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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 22 - 위험한 친구
씬1. 학교
아침, 학교 등교길. 아직 아이들 많이 등교하지 않는 이른 아침이다.
지민 아함.. 하품하며 걸어온다.
정연 뒤에서 보고 어? 설마 지민이? 와서 본다.
정연 : (뜻밖) 지민이 맞네? 니가 웬일이야, 이렇게 일찍?
지민 : (졸린 눈으로) 응, 굳모닝. 나도 오늘부터 공부 좀 해보려고.
정연 : 웬일이야?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보네?
지민 : 사실은 이거보다도 한시간 먼저 나왔는데 (또 하품하며) 전철 안에서 또 깜빡했지 뭐야?
깨보니까 한 열정거장은 더 갔더라구.
정연 : (웃고) 찬물에 세수 좀 하고 들어가야겠다.
지민 : 그래야될까봐.
정연, 지민 가는데 교정 지나다 서 있는 은주 본다.
학교전경이 다 눈에 들어오는 조회대 근처쯤에 서서 학교 올려다보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 어쩐지 우울해 보인다.
씬2. 교실
조회전 자습시간. 지민 턱 고인채 창밖으로 시선 두고 있다.
그때 용구 쿵쾅거리며 급하게 들어온다.
용구 : (뛰어들어오며) 특종, 특종!
흥수 : (퉁) 됐어, 너 요즘 오보가 너무 많아서 니 소식통 믿기 어려워.
용구 : (아랑곳 않고) 드디어 우리반에 여성인구 비율이 더 높아지게 생겼다. 전학생, 그것도 여자가 왔다구!
흥수 : 진짜야? 너 또 성별 확인 안한 거 아냐?
용구 : 진짜야. 치마 입었음 여자지.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왔는데.
흥수 : 예쁘냐?
용구 : (멈칫) 그걸 모르겠네, 뒷모습 밖에 못 봤거든.
흥수 : (쥐어박는) 그게 똑똑히 확인한 거냐! 너 소식통 그만 둬라, 보도의 핵심이 빠졌는데 그게 무슨 소식통이냐. (하는데)
재하, 은주와 함께 들어온다.
지민 : 어? (아침에 본 여자애다)
남자애들 휘파람 분다.
지민 : 차렷, 경례!
애들 : 안녕하세요?
재하 : 오냐. 보다시피 우리반에 식구가 한명 늘었다.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게 된- (은주 돌아보며) 직접 인사할래?
은주 : (꾸벅 인사만 하고 만다)
재하 : ...? 너무 과묵한데? 자기소개라도 해야지.
은주 : 이은주입니다. (하고 마는)
재하 : 그래, 자세한건 차차 지내면서 알아가기로 하지. 낯설고 서먹할 테니까 니들이 잘 도와주도록 해.
저기 빈자리 하나 있지? 거기 앉어라.
은주 자리로 간다.
희진, 아영 등 주변자리 애들 흥미로운 눈초리로 본다.
재하 : 중간고사가 얼마 안 남았지? 우리 이번엔 꼴등 다른반에 양보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너무 독점하면 원성 사지 않겠냐?
흥수 : 에이 그렇게 쉽게 내줄수야 없죠. 어떻게 지켜온 타이틀인데.
재하 : 자식들, 입만 살아서는.. (달래듯) 그래도 한번 생각해봐. 오케이?
애들 : 네!
재하 : 좋아, 이상! (나가고)
희진, 은주에게 말건다.
희진 : 너 어디서 전학 왔냐?
은주 : ..
희진 : 어서 왔냐구?
은주 : ..
아영 : 니 말 씹혔다.
용구 : (분위기 파악 못하고 끼어들어 설레발) 하하하, 반갑다. 우리반에 전학온 걸 환영한다.
난 이용구라구 해. 앞으로 뭐 궁금한 거 있으면- (하는데)
은주 : (무시하고 나간다)
용구 : 어? 야 지금 나 무시당한 거냐?
희진 : 되게 웃기는 애네..
용구 : 에이 얼굴 이쁜데 봐줘 말어?
아영 : 그렇게 한칼에 무시 당해놓고 넌 자존심도 없냐? 니가 봐줘두 쟤가 널 안봐줄 거 같으니까 포기해라, 응?
씬3. 교무실
재하 들어오면 명교감,
명 : 전학생 인사 시키셨습니까?
재하 : 예.
명 : 특별히 이선생님 반에 넣은거니까 잘 좀 부탁합니다.
재하 : 예. 잘 지켜보겠습니다.
일평 : 문제있는 전학생이야?
재하 : 문제라기보다.. 관심이 좀 필요한 아이죠.
씬4. 교실
쉬는 시간. 지민, 시간표 적은거 들고 은주에게 간다.
지민 : 우리반 시간표야. 당장 필요할거 같애서. 첫시간 사횐건 알지?
은주 : ..
지민 : 어느 학교 다녔어? 책은 우리 학교랑 같나?
은주 : ..
지민 : (썰렁..) 궁금한 거나 모르는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내가 도와줄게. 그럼.. (좀 무안해하며 온다)
지민 자리로 오면.
애라 : 뭐 저런애가 다 있냐? 관심을 가져줘도 고마운 줄을 모르네.
지민 : 누가 고마우라고 그랬냐.
애라 : 그래두 그렇지, 사람이 예의라는 게 있지. 어쩜 웃지도 않아?
지민 : 첫날이라 그렇겠지. 너 같으면 전학 간 첫날부터 얘기 잘 하겠어.
애라 : (의심의 눈초리) 난 아무래도 쟤 기분 나뻐. 분명히 뭔가 문제 있었던 애 같애.
유미 : 문제?
애라 : 예를 들면 일진이라든가.
흥수 : 일진이면 벌써 소문났지. 장세진네가 가만있지도 않을 거구.
성제 : 괜히 선입견으로 얘기하지 말자. 아직 잘 모르잖아.
지민 : 맞어, 맞어. 그만들 둬. 어쨌든 이제 우리반이잖아. 잘해줘야지.
유미 : 얜 하여간 이해심 하난 열두폭 치마야.
정연 : (웃으며) 지민인 구세주 컴플렉스 있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내가 구세주가 되어 구원해야 한다, 뭐 그런 거.
지민 : 될수만 있다면야 좋지. (은주쪽을 본다)
씬5. 은주집 전경
씬6. 은주의 집
은주 들어온다. 은주모 거실에서 나갈 준비하며 옷 매무새 만지고 있다.
은주모 : (쓱 보고) 학교 어땠어?
은주 : .. (그냥 방으로 들어가려하면)
은주모 : 이번 학교에선 적응 잘해서 좀 잘 지내봐. 고등학교도 못 나오면 이젠 어디 가서 사람 취급도 못 받아.
