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중심주의[公判中心主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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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을 놓고 논란이 심하다. 검찰 총장이 유감 표명을 하고 변협이 사퇴를 촉구하였다. 대법원장은 왜 그런 발언을 하였으며, 검찰과 변협은 왜 발근할까?
그 중심에 공판중심주의[公判中心主義] 에 대한 논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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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중심주의[公判中心主義]
공판기일에 있어서의 소송절차를 중심으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하고, 법관의 심증형성(心證形成)도 공판기일에서의 당사자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이는 사건의 심리를 공판기일에서의 심리에 집중시킴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호하고 심리를 효율적으로 집약하여 재판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 직접심리주의·구두변론주의·공개주의 등의 원칙을 채용하고 있다.
직접심리주의란 공판정에서 직접 심리한 신빙성있는 증거에 의해 재판을 수행해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현행 형사소송법상 직접심리주의를 표현한 규정으로는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배제(형사소송법 제310조의 2), 판사가 경질된 경우의 공판절차의 갱신(제301조), 증거조사시에 증거서류를 낭독하고 증거물을 제시하도록 하고(제292조), 법원이 필수적으로 증거조사를 해야 하는 규정(제291조) 등이 있다. 그리고 구두변론주의는 법원이 당사자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재판을 진행해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형사소송법 제37조 1항에 규정되어 있다. 구두변론주의와 관련된 규정으로는 피고인에게 이익되는 사실을 진술할 기회를 주고(제286조), 증거조사에 관한 의견진술권(제293조)과 증거신청권(제294조) 및 증거조사에 관한 이의신청권(제296조) 등이 있다. 또한 공개주의라 함은 특정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을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다(헌법 제27조 3항).
이와 아울러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형사소송법상의 이러한 원칙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형사소송법 규칙에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가 규정되어 있다(형사소송법 규칙 제118조 2항). 이는 법관은 사건을 심리하는 데 있어서 검사가 작성한 공소장만을 기초로 하여 재판에 임해야 하며, 사건에 대한 법관의 선입견이 생길 우려가 있는 서류나 기타 물건을 공소장에 첨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판중심주의도 상황에 따라 제한받을 수 있다. 상소심은 그 성격상 제증거나 소송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한도 내에서 공판중심주의가 제한되며, 약식절차나 법정 외의 증인신문(제165조)과 수사단계에서의 증인신문(제221조의 2) 등에 있어서도 공판중심주의가 제한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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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중심주의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
우리나라가 형사소송법을 제정한 것은 1954년이었다. 그 이전 일제 형사소송법의 예심제도를 버리고 공판중심주의로 전환한 새로운 법이었다. 그로부터 50성상이 흘러서 대법원장이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발언을 며칠 쏟아내니 세상이 시끄럽다. 법조계 현실이 50여년 동안 어떠했기에 이럴까.
법정의 현실은 공판중심주의가 아니라 조서재판이었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재판장 등이 ‘피고인이나 증인이 (어떤 사실을) 듣고 본 적이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공판중심주의에 가깝다.‘피고인이나 증인이 검찰에서 듣고 보았다고 진술했는데 진술한 사실이 있나요.’라고 물어보고 이를 증거나 진술로 채택하는 것은 조서재판이다. 아직도 법정에서는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했죠.’,‘안 했죠.’라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흔히 본다.
구속영장 심사 강화와 마찬가지로 피고의 인권 보호를 위해선 피고인과 검사가 대등한 입장에 서는 공판중심주의가 이론상 타당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이론대로만 되는가. 공판중심주의에 대해선 걱정도 많다. 우선 재판에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재판부를 늘려야 한다. 즉, 판사를 많이 임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로 시간에 쫓기는 판사가 진술과 증인 채택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면 재판의 공정성이 문제될 수 있다. 최근 재경부 출신 고위 공무원 등 뇌물 수수 혐의 피고인이 9명이나 되는 재판에서는 증인이 100명 신청됐는데 40명쯤으로 제한키도 했다. 셋째로는 증인 채택, 변론 재개 등을 둘러싸고 판사가 전관예우나 친분에 따라 차등 대우를 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넷째, 피해자나 목격자가 검찰 단계에서 진실을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번복할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법조인도 적지 않다. 검찰은 이 대목에서 ‘수사 못해 먹겠다.’는 거친 말을 쏟아낸다.
