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제도가 없는 나라인 셈이다. 법률상 사형은 있지만 1997년 12월 30일 이후 26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6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던 까닭에 최근 뜻밖의 문제점이 발생했다.
형을 선고받고도 일정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을 경우 '형의 시효 완성'으로 보고 그 집행을 면제하는 법률(형법 제66조, 제78조) 때문이다.
사형의 경우 형시효 완성은 30년, 무기징역은 20년이다. 예를 들어 궐석재판을 통해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이가 20년간 잡히지 않는다면 형을 면제받는다.
이 논리를 사형수에 적용할 경우 사형집행을 30년 동안 당하지 않았다면 풀어달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런 예가 없었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사형을 확정받고 30년 가까이 집행을 받지 않는 사형수 '원언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 15명을 죽인 원인식, 오는 11월 23일이면 사형 형집행 시효 30년 완성
원언식은 1992년 10월 4일 강원 원주시에 위치한 왕국회관(여호와의 증인 예배당)에 불을 질러 15명이 죽고 25명이 다치게 했다.
원언식은 1993년 11월 23일 대법원으로부터 사형을 확정받고 17일 현재 29년 5개월 4일간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상 최장기 복역 사형수다.
앞으로 6개월여 뒤면 사형 형시효가 완성돼 형법 제66조(형의 시효의 효과)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이 면제된다'는 규정에 따라 원인식을 교도소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할 수도 있다.
◇ 법무부 "시효중단됐다고 봐야"…학계 "구금 근거 사라져, 계속 구금할 경우 종신형 돼"
법무부는 '사형 시효가 진행되지 않아 법적 지위 변경 없이 계속 구금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형수를 구금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해 손수조 변호사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풀려난다고 단정하기는 어지만 혼란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법무부는 형법 80조(사형은 수형자를 체포함으로 인해서 시효 중단)을 주장하고 있고 다른 쪽은 △사형을 집행할 수 없게 되면 더 이상 사형수가 아니어서 붙잡아둘 근거가 없다, 계속 구금하면 우리 법에 없는 종신형과 유사해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손 변호사는 "올해 11월 원언식을 시작으로 내년, 내후년 같은 상황의 사형수들이 계속 나오게 된다"며 "법 개정는 시간이 촉박하면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만들어서라도 풀려나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다.
◇ 복역중인 사형수 모두 59명…최고령 85세, 최연소 33세
이런 논란을 의식한 법무부는 지난 13일 '집행 시효 대상에서 사형을 제외하자'는 내용의 형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한편 27일 현재 우리나라 사형수(선고 확정 기준)는 모두 59명으로 원언식이 최장기 복역수다.
최고령 사형수는 2007년 전남 보성 어부연쇄살인 사건을 저지른 오종근으로 1938년생, 85살이며 최연소자는 1990년생인 장재진이다.
장재진은 사형수 59명 중 가장 최근 확정선고를 받았다. 2014년 5월 대구에서 전 여자친구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2015년 8월27일 사형확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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