어떻게든 졸업장은 받아야할 거 아냐.
은주 : ..
은주모 : (불쑥 답답증 치밀어) 남들 다 잘 다니는 학교, 왜 너만 그렇게- (하다가 입 다문다) 관두자, 얘기하면 뭐하니.
(나가버린다) 엄마 늦어. 아줌마한테 저녁 챙겨달라고 해.
은주 : ..
씬7. 은주의 방 - 밤
은주 잠들어있다. 식은땀 흘리며 악몽 꾸는듯 괴로워한다.
씬8. 인서트 (모노톤의 회상 느낌, 짧게)
친구에게 매달리는 은주.
은주 : (매달리며) 너 나랑 친구잖아, 이럴 수 있어?
친구 : (밀쳐내며) 친구? 내가 왜 니 친구야?
둘러서 있는 일진들. 은주 때리는.
혼자 한구석에서 밥먹는 은주. 불쌍하고 초라해보인다.
씬9. 은주의 방 - 밤
은주 신음하다 벌떡 일어나 앉는다. 후.. 꿈이었구나.. 스탠드 켜고 진정한다.
은주 .. 진정하고 누우려는데 스탠드 아래 놓인 다이어리 사이에 비어져나온 종이 보인다.
지민이 준 시간표다.
은주 : .. (시간표 집어들어 보는)
씬10. 학교 전경 - 다음날
씬11. 교실
아침 등교시간. 지민 들어온다.
은주 : .. (지민을 기다렸던듯 머뭇거리다 지민에게 가려는데)
지민 웬 작은 화분 들고 신화에게 간다.
유미 : 어? 지민아 웬 화분이야?
지민 : 웬거냐면, (신화 보더니) 신화야, 이거 이쁘니?
신화 : 응? 응. 근데 웬거야?
지민 : 너 주려고 가져왔어.
흥수 : 뭐야 이거, 두사람 분위기가 왜 이래.
애라 : 아, 생일! 오늘 신화 생일이잖아.
정연 : 맞다! 깜빡했어.
지민 : 하여간 친구란 놈들이.. 나처럼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흥수 : 덜렁이 지민이가 웬일이냐, 생일을 기억해서 이런 깜찍한 선물로 우릴 기죽이고.
지민 : 내가 이 선물 아이템 생각해내느라고 머리에 쥐났다는거 아니냐.
이거 죽이지 말고 잘 키워야돼! 물 잘 주면 며칠안에 꽃이 핀댔어.
신화 : 알았어. 잘 키워볼게. 진짜 고맙다. (웃으며 지민 보는)
애라 : 신화야, 미안해. 대신 이따가 저녁에 파티해줄게.
흥수 : 그래 우리 저녁에 한번 뭉치자. 영화반 단합대회겸!
애들 : 좋아, 찬성!
은주 이편에서 그런 지민과 아이들 모습 본다. 부러운 눈길..
씬12. 복도
지민, 애라, 유미 나오는데
은주, 지민에게 음료수 내민다.
은주 : 저 지민아.
지민 : (본다)
은주 : 이거.. (쑥스러운듯 내미는)
지민 : ?
은주 : 어제 시간표 줘서 고마웠다구.
지민 : 겨우 그걸 가지구 뭘.
은주 : 안그랬음 미술 준비 못 해올뻔했거든. 마셔. (가려는데)
지민 : 은주야!
은주 : (돌아보는)
씬13. 교정
은주와 지민 같은 음료수 마시고 있다.
지민 : 미술 좋아하는구나. 나둔데. 넌 그럼 미대 갈거니?
은주 : 아니. 집에서 반대해. (잘 보이고 싶은 맘에 거짓말) 우리 엄만 내가 의대 가길 원하시거든.
지민 : 전형적인 진로 갈등이구나. 하여간 부모님들 땜에 안돼. 의대 법대가 뭐 그렇게 좋다구.
(헤헤 웃으며) 나처럼 아예 성적이 안되면 편한데.
은주 : 반장이잖아.
지민 : 반장이라고 다 같은 반장이냐, 난 들꽃 반장이거든.
은주 : 들꽃?
지민 : 공부 잘하고 성적 좋은 범생이 반장이 아니고 주로 반의 단합과 여흥에 힘쓰는, 서민적인 반장이란 뜻이지.
언제든 어려운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딴 건 몰라도 친구들간에 의리 하나는 끝내주게 지키거든.
은주 : (진지하게 묻는데) 그럼 너하구 친하게 지내도 되니?
지민 : (가볍게 대답) 그럼, 당근이지.
은주 : (너무나 기쁘다) 고마워, 좋은 친구 만난 거 같애. (친근함의 눈빛)
지민 : 고맙긴 그런게 뭐 고맙냐.
은주 : .. (은주로선 마음 뿌듯하다)
씬14. 교실
점심시간. 지민 등 도시락 편다.
정연, 그냥 일어난다.
지민 : 정말 못먹겠어?
정연 : 응. 영, 속이 안좋네. 먼저들 먹어.
정연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쪽을 보던 은주 도시락 들고 온다.
은주 : 지민아, 밥 같이 먹어도 돼?
지민 : 응, 그래. 어서 앉어.
은주 : (얼른 지민의 옆자리에 앉는다)
별로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는 유미와 애라.
용구, 흥수 서로 반찬 빼앗아 먹으며 다니다가 지민의 반찬에도 손댄다.
흥수 : 와 고기다, 고기!
지민 : 야, 니들땜에 맨날 반찬 모자란다.
흥수 : 오고가는 반찬속에 싹트는 우리 우정, 몰라? (포크 찍으려는데)
은주 : 지민이 반찬 없대잖아.
흥수 : (에잉? 무안해져서 포크 빨고 있다)
지민 : (좀 어색.. 무마하느라) 그러니까 하나씩만 먹으라구.
흥수, 무안해서 찍은 반찬을 내려놓는데.
지민 : (분위기 풀려는 듯) 야, 찍었던 걸 놓으면 어떡해? 그냥 먹으라니까.
이미 분위기는 썰렁하고..
씬15. 운동장
체육시간. 지민, 애라 유미 정연과 나란히 가는데
누군가 쪼르르 달려와 팔짱 낀다. 돌아보면 은주다.
은주 : (생글거리는) 같이 가.
애라 : (둘이 앞서가는거 보며) 쟤 언제부터 지민이랑 저렇게 친했냐?
유미 : 몰라. 쫌 오버하는거 같지?
씬16. 운동장
체육수업중. 여자애들 피구 경기하고 있다.
애라가 던진 공에 지민, 정통으로 맞고 만다.