설화(舌禍) 수준인 대법원장의 표현이야 유감스럽지만, 그 취지가 바른 방향이라고 한다면 법조 3륜이 우선 서두를 일은 판·검사 인력 충원이다. 판사 1인당 사건처리건수가 OECD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현실에서 공판중심주의는 구호로 끝날 수 있다. 대법원장의 다음 투쟁 대상은 ‘예산’이 됨직하다.
[서울신문 2006-09-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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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발언은 공판중심주의를 지키지 않는 풍토에 대한 비판 "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 "이번 이용훈 대법원장 발언은 공판중심주의에 근거해 재판장에서 치열한 진실 다툼을 벌이기보다는, 대부분 검찰이나 경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심문조서와 검찰의 공소장, 변호사의 변론 요지를 놓고 재판을 하는 그릇된 풍토에 대한 비판이며 현재 재판정의 공판중심주의에서 벗어난 풍토는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 매우 원칙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교수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언론에서는 검찰 총장이 유감을 표명한 것과 변협이 사퇴를 촉구한 것에 대해 큰 파장이라고 보도하는데, 법조 이외의 세력 간에 감정적 다툼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국민들 입장에서도 큰 파장인지는 모르겠다. 대법원장의 말에 대해 검찰총장이 유감을 밝힌 게 처음 있는 일이고, 변협이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한 게 드문 일이어서 언론에 비중 있게 소개되는 건 이해할만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도 큰 파장인지는 의문이다.
- "서류보다는 구술 변론이 중요하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
외국영화를 보면 재판장에서 변호사와 검사가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국에선 실제로 그런다. 근데 우리나라의 경우 형사법정에 가보면 피고인에게는 말할 기회도 안 주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재판장에서 치열한 진실 다툼을 벌이기보다는 대부분 검찰이나 경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심문조서와 검찰에서 제출한 공소장을 놓고 재판을 하기 때문이다. 공판중심주의라는 건 공판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서라는 건 종이에 어떤 일에 대한 사실 여부를 질문해서 적는 건데, 종이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보다는 피고인의 얼굴을 마주하고 그 사람의 눈빛을 보고 육성을 들어야 훨씬 더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판사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변호사의 변론 요지나 검사의 조서가 재판의 거의 전부를 좌우했다. 대법원장은 이런 것이 문제가 있으며, 이것은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매우 원칙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
- "변호사들의 서류는 사람 속이려고 말장난 한 것이다"라는 표현은?
약간 적절하지 못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그 발언이 나온 장소를 생각해야 한다. 대법원장이 지방순시를 하면서 식구들끼리 있는 곳에서 한 얘기다. 그래서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리고 발언은 문맥이 중요한데, 서류를 집어던지라고 한 것은 그만큼 신중하게 검사나 변호사에게 얽매이지 말고 진실만을 추구해라, 편견을 버리라는 뜻으로 보인다. 변호사, 검사, 판사는 사법연수원에서 2년 동안 함께 교육을 받은 동료집단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이해와 요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게 언제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불만이었다. 피고인 얘기보다는 검사 얘기를 더 신뢰하고, 오랫동안 봐왔고, 동료집단이고, 판사도 나중에 퇴직하면 변호사가 되고. 그런 연고 속에 얽혀있으면서 제대로 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거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걸 대법원장이 식구들 앞에서 과격하게 표현한 것이다.
- 법원도 반성할 게 많은데 왜 그런 부분은 표현하지 않았을까?
집어던지라는 표현은 판사들이 재판할 때 검사나 변호사에 의존해서 재판했다는 성찰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여태까지 검사가 써준 조서나 변호사가 써준 변론 요지를 보고 재판하지 않았다면 법원장 입장에서 그렇게 말할 이유는 없다.
▶ 진행 : 신율 교수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월~토 오후 7시~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