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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교 / 임보
그것도 괜찮으리
시골 학교 교장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나고
게으른 사람들만 아직 몇 남아
산과 들을 지키고 있는 산골
전교생이 모두 십여 명
학년과 반 구분도 없이
한 교실에서 오순도순 지내는
그런 평화의 학교
거기
교사이며 교장이며 사환인
그런 삶도 괜찮으리
얘들아, 오늘은 개울가로 가자
못생긴 물풍뎅이가 얼마나 헤엄을 잘 치며
늘 보는 여뀌풀이 얼마나 예쁜 꽃을 감추고 있는지
가서 찾아보자꾸나
책에 담긴 말들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단다
그것들은 탐욕과 논리로 너희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타고난 너희들의 천진과 평화를 더럽힐 뿐
믿을 만한 가장 정직한 책은
너희 곁에 저렇게 펼쳐진 산과 들이란다
굳은 땅을 뚫고 돋아나는 어린 싹들
햇살에 반짝이는 곤충들의 투명한 날개
허공을 맴도는 수리의 날카로운 눈매
황소의 단단한 뿔
향긋한 쑥 냄새
종달새의 간지러운 지저귐
모두가 다 너희들의 정직한 스승이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너희들의 눈과 귀를 열게 하는 것일 뿐
교장은 종일 뒷짐이나 지고 서서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보고 서 있겠구나
오빠가 되고 싶다 - 임보
낭송 - 블루요정
나팔바지에 찢어진 학생모 눌러 쓰고
휘파람 불며 하릴없이 골목을 오르내리던
고등학교 2학년쯤의 오빠가 다시 되고 싶다
네거리 빵집에서 곰보빵을 앞에 놓고
끝도 없는 너의 수다를 들으며 들으며
푸른 눈썹 밑 반짝이는 눈동자에 빠지고 싶다
버스를 몇 대 보내고, 다시 기다리는 등교 길
마침내 달려오는 세라복의 하얀 칼라
'오빠!' 그 영롱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토요일 오후 짐자전거의 뒤에 너를 태우고
들판을 거슬러 강둑길을 달리고 싶다, 달리다
융단보다 포근한 클로버 위에 함께 넘어지고 싶다
네가 떠나간 멀고 낯선 서울을 그리며 그리며
긴 편지를 지웠다 다시 쓰노라
밤을 새우던 열일곱의 싱그런 그 오빠가
다시 되고 싶다
광화문 세종대왕께
임 보
전하, 밤도 깊은데 아직 침소에 드시지 않고 무슨 책을 그리 골똘히 들여다보시니껴?
혹 목민심서라도 들춰 보시니껴? 아니믄 칼의 노래라도 읽고 계시니껴?
그렇게 밤잠 주무시지 않고 독서삼매에 빠져 계시니 안질이 심할 수밖에요
요즘은 온양의 온천수도 초정의 약수도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니 미리 조섭하셔야 합니더
옛날과는 달리 전기불이 대낮처럼 환하기는 합니다만 인경도 울리지 않는 광화문 심야
내시도 궁녀도 데불지 않고 황량한 광장의 옥좌 위에 홀로 앉아 계시는 전하,
혹 감기라도 드시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더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졌다고 세상이 온통 난리여서 한잔 했습니더
참, 이 작은 강토가 두 동강으로 토막이 난 사실 알고 계시니껴?
왜놈들에게 짓밟혔다가 가까스로 되찾는가 싶더니
힘 있는 놈들의 등살에 밀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더
가관인 것은 두 패로 나누어진 한 핏줄이 원수가 되어
서로 미워하고 물어뜯고 못 잡아먹어 안달입니더
그런데 전하, 이 어리석은 백성들이 그래도 참 기특도 합니더
운동도 잘 하고 머리도 괜찮아서 장사도 잘 합니더
얼마 전 아시안게임에선 왜놈들을 제치고 2등을 하기도 하고
전자산업이며 배를 만드는 일엔 세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지 뭡니껴
뭔가 싹수가 보이는 백성들 같기는 하지예?