지민 : 아야! 으.. (얼굴 감싸고 주저앉는)
은주 : (쏜살같이 달려온다) 지민아! 괜찮아? 응? 괜찮아?
지민 : 아우 안괜찮은거 같애..
애들 달려온다.
애라 : 지민아, 미안해, 안 다쳤어?
은주 : (발칵 화내는) 넌 사람 얼굴로 공을 던지면 어떡하니!
애라 : (어이없다) 누가 일부러 그랬어!
은주 : 그래두 그렇지. 이러다 지민이 눈이라도 다치면 책임질거야.
지민 : (험악한 분위기에 아픈것도 잊고) 야, 나 괜찮아..
은주 : (걱정스레 살피는) 정말이야? 눈 떠봐, 신경 다쳤으면 어떡해. 빨리 양호실 가자.
애라 : 허! (어이없고) 지가 뭔데 저러구 난리야? 야, 이은주! 야!
정연 : (말리는) 그만해.
은주 지민 부축해서 양호실 가고. 보고 있는 여자애들 어째 떨떠름한 기분이다..
씬17. 영화반
영화반 모여서 얘기중. 지민 없고.
애라 : 이건 완전 집착이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집착.
성제 : 설마.
애라 : 설마가 아냐. 생각해봐, 지민이가 공에 맞았는데 왜 지가 화를 내니?
그리구 아까 지민이 반찬 뺏어먹는다고 화낼 때 봤지? 내말이 틀림없다니까!
흥수 : (눈 가늘게 뜨고 끄덕이며) 하긴 뭐, 지민이 걔가 워낙 보이쉬하잖아?
유미 : 보이 뭐?
흥수 : 보이쉬. 소년, 즉 남자같다구. 윤지민 아마 남자보다 여자한테 인기 많을걸?
봄에 기억 안나? 체육대회 끝나고 1학년 여자애들 떼거지로 몰려와서 언니- 부르면서 완전 난리도 아니었잖아.
애라 : 그래 은주 걔 지민이 쳐다보는 눈길 봐봐, 느끼하다구. 꼭 남자가 여자 보는 것처럼.
지민 : (문 벌컥 열고 들어오며) 야!
흥수 : (입 막는) 웁- 지, 지민아.. 어디부터 들었냐?
지민 : 처음부터 다!
흥수 : 앞으론 문에다 방울을 달든지 해야지 이거 어디 심장 떨려서 살겠나..
지민 : 방울 같은 소리 하네. 쓸데없는 얘길 하지 말아야지, 쓸데없는 얘길! 니들 그걸 말이라구 하냐!
애라 : 니 얘기가 아니잖아. 이은주 걔 얘기지.
지민 : 어쨌든! 또 그딴 소리 하기만 해봐라.
애라 : 미안해. 근데에.. 솔직히 니 눈에도 이은주 걔가 정상은 아니잖아, 안 그래?
지민 : (순간 멈칫- 항변하는) 아니긴 뭐가 아냐. 그냥 친구니까 친하게 구는 거지. 전학 와서 친구가 없어서 그런가부지 뭐.
성제 : 그래 없는 사람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도 좀 그렇다. 그만하자.
지민 : ..(그러면서도 한편 께름칙하다..)
씬18. 교무실 앞
지민 숙제 들고 나온다. 언제 와 있었는지 은주 냉큼 나와서 받아든다.
은주 : 이리 줘. 내가 들어줄게.
지민 : 괜찮아.
은주 : 아냐, 무겁잖아. 앞으로 이런건 다 내가 해줄게. (웃는) 가자.
지민 : ..
씬19. 복도
지민, 교실에 들어서면서 애들 의식, 노트 받아든다.
은주, 서운한 표정. 그러다가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돌아나간다.
씬20. 교실
자리에 와는 지민. 그때 은주, 코앞에 주스캔 내민다.
은주 : (다정히 웃으며) 이거 마셔. 매점갔다가 니것도 하나 샀어.
지민 : .. (괜히 애들의 시선도 느껴지고, 퉁명스런) 됐어. 나 과일 많이 먹어.
은주 : 과일을 먹어도 껍질째 안먹으면 소용없대. (따주며) 오렌지주스를 마셔야 비타민C가-
지민 : (밀어내며) 됐다니까.
그냥 민다는게 손이 부딪혀 탁 밀쳐내고 만다. 바닥에 주스캔 떨어지고 주스 흐른다.
은주 : .. (얼굴 굳는)
지민 : .. (당황) 은주야,
은주 : 미안해, 싫어하는줄 몰랐어. (나가고)
지민 : ..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씬21. 교정
지민 은주 찾는다. 은주 혼자 앉아있다.
지민 : (다가가는) 은주야, 미안해. 난 그냥 니가 너무 잘해주니까 부담스러워서,
은주 : 미안해, 부담스러워하는 줄은 몰랐어. 난 그냥 좋은 친구 생겼다고 생각해서 잘해주고 싶었을뿐이야.
전학 와서 쓸쓸하겠구나 했는데 니 덕분에 안 그럴 수 있을거 같애서 반가웠거든. 그런데 넌 내가 부담스러웠나부다.
지민 : 아니 내 말은.. 복에 겨워서 그랬지 뭐. (농담처럼) 애들은 다 나 만만하다구 구박하구 힘세다구 일 시키구 그러거든.
영화반에선 내가 거의 시녀 수준인데 근데 니가 공주 대접해주니까 당황스럽잖냐. 그러니까 적응을 못해서 그랬지.
은주 : ..
지민 : 앞으로도 나한테 잘해주라. 나도 니 덕분에 공주 한번 해보자. 응, 은주야? 은주야아..
은주 : (조금 웃는)
지민 : 풀렸지? 풀렸지?
은주 : 화 안났어. (풀리고)
지민 : 근데 왜 전학 와서 쓸쓸할거라고 생각하냐. 친구 사귀면 되지.
은주 : ..
지민 : (호언장담(?)하는) 앞으론 걱정마, 우리 학교에선 내가 있으니까.
은주 : (지민 보며 진심으로) 정말?
지민 : 그래. 내가 말했잖아, 내가 의리 하난 끝내준다구. 나만한 친구 만나기 힘들다?
은주 : (웃고) 고마워.
씬21-1. 복도
지민과 은주 들어오는데 신화, 화분들고 나온다.
지민 : 물주려구?
신화 : 응.
지민 : 꽃이 더 핀거 같네?
신화 : 창가에 놔두고 햇빛 많이 쬐었더니 활짝 피었어. (간다)
지민 : (들어가며) 신화하고도 친해지면 좋을 텐데. 내가 우리반에서 제일 신뢰하는 친구야.
우리반 해결사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유능하거든.
