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02.10.16 ~20 일 까지낙안읍성에서 열리는 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 남도브랜드음식 10선에 선장된 음식이야기로 '남도음식문화큰잔치'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입니다.
쫀득쫀득한 목포 [낙지요리]
목포 유달산엔 노오란 개나리가 휘늘어진 봄날이 아닌, 동백꽃이 뚝뚝 눈물처럼 지는 계절에 가고 싶다. 시들어 눕는 꽃이 아니라 비장한 결단처럼 뚝 몸을 던져 흐트러짐 없이 지는 동백꽃. 하얀 눈 속에 붉은 꽃의 화려한 주검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하지만 지금은 가을로 가는 길목. 지는 해가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도시 목포의 맛을 따라 가보자.
목포근해의 갯벌에서는 쫀득쫀득하면서도 연하기 그지없는 세발낙지가 나온다. 낙지는 섬 지방에서는 최고의 스테미너 식품으로 낙지 한 마리가 인삼1근과 맞먹는다는 말까지 있다.
< 자산어보>에 서는 "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금방 힘을 얻는다'고 했다. 낙지 중 '세발낙지'는 발이 셋인 낙지가 아니고 ' 발이 가는(細) 낙지'를 말한다. 낙지는 서해 뻘밭에서 많이 잡히지만 달고 맛있는 세발낙지는 목포, 영암, 무안지역의 갯벌에서 잡힌다.
세발낙지는 낙지처럼 소금으로 문질러 씻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잘 훑어 살아있는 채로 자른다. 잘라놓은 낙지는 접시에서 꿈틀거리면서 접시 밖으로 기어 나간다. 이 낙지를 한 젓가락 집어 기름소금을 묻혀 입안에 넣으면 입안에 쩍쩍 달라붙는다. 꿈틀대는 낙지발이 목구멍을 막거나 창자를 뚫지나 않을까 해서 망설이는 것이 처음 세발낙지를 대하는 이의 걱정이다. 산낙지는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까지도 꿈틀대어 그 끈질긴 생명력을 사람들은 부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발이 가늘어 부드럽고 쫄깃쫄깃 하고 씹을수록 들큰한 맛이 일품이다. 어떤 이는 살아있는 것을 징그럽게 날로 먹는다고 탓하기도 하지만 이 맛을 모르고 남도의 맛을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산낙지에 맛들인 사람은 " 번거로운 요리법이나 양념이 필요 없고 깨끗이 행궈 풋고추. 쪽마늘과 된장에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되므로 아무데서나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낙지에는 콜레스테롤의 함량이 많으므로 참기름을 쳐서 먹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일이다.
산낙지의 주성분은 단백질(14.6%)이다. 사람의 몸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체내의 단백질은 더 많이 소모되므로 현대인에게는 양질의 단백질이 스테미너 식품이 되는 것이다. 낙지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의 함량이 많아 영양가가 높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성호르몬의 분비도 줄어든다 따라서 단백질이 모자라는 식사를 하면 스트레스와 섹스에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낙지나 문어 등의 연체동물의 근육에는 타우린이란 특수 성분이 있다. 이 타우린은 독특한 맛을 낼뿐만 아니라 간의 작용을 도우며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하여 정력을 증가시킨다. 성력(性力)을 돕는 이 성질을 이용하여 냉감증을 고치는 약이 개발되었다. 쩍쩍 들어 붙는 낙지발에서 이러한 약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낙지음식은 담백하고 개운한 맛을 살려 양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전라도는 낙지나 문어로 만든 특이한 향토음식이 많다 .낙지로는 연포탕, 산적, 회, 전골, 죽, 볶음 등을 할 수 있고 그 중 낙지호롱은 낙지를 짚에 말아서 구운 특이한 음식이다. 너무 익히면 질기도 딱딱해지므로 살짝 익혀서 바로 먹어야 연하고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