아마도 전하의 총기를 이어받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더
그 시절에 해시계 물시계를 만드시고
비를 재는 측우기며 천문을 관측하는 여러 기구를 만드셨으니…
그렇기는 합니다만 전하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것은 실수였습니더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함을 불쌍히 여겨 글자를 만드셨다고 했지예?
전하의 그 측은지심이 세상을 이처럼 어지럽게 하고 있습니더
너도 나도 쉬운 한글을 다 익혀 제 뜻을 펴느라고 얼마나 시끄럽습니껴
비위에 조금만 어긋나도 욕을 하고 대모를 하고 난리도 아닙니더
장관이고 통령이고 물어 뜯겨 만신창인기라예
전하께서 훈민정음만 만드시지 않았더라면 어리석은 백성들을 어리석게 두어
후세의 통치자들이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을 터인데 말입니더
깨인 백성들 다 때려잡을 수도 없고… 그놈의 민주주의가 참 골칩니더
딸꾹!
교행(交行) / 임보
나는 열차에 편안히 누워 가고 있는데
그는 봇짐을 등에 지고 뙤약볕에 걸어오고 있다
나는 천진(天津)에서 심양(沈陽), 연길(延吉) 쪽으로 달려가는데
그는 압록(鴨綠)과 요하(遙河)를 건너 북진(北鎭)을 향하고 있다
나는 남의 나라를 넘어 내 나라를 보러 가고
그는 우리 땅을 건너 남의 땅을 보러 온다
내가 타고 가는 시간은 1993년 여름 이미 지명(知命)
그가 걷고 있는 시간은 657년 여름 겨우 불혹(不惑)
천 년을 서로 끌어당겨 우리가 만난 곳은
끝도 갓도 없는 요동(遙東)의 광야
태양은 용광로처럼 이글거리고
바람은 구름처럼 모래먼지를 일으킨다
옥수수 밭에서 하룻밤 묵은 그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서라벌로 되돌아선다
돌아가는 이유를 다잡아 물었더니
너처럼 타고 갈 것이 내겐 없지 않느냐
나도 도문(圖門)까지 갔다가는
되돌아왔다.
- 임보 시집 <자연학교> 에서
아침에 읽는 한 편의 시
학림다방에서
- 임보
대학병원에 들렀다가
모처럼 대학로를 어정거리고 있는데
낯익은 이름 <학림다방>이 보이기에
들어가 보았네
목조 마루에 목조 탁자
옛 배우들의 사진이 죽 걸려 있고
턴테이블에선 LP 음반이 돌며
'목련꽃 그늘 아래서'를 흘리고 있네
창밖을 내다보니
도서관이 있던 옛 캠퍼스 자리에는
낯선 상전(商殿)들만 점령군들처럼
위풍당당 들어서 있고
50여 년 전
세느* 개천가에서 놀던 그 시절이
아슴아슴 다가오려 하는데
옆 테이블의 세 여자가 떠드는 소리
자꾸만 내 기억을 가로막고 있네
검정색 작업복에 워커를 신고
쌍 과부집에서 김치 깍두기에 막걸리를 마시며
기고만장했던 그 친구들,
스크럼을 짜고 거리를 누비며
독재와 부정선거를 규탄했던 4.19의 주역들
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나?
튀는 놈은 국회의원도 되고
소심한 놈은 교수도 되고
아니, 건달도 되고 놈팽이도 되고
그렇게 저렇게들 지내다가
성급한 놈은 서둘러 이미 떠나가고
이젠 다 늙다리들이 되어
병원이나 드나들고 있는 신세로세
* 세느 : 학교 앞에 흐르던 작은 개울을 우리는 '세느'라는 애칭으로 불렀는데 지금은 복개되어 도로 밑에 묻히고 말았다.