은주 : (지민의 분위기 감지하고) 좋아하니?
지민 : 응? (강한 부정) 아아니. 그냥 친구. (하면서도 신화 돌아보는 시선 따뜻하다)
은주 : (그 시선 놓치지 않는다. 웬지 굳은 표정)
F.O
씬22. 상담실복도 - 다음날
걸어오는 은주.
씬23. 상담실
재하 은주와 마주 앉았다. 은주 표정 밝고 명랑하다.
재하 : 언제부터 얘길 좀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시간이 났어. 뭐 어려운 점은 없어?
은주 : (흔쾌한) 네, 없어요.
재하 : 친구는 많이 사귀었고?
은주 : (자신 있는) 지민이하고 친해요.
재하 : 그래? 잘됐네. 녀석이 인간성 하난 끝내주는 놈이거든. 그럼 영화반 애들하고도 친하겠구나?
은주 : 뭐.. 친구는 하나면 족하잖아요. 정말 좋은 친구 하나면요.
재하 : 그게 은주의 친구관인가부지? 좋아, 어쨌든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 있으면 지민이하고도 의논하고 또 나한테도 오고. 알았지?
은주 : (밝은) 네.
씬23-1. 교실
애라와 지민 들어오다가 은주의 책상위에 놓인 가방을 본다.
애라 : 어, 저거, 지민이 니 가방 아냐?
지민 : 응? (은주의 가방과 자기 자리에 놓인 가방을 본다) 내껀 저기 있는데.
애라 : 얘, 일부러 니꺼랑 똑같은 거 샀나보다. 아이구 완전 중증이네, 중증.
지민 : ...
씬24. 교정
혜원, 신화에게 선물 내민다. 선물 포장 아니고 그냥 상자 정도에 든.
신화 : (뭐냐는듯 보면)
혜원 : (좀 쑥스럽다) 생일인 거 늦게 알았어.
신화 : (뜻밖) 생일선물이야? (좋아하는) 니 선물은 뭘지 정말 기대되는데?
혜원 : 너한텐 뭐가 좋을까 생각해 보니까.. 없더라. 넌 다 있는 거 같애. 아니, 더 이상 뭘 필요로 하지 않는 거 같애.
신화 : (풀어보면 망원경이다) ..!
혜원 : 그래서 가끔은 그런 니 자신이 너무 답답할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어. 사람이 좀 빈 데가 있어야 숨쉴 수 있는 거 아냐?
그럴 땐 산에 올라가봐. 가서 내려다보라구. 그때 쓰라구 샀어.
신화 : (진심어린) 고맙다. 정말 고마워.
혜원 : (조금 웃는) 정말 뜻밖이었나부지? (간다)
신화 : (흐뭇하게 망원경 보는)
씬25. 복도
흥수, 유미, 지민 신화의 망원경 구경하며 얘기중.
흥수 : 와.. 좋다, 잘 보여.
지민 : 신혜원네 집이 빵빵하다더니 정말인가부다. 이런 비싼 선물을 다 하고.
유미 : (보며) 보인다, 남자애들 체육복 갈아입나봐.
지민 : 뭐? 진짜? (달려들면)
흥수 : 기집애들이 뭘 보는 거야? 그만 봐.
지민 : 나두 좀 봐.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은주 : (오며) 지민아, 음악실 안 가? 내가 노트랑 챙겼어.
지민 : 응, 잠깐만. 안 보여..
신화 : 초점을 잘 맞춰야지. 이렇게 해봐. (만져주는)
은주 : (소리 높이는) 지민아, 우리 도서실 들렀다 가기로 했잖아.
지민 : (건성) 잠깐만. 아님 먼저 가든가. 어, 보인다!
신화와 웃으며 망원경 보느라 정신없는 지민.
은주 : ..
씬26. 음악실
은주, 지민과 신화쪽 보다가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난다.
은주가 지나가면 세진 보고 있다가.
세진 : 여기서두 오래 못버티겠네.
혜원 : (보다가) 그게 무슨 소리야?
세진 : 혹시나 해서 알아봤는데, 올해만 벌써 세 번째래.
혜원 : 뭐가?
세진 : 전학.
혜원 : ?
세진 : 첨엔 나랑 같은 부륜가 했는데, 영 반대더라구.
그쪽 애들 말로는 학교에 적응을 영 못하는 애래.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던데?
혜원 : 어딜 다쳤는데?
세진 : 다친 게 아니구, 머리가 좀 복잡했나봐.
씬26-1. 교실
지민 : 어머!
지민 들어서다 놀란다. 바닥에 신화의 화분, 박살나 부서져 있다.
영화반 애들 음악실에서 돌아오는 길.
애라 : (놀란 비명) 이게 뭐야! 신화 화분이잖아?
신화 : .. (역시 놀라서 화분 깨진 조각 집어든다)
세게 내려친듯 완전히 박살난 화분.
지민 : (그 모양에 어쩐지 기분 안좋다)
성제 : 야 이거 왜 이렇게 됐어?
애라 : 몰라, 들어와 보니까 이렇게 돼 있었어.
신화 : 지민아, 미안하다. 니가 선물한 건데.
지민 : 니가 그런것두 아닌데 뭘. 근데 왜 깨졌지?
신화 : 모르겠어. 이상해, 내가 안쪽으로 잘 놔뒀었는데?
정연 : (깨진 거 보며) 그냥 떨어진 게 아닌 거 같애. 누가 내려친거 같은데?
성제 : 누가?
은주 : (어느새 지민의 옆에 와 서서 보고 있다) .. (별로 놀라지 않는 담담한 얼굴)
정연 : 교실에 아무도 없었어?
유미 : 없었지. 다들 음악실 갔잖아.
신화 : 일단 치우기부터 해야겠다.
애들 : 웬일이야...
치우러 움직이고. 지민 찜찜해하며.
씬27. 화장실 앞
나오는 은주와 지민.
지민 : 이상해, 그걸 일부러 깰 이유가 뭘까? 누가 신활 미워하나?
은주 : 신화가 뭘 잘못했나부지.
지민 : 에이, 신화는 그럴 애 아냐.
은주 : 뭐 그럴 애가 따로 있나.
지민 : ..? (그 말에 보는)
은주 :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 지민 돌아보고 웃음 띠며) 참, 오후 약속 잊지 않았지?
지민 : 응? 으응..
씬28. 몽타쥬
지민과 은주, 거리 걸으며 아이쇼핑하고 있다.
지민과의 시간이 즐겁기만한 은주, 은주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즐거운 지민.
씬29. 선물가게
은주 정성스레 선물 고른다. 예쁜 목걸이 두개 골라와서 하나를 지민에게 걸어준다.
