 대담한 파괴와 창조가 있다. 남다른 시행엮음, 전통과 혁신의 결합, 민족정서와 민족풍격의 짙은 향기, 이러한 특점이 석화시인의 시세계를 이룬다. 시풍은 해학적이고 락관적이여서 재미가 있고 시어는 소박하여 알기 쉽고 알기 쉬운 시어로 어려운 뜻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시는 읽어보고싶게 써야하고 읽는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한 할것이다. 아름답고 깨끗한 정신세계에로 이끌어주는 시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순화시키는 훌륭한 걸작이라고 하겠다. 그 무슨 시는 사회와 시대와 생활과 인간과 관계없이 아무런 사명감도 없는 빈껍데기요 시의 미는 형식에만 존재하는 “말장난”이라는 따위, 사람을 어리둥절케 하는 그런 허튼 소리를 믿지 말아야 한다.
우리 조선족시단은 석화시인과 같은 휼륭한 나젊은 시인들이 있기에 큰 희망이 있다. 한그루 시의 푸른 나무인 석화시인의 시세계가 갈수록 무성한 거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격월간 ≪장백산≫ 1999년 제1호(루계 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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