- 시집 <사람이 없다>(시학, 2018)
* 감상 : 임보 시인. 본명은 강홍기. 1940년 6월(음력 1939년 5월 13일생) 전남 순천읍 인제리(麟蹄里)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하였습니다. 1988년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 현대시 운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충북대 국문학과 교수로 15년 재직하다가 지난 2005년 퇴임하였습니다.
1974년 첫 시집 <임보의 시들 59 - 74> 이후, <산방동동(山房動動)>(한국문학사, 1984), <목마일기>(동천사, 1987), <은수달 사냥>(문학세계사, 1988), <황소의 뿔>(신원문화사, 1990), <날아가는 은빛 연못>(시와시학사, 1994), <겨울 하늘소의 춤>(작가정신, 1997), <구름 위의 다락마을>(우이동사람들, 1998), <운주천불>(우이동사람들, 2000), <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영언문화사, 2002), <자연학교>(고요아침, 2004), <장닭 설법>(시학, 2007), <가시연꽃>(시학, 2008), <눈부신 귀향>(시학, 2011), <아내의 전성시대>(시학, 2012), <자운영꽃밭>(시학, 2013), <검은등뻐꾸기의 울음>(시학, 2014), <광화문 비각 앞에서 사람 기다리기>(시학, 2015), <산상문답(山上問答)-임보의 잠언 시집>(시학, 2016), <벽오동 심은 까닭>(시학, 2017), <지상의 하루>(움, 2017), <사람이 없다>(시학, 2018), <수수꽃다리-4단 시집>(움, 2019), <청산무>(움, 2020) 등 23권의 시집과 동인지, 시론 집 등을 펴냈습니다. 한국현대시협상, 성균문학대상, 시예술상본상, 상화 시인상, 윤동주 문학상(2014), 녹색 문학상(2017)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프랑스 상징주의 천재 시인 랭보(J. A. Rimbaud, 1854~1891)에 심취하여 그의 이름에서 따온 ‘임보(林步)’는 필명이며, 본명은 강홍기(姜洪基)입니다. 인수봉이 보이는 쌍문동 422-127번지 운수재(韻壽齋 ; 그의 집)에서 오래 살면서, 그 주변의 시인들과 <우이동 동인> 활동을 해 온 것이 그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시인 이생진, 홍해리, 채희문, 임보(강홍기)로 구성된 ‘우이동 시인들’이라는 동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임보’ 시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난 2009년 문정희 여류 시인의 시, ‘치마’에 대해서 답가 형식으로 쓴 그의 시 ‘팬티 – 문정희의 치마를 읽다가’라는 시로 인해 인구에 회자(膾炙)된 사건일 것입니다. 1947년 전남 보성 출신 문정희 시인과 1940년 전남 순천(곡성) 출신 임보 시인 간의 걸쭉한 남도 입담이 담긴 이 두 편의 시는 당시, 또 다른 중재 형식의 시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세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야한 듯하면서도 예술적인 시라고 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에 화답하는 듯 거침없는 시인들의 재치가 번뜩이는, 주고받는 시는 예술과 문학 세계의 풍류를 만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오늘 감상하는 시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학림다방’과 연관된 추억을 소재로 삼아 ‘이젠 다 늙다리들이 되어 / 병원이나 드나들고 있는 신세로세’라고 팔십 인생을 살아온 노(老)시인이 회한에 젖어 노래한 시입니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대학로 서울대 문리과대학 건너편에 있던 <학림다방>은 1956년 개업하였으며 비록 처음 개업했을 당시의 그 건물은 아니지만(1983년에 그 자리에 있던 노후 된 건물은 철거 후 신축되었음) 신축 후 같은 이름과 고풍스러웠던 같은 인테리어를 유지하며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으니 67년째 이어오고 있는, 대학로에서는 가장 오래된 가게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관악 캠퍼스로 이전하기 전까지 서울대학생들의 휴식처이자 아지트였으며, ‘서울대 문리대 제 25강의실’이라는 별칭이 주어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학림다방은 꽤 인기 있는 장소로 사람들이 찾고 있는데, 그 이유는 <별에서 온 그대>, <응답하라 1988>, <지붕 뚫고 하이킥> 등의 드라마 촬영 장소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이 자주 갔던 단골 가게이기도 하며, <응답하라 1988>을 통해서 쌍문동과 더불어 이곳이 알려지면서 옛 추억을 느끼려는 중노년층과 옛날 분위기에 관심이 있는 젊은 층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할 정도로 상당히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아마도 어느 날 서울 대학병원을 다녀오던 시인의 눈에 옛 추억을 새록새록 나게 하는 ‘학림다방’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나 봅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들어가서 옛 추억을 되살리는 자리에 앉아 지나간 50년을 꿈꾸듯이 생각하며 상념에 빠졌습니다.