지민 : 야, 난 이런거 안해.
은주 : 우리 기념으로 하나씩 하자. 우리가 진정한 친구가 된 기념으로.
(해주고 눈 똑바로 보며 진심어린) 지민아, 우리 서로 서운하게 하기 없기다. 친구 배신하기 없기야?
지민 : 야, 우리가 무슨 조직이냐, 배신하게. (하다가 은주 간절한 눈빛에) 그래, 알았어.
은주 : (흐뭇한) 얼마에요? (가방 열어 지갑 꺼내는데)
지민 : 같이 내.
지민 지갑꺼내다가 은주의 지갑을 보고는 멈칫한다. 똑같은 모양의 지갑.
은주 : 니꺼 예뻐 보여서 전에 가방살 때 같이 샀어. 괜찮지?
지민 : 으응..
은주 : 필통이랑 노트랑도 다 바꿀거야. 물론, 니꺼랑 똑같은 걸루.
지민 : ...
씬30. 집 - 밤
지민 들어온다. 옷 갈아입으려다 목에 걸린 목걸이부터 푼다.
지민 : .. (어쩐지 싫다. 휙 던져버린다)
전화벨 울린다.
지민 : 여보세요.
은주E : 지민아, 나야.
지민 : 누구?
은주E : 나야, 은주. 내 목소리도 몰라?
지민 : (당황) 어.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어?
씬31. 은주의 방 - 밤
스탠드불빛만 켜놓고 애인과 전화라도 하듯 전화기 들고 있는 은주.
은주 : 그것두 모르겠니. 제일 사랑하는 친군데. 나 지금 너한테 편지 쓰려고 편지지 꺼냈어.
너 무슨 색 좋아해? 너 좋아하는 색깔로 써줄려고. .. 알았어, 그럼 내가 맘대로 할게.
(문득) 참 편지보다 통신이 빠른데. 너 통신 뭐해? 아이디 뭐야?
씬32. 지민의 방 - 밤
지민 : (더듬는) 나, 나 안해 통신. (컴퓨터로 눈 가면서도) 응, 컴퓨터엔 별로 취미 없어. 나중에, 나중에 배우지 뭐. 그래.
은주E : 그럼 잘 자. 내일 보자. 내 꿈 꾸고!
지민 전화 끊고는 수화기 던져버린다. 자꾸 죄어드는 느낌.. 싫다.
씬33. 영화반
인서트. 다음날.
씬34. 영화반
애들 모여서 스터디 준비중.
신화, 성제, 동일, 정연 책 뒤적이고 자료 보고 있는데 지민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성제 : 지민아, 무슨 고민 있니?
지민 : (맘먹고 얘기 꺼내는) 있잖아.. 은주 말이야.
신화 : 참, 은주 걔 영화에도 관심 많은 거 같더라? 우리가 구하던 그 단편영화모음집 있잖아 그거 은주가 구해준댔어.
지민 : 은주가?
신화 : 응. 그래서 얘긴데 괜찮으면 같이 스터디를 해도-
지민 : 안돼!
성제 : 왜?
지민 : 자꾸 이사람 저사람 끼면 어떡해, 영화반이 무슨 외인구단이냐?
동일 : (머쓱하게 웃으며) 듣기 좀 그러네? 나 들으라구 하는 소리야?
지민 : 아아니, 동일이 넌 아니지. 너야 우리하고 작업도 했고. 은주는 생판 처음이잖아.
정연 : 하면서 알아가면 되지 왜.
지민 : 그래두 안돼.
애들 : ..?
흥수 유미 애라 과자와 음료수 사들고 들어온다.
흥수 : 자 먹구 합시다, 먹구. 먹구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대잖냐.
성제 : 니들이 웬일이야? 사재를 털었냐?
유미 : 이거 은주가 한턱 내는 거야.
지민 : 은주?
애라 : 처음에 우리한테 함부로 굴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면서 사주더라. 걔 왜 우리한테 잘 보일라구 그러지?
흥수 : 그래도 인간성은 괜찮은 거 같던데 뭐.
애라 : 과자 하나에 인간성이 왔다갔다 하냐?
흥수 : 누가 꼭 그렇대. 얘기해보니까 나쁜 앤 아닌 거 같다 이거지.
유미 : 그래, 착한 거 같애.
성제 : 진짜 영화반에 관심 있나분데?
지민 : 안된다니까!
정연 : (의아하게 본다) 너랑 친하잖아, 지민아.
지민 : .. (점점 더 얘기하기 어려워지고..)
유미 : 참, 우리 스터디 있대니까 은주가 교실에서 기다린대. 끝나고 가봐.
지민 : ..
씬35. 교실
방과후 텅 빈 교실.
지민, 창밖에서 교실 넘겨다본다. 은주, 지민 기다리고 있다.
지민 : .. (같이 가고 싶지 않고) ..
태훈 : (뒤에서 오며) 뭐해?
은주 : (태훈의 큰 목소리에 돌아본다)
지민 : (당황.. 순간, 은주 들으라는 듯) 너 기다렸지. 같이 갈데 있다고 했잖아.
태훈 : ..?
지민 : (은주 눈치 보면)
태훈 : (곧 알아차리고) 그러니까 뭐하냐구, 빨리 가방 갖구 와.
지민 : (어? 알아듣네?) 은주야 어떡하지, 나 오늘 약속 있는데.
은주 : 그래.. (실망) 하는 수 없지 뭐. (하며 태훈 보는)
씬36. 지하철역
지민과 태훈 플랫포옴으로 온다.
지민 : 눈치 하난 빨라서 좋다. 구해줘서 고마워.
태훈 : 윤지민이 그런 수를 쓸 때도 다 있네?
지민 : 그렇게 됐다 야. 왜 피하는지 안 물어봐?
태훈 : 왜 피하는데?
지민 : .. 설명하기 복잡해.
태훈 : 그러면서 뭘 물어보래. 그럴 거 같애서 안 물어본건데.
지민 : 넌 남이 이러면 궁금하지도 않냐?
태훈 : 나한테 필요한 일 아니면 안 궁금해.
지민 : 그래 간단해서 좋다.
태훈 : 그러니까 인간관계는 단순명료해야 편한 거야. 쓸데없이 여기 저기 참견하고 다니니까 그렇지.
지민 : (발끈) 뭐?
태훈 : 니 성격에 남의 일 내 일 안가리고 정력낭비하고 다녔을 거고, 그러다 꼬이니까 복잡해하고 있는 거고. 아냐?
지민 : (약오른다) 그렇게 참견하기 싫어하는 애가 뭐하러 여기까지 쫓아왔어, 그럼?
아까까진 고마웠는데 너랑 한참 대화를 나누다보니 열받을려구 그런다.
어떻게 넌 나하고 얘기하면 평화로운 분위기가 10분을 못 넘니? (지하철도착음 들리고) 나 간다!
먼저 성큼성큼 가는 지민. 태훈 픽 웃고는 반대편으로 간다.
그 뒤 나타나는 은주.
씬37. 교실 - 다음날
지민 들어오는데 교실 뒷편에 태훈과 형주 황당한 얼굴로 서 있다.
태훈의 책과 참고서 마구 낙서된 채 쓰레기통에 처박혀있다. 악의를 가지고 한 행동인 듯 거의 볼 수 없게 만들어놨다.
형주 : 반장, 교실 단속에 신경 좀 써야하는 거 아냐?
지민 : 왜 이렇게 됐어? 누가 이랬어?
형주 : 알면 이러구 있겠냐. (태훈에게) 학교에 알려야하는 거 아냐? 남 공부 방해하는 치사한 자식이 누군지 밝혀야지.
지민 : (순간 자기도 모르게 은주 자리 돌아본다)
은주 없다. 그때 조회하러 재하 들어온다.
재하 : 좋은 아침- (하다가) 뭐야? (와서 보고) ..!
씬38. 교무실
재하 앞에 태훈, 지민 와 있다.
재하 : 뭐 짐작가는 거 없어? 남한테 인심 잃을만한 일을 했다든가.
태훈 : 제 생각에 경우에 어긋날 만큼 잘못한 건 없습니다.
재하 : 그나저나 당장 시험인데 책 그렇게 되서 어떡하지?
태훈 : 그건 괜찮습니다.
재하 : .. 지민이, 반에서 뭐 짚히는 거 없어?
지민 : 네? 그, 글쎄요..
씬39. 교실
지민 들어오며 은주 본다. 은주 평온한 얼굴로 공부하고 있다.
지민 : ..
유미 : 어떻게 됐어?
지민 : 아직 모르겠어.
흥수 : 결론 없지 뭐. 이런 일에 결론 쉽게 나는거 봤어? 증거가 없잖아.
애라 : 한태훈 대단하다. 자기 책이 그렇게 엉망이 됐는데도 하나 깜짝 안하잖아. 난 인물이야.
정연 : 왜 이런 일들이 자꾸 일어나지? 저번에 신화 화분 깨진 것도 그렇고 반 분위기가 이상해.
지민 : .. (결심한 듯 은주에게 다가온다)
은주 : (돌아본다)
지민 : .. (별렀던 마음 결심하고)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씬40. 결
씬41. 교정
지민 은주에게 별렀던 얘기 꺼낸다.
지민 : 난 한 친구하고만 친하고 싶지 않아. 그런 폐쇄적인 관계는 싫어.
은주 : (얼굴 굳는) 무슨 뜻이야?
지민 : 넌 내가 너하고 있기만 바래. 딴애들하고 친한거 싫어하고.
(신화, 태훈 껀 의식한 얘기) 심지어 방해까지 하려고 했었고. 아냐?
은주 : (외면) ..
지민 : 너만 바라보고 너하고만 친하자고 하는거 솔직히 부담스러워.
은주 : (충격) 부담..스러워?
지민 : 딴애들 봐. 그렇게 지내는 애들 없어. 지나치게 그러는거 병적으로 보여.
은주 : (간절한) 지민아,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지민 : 그냥 놔둬줘. 나두 다른 애들하고 잘 지낼 수 있도록 놔둬주고 너두 다른 친구들 사귀고.
그게 진정한 우정이고 보기 좋은 관계야. 부탁이야. (가고)
은주 : .. (상심한) ..
씬42. 상담실
은주모, 재하에게 호화로워보이는 커다란 과일 바구니 건넨다.
은주모 : 더 좋은걸 사드려야 되는데 요즘은 그러면 오해받기 쉽상이라서요.
재하 : 이런 것도 안 사오셔도 되는데요.
은주모 : 그냥 정성이에요. 다른 선생님들하고 드세요. 찾아뵙는다, 찾아뵙는다고 하면서도 늦었어요. 은주 별 문제 없죠?
재하 : 지금까진 그런대로 잘 적응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애들은 워낙 속을 알 수가 없어서요. 집에서도 얘기 많이 나누시죠?
은주모 : (무성의한) 얘기할 시간도 없어요. 애가 워낙 말도 없구요. 선생님께서 좀 잘 봐주세요. 어머, 시간이 이렇게 됐네?
재하 : 은주 만나보고 가시겠습니까?
은주모 : (분주히 일어서며) 아니에요. 은주 오빠 학교에 또 가봐야 돼요.
(자랑스런) 얘 오빠가 학생회장이거든요. 오늘 학부모 모임이라 바빠요.
(마음은 이미 거기 가 있고) 그럼 가볼게요,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재하 : 예. (어째 떨떠름하고) ..
씬43. 교정
지민을 비롯한 영화반들 웃고 지나간다.
은주 그 가운데 지민 본다.
은주 : ..
한편 이쪽. 은주 가는 거 보고.
유미 : 은주네? 지민아, 요즘은 왜 은주랑 안다녀?
지민 : 응? 으응, 그냥. (하면서도 혼자 있는 은주 의식된다)
씬44. 교정 외진 곳
은주, 외진 곳에 들어와 본다. 내가 올 곳이 이곳밖에 없나싶은, 쓸쓸한 표정.
씬45. 교실
수학시간. 유란 예상문제 풀어주고 있다.
지민 딴생각에 빠져있다.
지민 : (은주 본다)
은주 : (우울한)
지민 : .. (마음 쓰이고)
유란 : 윤지민.
지민 : ..
유란 : 윤지민!
정연 : (쿡 찌른다)
지민 : (발딱 일어나는) 네!
유란 : (짜증스럽게 책 탁 놓으며) 뭐야, 수학 자신 있어? 예상문제를 풀어준다는데도 딴청이야?
지민 : ..
유란 : 반장부터 이모냥인데 누가 수업을 듣겠어. 윤지민, 나중에 성적 볼 거야. 또 형편없으면 혼날줄 알아. 앉아.
지민 : (고개 푹 수그리며 앉고)
유란 : 이거 시험문제 다 내놓고 풀어주는 예상문제야. 선생님 파일에 들어있는 문제중에 어떤게 여기 있을지 모른다구.
무슨 뜻인지 알아?
은주 : (그 말에 번쩍하는)
씬46. 교무실 - 그날 저녁
선생님들 모두 퇴근하고 복만 혼자 지키고 있다.
광도 들어오며.
광도 : 오늘 숙직이야?
복만 : 예. 왜 아직 안 가셨어요?