‘검정색 작업복에 워커를 신고 / 쌍 과부집에서 김치 깍두기에 막걸리를 마시며 / 기고만장했던 그 친구들, / 스크럼을 짜고 거리를 누비며 / 독재와 부정선거를 규탄했던 4.19의 주역들 / 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나?’
싱싱한 에너지로 대학로 거리를 누볐던 그 옛날의 주인공들은 어디로 갔나 자문하고, 그다음 연에서 대답하는 형식으로 시는 전개됩니다. 그리고 시인의 상념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집니다. 늦은 나이에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본인의 표현대로 ‘운 좋게’ 오십이 넘은 나이에 대학의 ‘교수’ 자리를 하나 꿰찼던 자신을 생각하면서, ‘소심한 놈’이라고 표현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튀는 놈은 국회의원도 되고../ 건달도 되고 놈팽이도’ 되기도 했지만 ‘그날의 주역들’ 모두가 ‘이젠 다 늙다리들이 되어 / 병원이나 드나들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고 노래하는 시인의 마음이 쓸쓸하게 전해져 옵니다.
나이가 드는 것을 나이대별 ‘평준화’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나이 마흔이면 지식의 평준화라고 합니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석사인지, 박사인지, 또 해외파인지 국내파인지 별 상관이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오십 대가 되면 미모나 인물 평준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미스 코리아 출신인지 키가 크든 작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비교해 본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는 이야기입니다. 육십 대가 되면 성의 평준화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또 정력이 세든 약하든 그것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칠십 대가 되면 물질의 평준화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이나 매일 매일 쓰는 돈은 정해져 있으며 아무리 돈 자랑을 해 봤자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여든이 되면 건강의 평준화입니다. 시인이 노래했듯이, ‘다 늙다리들이 되어 / 병원이나 드나들고 있는 신세’가 되어 모두 다 약봉지 잔뜩 끼고 사는 처지가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흔이 되면 ‘생의 평준화’입니다.
지난 2018년 전 세계적으로 소위 ‘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 임보 시인이 자신의 공식 카페에 발표한 ‘미투(美鬪)’라는 제목의 시 때문에 논란의 한가운데 선 일도 있었습니다.
미투(美鬪)
- 임보
진달래가 벌에게 당했다고 하니
민들레도 나비에게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매화 산수유 복숭아 살구 자두들이
떼를 지어 ‘나두! 나두! 나두!’
아우성을 쳤다
드디어
벌과 나비들이 얼굴을 싸쥐고
운둔에 들어갔다
그래서 그해
과일나무들은 열매를 못 달고
세상은 깊은 흉년에 빠졌다
- 다음 카페 <자연과 시의 이웃들> 詩/ 신작詩(2018.3.21.)