광도 : 학생부 공문 땜에. 저녁이나 먹고 오지.
복만 : 그럴까요?
두사람 나가고.
빈 교무실. 스르륵- 문 열리고 들어서는 발자국. 유란의 책상앞에 와 멈춘다.
씬47. 교실 - 다음날 아침
지민, 가방 풀다가 책상안에서 작은 봉투 발견한다.
뭐지? 열어보면 디스켓- 위에 ‘친구로부터, 지민에게’라는 메모 붙어있다.
지민 : ..? (어쩐지 이상한 느낌)
씬48. 컴퓨터실
지민 컴퓨터로 디스켓 내용 확인한다.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수학시험 문제. 제목 보인다.
지민 : ..!
씬49. 교무실
유란 시험문제디스켓 없어진거 알고 선생들 모두 황당하고 걱정스런 얼굴들이다.
명 : 아니 시험문제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 예?
유란 : 디스켓 서랍에 넣고 잠갔는데..
명 : 서랍이야 꼬챙이로 몇번 건드리면 열쇠 열리는거 아녜요.
일평 : 어떤 놈인지 맹랑하고 간도 크네.
명 : 숙직선생님은 도대체 뭐하신겁니까?
복만 : (변명) 순찰 돌았는데요, 이상한거 없었습니다.
명 : 틀림없이 학생한테 유출됐단 얘긴데 이거 참..
씬50. 교정일각
재하 나온다. 지민, 서있다.
재하 : 지민이 왜?
지민 : (디스켓 내민다) 저 이거..
재하 : (놀란) 너..
지민 : 누가 그랬는지 알거 같애요.
재하 : 누군데?
씬51. 상담실
은주, 광도와 재하 앞에 와 있다.
재하 : (달래듯) 은주야,
광도 : (못참고) 이은주, 너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빨리 얘기 안해? 시험지 훔친 게 얼마나 큰 죈지 알아!
은주 : 지민이 때문에 그랬어요.
재하 : 지민이?
광도 : 너네반 반장 윤지민이 말이야?
은주 : ...
재하 : 지민이가 왜?
광도 : 윤지민이가 시키기라도 했단 말이야?
은주 : 그게 아니라... 지민이한테 잘 보이구 싶었어요. 수학시험 잘 보게 해주면 나한테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서..
재, 광 : (어처구니 없는) 뭐?
씬52. 영화반
영화반 애들 얘기중. 지민 없고.
흥수 : 야, 나도 그런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시험문제까지 빼다 바칠 정도라니..
유미 : 얜, 그동안 이상한 짓 한 것도 다 걔가 그런 거래잖아. 그렇게 당하고 싶냐?
애라 : 거봐, 내가 걔 아무래도 정상 아니랬지?
정연 : 학교에서 처벌 심하게 하겠지?
성제 : 봉사활동 정도로 끝나진 않을거 같애. 적어도 근신쯤 받지 않을까.
신화 : 왜 그렇게까지 지민이한테 집착했을까. 틀림없이 무슨 이유가 있을 텐데.
애들 : ..
씬53. 교무실
교무회의중.
명 : 윤선생님은 수고스러우시겠지만 다시 시험문제를 제출하셔야겠습니다. 중간고사 차질 없도록 준비해주시구요.
이은주 학생은 학칙에 의거해서 처벌하게 될겁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한테 쓸데없는 소문 나지 않도록 해주시구요.
이상입니다.
재하, 일어나 교감 자리로 따라온다.
재하 : 교감선생님,
명 : (보면)
재하 :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신중하게 관찰하고 지켜봤어야했는데.. 학생 지도에 미흡했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명 : (뜻밖에 누그러진) 다 큰 애들 치마꼬리 바짓자락 붙잡고 일일이 좇아다닐수도 없고 그러기엔 애들도 많고.. 힘들죠?
재하 : (뜻밖이라 보면)
명 : 교실을 장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녀석은 학교 차원에서 선도가 가능한 건지 그것두 의문입니다.
재하 : ..
씬54. 상담실
재하, 지민과 얘기중.
재하 : 은주는 당분간 가정학습을 하게 될거야.
지민 : (조심스런) 그럼 처벌은요?
재하 : 선도위원회가 열려봐야 알겠지만 근신처분 정도는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지민 : ..
재하 : 은주 때문에 많이 힘들었니?
지민 : (혼란) 잘 모르겠어요. 저한테 잘해주려고 한 친구를 배반한 거 같은 생각도 들고
또 겁나서 도망가고 싶었던 때를 생각하면 끔찍하기도 하고..
재하 : 은주를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
지민 : 제가요?
재하 : 터놓고 얘길 해보면 뭔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지민 : ..
씬55. 은주의 집 앞
중산층 느낌의 동네. 지민, 주소 들고 찾고 있다.
씬56. 은주의 집
지민 은주모와 마주 앉았다.
은주모 : (피곤하고 귀찮은) 얜 왜 이렇게 말썽이 잦은지 모르겠어. 전에 학교에서도-
지민 : (보면)
은주모 : (입 다물고 만다)
지민 : 집에서 미대 가는거 반대한다고 하던데요. 의대 가라고 하신다고..
은주모 : 의대? 지네 언니 얘기겠지. 언니가 공부를 잘해서 의댈 갔으면 했는데 미댈 고집해서 하는 수 없이 보냈거든.
그 아래 오빠는 법대 목표로 공부하는데 전국에서 순위 꼽을 만큼 공부 잘해.
다들 그렇게 수월하게 잘들 풀리는데 얘만 왜 이런지 몰라. 부족한거 없이 똑같이 해주는데
왜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지. 우린 얘한테 큰거 바라지도 않아.
그냥 얌전하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전문대라도 나와서 시집이나 가면 더 바랄것도 없는데.
지민 : ..
은주모 :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또 전학을 보내야하는 건지. 만나고 싶다고 했지? 지금 병원에 있어.
지민 : 병원이요?
씬57. 병원 복도
지민 들어오다 환자복 입은 은주와 마주친다.
은주 : (보고) .. (무표정하게 외면, 마치 첫만남때처럼)
지민 : (다가온다)
은주 : 왜 왔어. 너두 나 별로 안 좋아하잖아.
지민 : 왜 그랬는지 알고 싶어. 니가 왜 그렇게까지 됐는지.. 정말 그런 방법이 나와 친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
은주 : (피식 웃고 만다)
지민 : 은주야.
은주 : (시니컬한) 그래.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어. 나 미쳤다고 생각하지? 그래 나 미쳤어. 친구 사귀고 싶어서 미쳤다구.
지민 : ..
씬58. 병원 뜨락
벤치에 조금 떨어져 나란히 앉은 은주와 지민.