시인은 거꾸로 나이를 드는지, 정년 퇴임을 한 후에 낸 시집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활발한 시작 활동으로 왕성한 필력을 자랑할 뿐 아니라 시를 통해서, 자발적으로 삶 속에서 논란이 되는 뜨거운 이슈 한가운데로 선뜻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나이 듦의 평준화 이론’은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천편일률적인 공식은 아닌 듯합니다. 앞으로도 임보 시인의 정진을 응원합니다.
1.사월
도대체 이 환한 날에
누가 오시는 걸까
진달래가 저리도
고운 치장을 하고
개나리가 저리도
노란 종을 울려대고
벚나무가 저리도 높이
축포를 터뜨리고
목련이 저리도 환하게
등불을 받쳐들고 섰다니
어느 신랑이 오시기에
저리도 야단들일까?
임보
2.내 앞에서 / 임보
나도 모르게 꽃이 핀들 뭘하나
나도 모르게 새가 운들 뭘하나
아, 나도 모르게
그대가 왔다 간들 뭘하나
천리 밖에 피는 꽃들 어이 알리
천리 밖에 우는 새들 어이 알리
아, 천리 밖에서
그대가 노래한들 어이 알리
나도 없는데 잔치마당 무슨 소용
나도 없는데 풍악잡혀 무슨 소용
아, 나도 없는데
그대가 춤을 춘들 무슨 소용
내 앞에서 꽃이어 피어다오
내 앞에서 새들이여 울어다오
아, 내 앞에서 그대여
춤도 노래도 보여다오
임보시1939~

작성자:우천작성시간:2023.08.03 조회수: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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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음식 간보기
-임보-
아내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마다 내 앞에 가져와 한 숟갈 내밀며 간을 보라한다. 그러면 ˝음, 마침맞구먼, 맛있네!˝ 이것이 요즈음 내가 터득한 정답이다. 물론, 때로는 좀 간간하기도 하고 좀 싱겁기도 할 때가 없지 않지만― 만일 ˝좀 간간한 것 같은데˝ 하면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뭣이 간간허요? 밥에다 자시면 딱 쓰것구만!´하신다. 만일 ˝좀 삼삼헌디˝ 하면 또 아내가 한 입 자셔 보고 나서 ˝짜면 건강에 해롭다요. 싱겁게 드시시오" 하시니 할말이 없다. 내가 얼마나 멍청한고? 아내 음식 간 맞추는 데 평생이 걸렸으니 정답은 ˝참 맛있네!˝인데 그 쉬운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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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쉬운데도 답을 몰라 헤메일때가 많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정답이다. 사과를 바라면 사과를 해주고, 용서를 바라면 용서를 해주고. 사랑을 바라면 사랑을 주고.. 돈을 바라면 돈을 주고(?) ㅋ 이건 아닌가? 암튼, 단순한 것이 때로는 가장 어렵기도 하다. 이 시는 배려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준다. 사투리도 정겹고 아내와 나누는 반존대도 아름답다. 한입 자셔본다, 하시니 등과 같은 예의 갖춘 높임말. 맘에 들지 않아도 "딱,좋네 맛있네" 라는 칭찬이 정답이 되는 그게 바로 사람과 사람사이, 사랑을 전해주는 방법이 아닐까. 요즘 약속이 늘었다. 만나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더 많이 사랑하고 표현해야겠다. 💕 #꾸밈 #꾸밈추천시 #임보시인 #정답은없다 #사랑하는마음 #표현 #전달 #배려 #상대를먼저생각하는것 #사랑시 #동감 #좋은시 #좋은시추천 #칭찬은고래도춤추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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낟알을 다 뜯기고 만신창이로 들판에 버려진 지푸라기
그러나 새의 부리에 물리면 보금자리가 되고
농부의 손에 잡히면 새끼줄이 된다.
세상에는 낟알처럼 뜯기고 뜯기어
상처투성이로 버림받고
생의 의욕을 상실한 착한 사람들도 많으리라. 지푸라기처럼 한심해 보였던 인생도
삶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분명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지리라.
누군가의 좋은 만남의 인연으로
새끼줄이 되고 둥지가 되리라.