은주 : 고등학교에 올라갔는데 먼 동네로 가는 바람에 난 아는 애가 아무도 없었어.
씬59. 인서트 (모노톤의 상징적인 화면으로)
일진들한테 따귀 맞는 은주. 아뭇소리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맞는.
그런 은주 보며 깔깔거리고 비웃는 일진들.
은주E : 친구도 없고 내성적인 난 자연히 일진들 밥이 됐어.
일진들 주욱 서서 은주에게 명령한다. 은주 굳은 얼굴.
은주E : 어느날 일진들이 나한테 바닥에 떨어진 핀을 입으로 주워오라고 했어. 죽기보다 싫었지만..
은주, 결국 어쩔수 없이 입으로 물어다준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비웃는 일진들.
은주E : 했어. 맞기 싫었거든. 근데,
고개 들던 은주 얼굴 하얗게 변한다.
은주E : (씁쓸한) 거기 나하고 중학교때 친했던 애가 끼어있었어.
비웃고 있는 얼굴 하나 - 일진친구.
그에게 매달리며 호소하는 은주. 싸늘하게 밀어버리는 일진친구.
은주E : 난 우리가 친구 아니었냐고 매달렸지만..
“친구? 내가 왜 니 친구야?” 비웃는 말투의 소리.
나가 떨어지는 은주. 절망스런 표정.
은주E : 그앤 날 버렸어. 일진들에 대한 충성의 표시로 날 이용했던 거야.
씬60. 병원 뜨락
은주 : (쓸쓸한) 그때부터 난 친구를 사귈 수 없었어.
지민 : ..
은주 : 그리고 병원에 드나들기 시작했구 결국은 전학을 가게 됐어.
엄만 그게 제일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을거야. 아프면 병원에 맡기고 적응 못하면 학교를 옮기고.
언니 오빠들 덕분에 나한텐 별 관심 쏟을 시간이 없었으니까.
씬61. 인서트
씬1의 장면. (이하의 장면들, 은주의 입장에서 본 각도로)
학교 올려다보는 은주.
은주E : 새 학교? 끔찍했어. 이제 이 학교는 또 어떻게 다니나, 어디 떨어져 죽을데는 없나, 건물부터 올려다봤지.
씬62. 인서트
씬4의 장면. 와서 웃으며 말거는 지민.
은주E : 근데 니가 다가왔어. (정말 설레는) 난 꿈만 같았어. 넌 인기있는 애였고 너같은 애하고 친한다는게 믿기지 않았거든.
씬63. 인서트
몽타쥬장면. 같이 놀러다니는 모습들.
은주E : 이제 다시 친구가 생기나보다, 가슴이 설렜어. 한편으론 너무 불안했지만 넌 너무 친절했어.
난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잡은 기분이었어.
씬64. 병원 뜨락
은주 : (꿈꾸듯) 같이 밥 먹고 음악실 가고 화장실 갈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넌 모를 거야.
언제나 많은 아이들 속에 있으니까. 난 신화처럼 그런 생일선물을 받아보는게 정말 간절한 꿈이었어.
지민 :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럼 그 우정을 잘 지켰어야지. 그 친구를 혼자 소유하고 가두려고 했어.
그게 얼마나 사람 질리게 하는지 알아?
은주 : .. 불안했어. 또 혼자가 될까봐. 다시 혼자가 되는 건 죽기보다 싫었어. 정말 죽기보다 싫어.. (얼굴 묻는)
지민 : ..
은주 : (씁쓸한 웃음) 나 이제 학교에서 이상한 애로 찍혔지? 이제 이 학교도 못 다니고 말겠네.
지민 : (답답한 마음) ..
씬65. 교실 창가
신화, 창가에 새 화분 보살피고 있다.
지민 : (와서 물끄러미 본다)
신화 : 화분도 있다가 없으니까 자리가 빈 거 같애. 허전해서 샀어. 이쁘지?
하나 잃어버린 것도 나쁘진 않아. 키우는 방법을 많이 배워서 두번짼 더 잘 키울 수 있을 거 같거든.
지민 : .. 사람도 그럴까?
신화 : (보면)
지민 :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할까? 그걸 모르면 자기 자신도 남도 너무 불행하게 만들잖아.
방법을 배우지 못한건 자기 잘못이 아닌데 말야.
신화 : ..
씬66. 교실 아침
조회전.
정연 : 은주 근신 끝나고 오늘부터 학교 나온대지?
유미 : 무서워. 또 스토킹하면 어떡해.
애라 : 병원에도 있었대는데 그런 애하고 한반인 거 께름칙해.
성제 : 걔가 병원까지 간 게 걔 잘못은 아니지.
신화 : 그래, 마음 여린 사람들이 더 상처 받는 법이야. 굳이 따지자면 은준 운이 없었다고나 할까.
유미 : 다시 오면 학교에 잘 적응할까?
신화 : 글쎄, 우리 하기 나름 아닐까? 색안경 쓰고 보면 시커멓게 보일거고 맑은 눈으로 봐주면 그렇게 보일거고.
그때 지민 들어온다. 작은 선물 들고.
유미 : 뭐야?
지민 : 생일선물.
정연 : 누구 생일이야?
지민 : 아니.
애들 : ?
용구 달려들어온다.
용구 : (숨넘어가게) 야야야 특종, 특종, 진짜 특종!
흥수 : 왜애, 이번엔 여자가 한타스로 전학 오냐?
용구 : (몰아쉬며) 간대.
애라 : 뭐가?
용구 : 전학생, 다시 전학 간대.
지민 : 뭐?
용구 : 우리 학교에서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하고 과감히 다른 학교로 전학- (하는데)
지민 : (밀치고 급히 나간다)
씬67. 교정
지민 달려나오면 현관앞에서 막 차에 오르려는 은주와 은주모. 옆에 재하 서있고...
은주 차에 타기 직전 지민을 발견한다. 지민 다가와 은주 앞에 선다.
무슨 말을 해야될지 몰라 말을 못하는 두사람.
지민, 들고있던 선물을 은주에게 전해준다.
지민 : 생일 되면 열어봐.
은주 : 고마워...
지민 : 그냥 같이 지내면 안되겠니?
은주 : 미안해. 그러고 싶지만, 너무 늦은 거 같기두 하구...
하지만, 다음 학교에선 조금은 더 좋아질 수 있을 거 같아. 가끔, 전화해두 되지?
지민 : 그럼...
안타까운 지민.
은주, 그런 지민을 보며 가볍게 미소지어 보이고는 차에 올라탄다.
이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싶은 지민.
멀어져가는 차.
재하 지민 곁으로 다가와 위로를 해준다.
교실로 돌아가는 두사람 모습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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