임보 시인의 < 지푸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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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환한 날에 누가 오시는 걸까
진달래가 저리도 고운 치장을 하고
개나리가 저리도 노란 종을 울려대고
벚나무가 저리도 높이 축포를 터뜨리고
목련이 저리도 환하게 등불을 받쳐 들고 섰다니 어느 신랑이 오시기에 저리도 야단들일까?
- 임보 시인의 <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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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을 어떻게 얻지? / 임보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혼자서 쓸쓸히 생각한다
내가 지금 세상을 떠난다면
슬퍼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내가 목 메어 할 것이고
자식들이 안타까워 할 것이고
몇 친구들이 서운해 할 것이다
그리고는 며칠 뒤 세상은 세상은 온통
잠잠해질 것이다
1년 쯤 지나면
혹 어떤 모임에서 추모 시낭송회라도
마련해 줄려나?
나는 세상을 다 잃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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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들의 길 ㅡ ㅡ ㅡ 바람들의 길 / 임 보
언덕 위에 서면 바람들의 길이 보였다
바람들도 빛깔이 있었다
투명하지만 색유리처럼 맑고 깨끗한 빛깔이었다 감귤밭을 넘어온 남풍은
노오란 빛 전나무 숲속을 빠져나온 북풍은
청록빛 쪽빛 바다를 밟고 온 서풍은
남빛이었다
바람들은 들판에서 서로 만나
오색 실타래들이 꼬이듯
몸을 부비며 돌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바람의 실가닥은 풀리어
초가집 사립문 틈으로 슬며시 스며들기도 하고
어떤 가닥은 잠자는 송아지 코 속으로 조용히 빨려들기도 했다
문득 꺽꺽꺽 장끼 한 마리
숲을 깨고 솟아오르자
황 록 청 백 홍 오색 바람들이
소용돌이 치며 몰려와
눈부신 날개를 허공에 만들었다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았더니
이 어찌된 일인가
감귤밭을 향해서는 다시 황색 바람이
쪽빛 바다쪽으론 다시 남색 바람이
전나무 숲으론 다시 청록색 바람들이
떼를 지어 달려가고 있었다.
#제주 #감귤밭 #바람 #한라산 #시스타그램 #감성시 #임보시인 #막찍사 #사진이야기 #요세비스타일 #🇰🇷
지상의 하루 ㅡ 전주 자만벽화마을 ㅡ ㅡ ㅡ
지상의 하루 / 임 보
우리가 여기 오기 위해
몇 억만 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가
우리가 여기 이렇게 서기 위해
몇 억만의 우리 조상들 몸을 빌어
그렇게 숨어 흘러내려 왔는가
아 우리가 바로 이런 우리이기 위해
이 손과 발 이 가슴과 머리
바로 이러한 우리이기 위해
끝도 없는 저 우주로부터
무량의 빛과 구름을 모아
이 육신을 그렇게 빚었거니
오늘의 이 청명한 지상의 일기
산과 바다 저 찬란한 자연의 풍광
천둥과 바람 저 감미로운 자연의 운율
이보다 더 고운 낙원이 어디 또 있겠는가
천국을 팔아 지상을 더럽히는 어리석은 자들아
혹 그대 오늘의 삶이 그렇게 고되고 괴로움은 그대의 헛된 욕망과 미망 때문일 뿐
눈부신 이 지상의 하루
몇 억만 년만의 황홀이거니
깨어있는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면
그대의 집 뜰이 낙원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음을 비로소 눈물겹게 맞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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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 꼭 창문밖 불빛이 별, 스럽네요 🌠 #별이보고싶은밤
- 어둠을 탓하지 말라
모든 빛나는 것들은 어둠의 어깨를 짚고
비로소 일어선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들이 더 반짝이듯
그렇게 한 시대의 별들도
어둠의 수렁에서 솟아오른다
임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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