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을 피하고 복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터를 찾는 이론을 풍수라고 한다.
풍수에는 산(山)의 모양이나 산줄기의 흐름을 보고 기(氣)의 흐름을 찾는 형기론(形氣論)과
산(山)의 모양을 사람 또는 동물의 모양으로 보고 혈(穴)을 찾는 형국론(形局論)이 있다.
가장 훌륭한 풍수로는 비보(裨補)를 꼽을 수 있다. 내 마음에 맞는 자연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비보풍수의 원조는 도선국사이다.비보없이 풍수를 이야기 할 수 없다.
용인에서 5000개의 무연고 묘를 파 봤다. 이 중에는 회를 쓴 묘도 있고 옷나무로 만든 관도.
부장품으로 청자 등 귀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아 명가의 무덤도 적지 않았다.
좌향(坐向)으로는 분명 명당에 쓴 묘였다.그 묘의 유골은 곳곳에서 시커멓게 탄 것이 보였다.
여러 조건을 내세워 좋은 터(명당)를 고르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흙이다. 흙중에서도 황토가 으뜸이다.
황토은 토기(土氣)를 잔뜩 담고 있는 흙으로 이 속에 들어있는 것은
그 어떠한 것도 생명력을 보호받고 있어서 그 생명이 오래토록 유지된다.
우리 인간은 죽으면 흙이 된다. 우리가 좋은 흙에 묻히면 바로 유골은 황토로 변한다.
묘자리에서 유골이 시커멓게 타버렸다면 그 곳은 결코 명당일 수는 없다.
황토는 24k 금과 같다. 황토 덩어리는 물에 넣으면 그냥 녹는다.
황토는 인간과 자연을 잇는 이음새 역할을 한다.
서로 끈적하게 엉겨붙는 응집력을 키우는 것이 황토이다.
물은 지장수가 좋다.바로 황토 때문이다.
지장수는 동의보감에 유일한 독버섯 중독 치료법으로 소개될 만큼 해독작용이 탁월하다고 했다.
오랜 세월 태양에너지를 비축한 황토를 60cm이상 파고 들어가면 푸른색을 띠는 '지장대(地漿帶)'가 나타난다.
이 지장대에 깨끗한 물을 붓고 복숭아나무로 21회 휘저은 뒤 1시간 가량 가라앉히면
윗부분에 남는 약간 누런 빛이 도는 물이 지장수이다.
우리 인간도 황토나 황토분이 있는 마사에 묻히면 황골이 된다.
그 황토나 황토분이 깔려있는 곳이 명당이다.
명당은 신비한 곳이다.잘 쓴 명당의 묘를 잘 못 건드리면 화를 입는다.
얼마전 경험한 일이다.명당 묘의 관을 열다 그 자리에서 급사한 후손을 봤다.
가능하면 묘는 함부로 옮기지 않는 게 좋다.
명당은 완벽하지 않다.우리 인간이 만드는 게 명당이다.
우리 인간의 생각이 명당을 만든다 우리 생각이나 관념이 명당을 만드는 것이다.
강원도 삼척에 있는 준경묘(濬慶墓)가 바로 우리 관념이 만든 명당이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기 160여년전에 생겨난, 조선의 개국 신화를 안고 있는 묘이다.
이성계의 고조부 이안사(李安社)는 전주에서 고을 지사와 다퉈 외가인 삼척으로 이사를 와 살던 중
부친 양무(陽茂)의 상을 당했다. 묘자리를 찾아 헤매다 고목밑에서 쉬고 있었다.
지나가던 고승으로부터 "천하명당"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 스님은 이안사에게 100마리의 소와 황금관으로 이곳에 묘를 쓰면 후손이 왕이 된다고 말한다.
이안사는 궁리끝에 100마리(百) 대신 흰(白) 소와 황금빛 귀리짚으로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게 훗날 조선을 연 모태가 됐다는 게 백우금관(百牛金冠)의 전설이다.
바로 관념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명당이라고 할 수 있다.
준경묘 주변은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빼곡하다.
나무속 기둥이 누런 창자같다고 해 황장목(黃腸木)이라고도 하고, 금강석처럼 단단하다고 해
금강송(金剛松)이라고도 하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수백그루 모여 수려한 숲을 이룬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지혜>를 구하는 것이 풍수이다.
풍수적으로 부족한 땅의 기운을 인위적으로 보충해주는 것을 비보(裨補)다.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는 것이다.
조선 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은 남향을 하고 있는 명당이다.
조선의 내노라하는 풍수전문가들이 최고의 명당으로 잡은 궁궐터이다.
그래도 부족한 게 경복궁 터이다.
관악산의 화기를 한강수가 차단해준다고는 하지만 역부족하여
수성(水性)이 강한 물짐승인 해태상을 대궐문 앞에 관악산을 바라보게 하여 세웠다.
또 남대문의 현판을 '숭례문(崇禮門)'이라고 하여 다른 문과 다르게 세로로 세웠다.
관악산의 화기를 화기로 제압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진짜 풍수는 우리 정신세계에 있다.
개미나 새도 바람과 기온의 변화 등을 감지해 적응한다.
그 개미나 새도 이렇게 풍수를 알고 지혜롭게 견뎌낸다.
우리는 개미나 새가 알고 있는 그 풍수를 잘 모르고 있다.
자연이 말해주는 풍수는 우리는 들어야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단히 충분한 사인을 준다.
우리 인간은 다른 사람의 섣부른 이야기를 듣고 이 자연의 아야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진짜 풍수를 모르고 산다.특히 오늘날 우리 한국인이 더욱 그렇다.
얼마전 미국 MIT공대에 다니는 우리 교포 학생들이 한옥학교에 공부하러왔을 때
들은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자연 환경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배우는 걸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그들은 자연이 이야기하는 무수히 보내고 있는 사인을 읽어내는 능력을 함양하기위해 뛰고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바람이 불면 나무를 심고 우리 환경을 지켰고
우리의 삶의 터전을 명당으로 만들었다.
전쟁이나 재난으로 우리 인간이 집에 갇혀 물이 고갈됐을 때를 대비해
우리는 물줄기를 집안으로 끌여들여 활용하면서 내명당수로 삼아
또 명당을 만들어 살았다.
음택(陰宅)은 부족하면 파서 보완했고 양택(陽宅)은 돋궈 비보해 명당으로 만들었다.
어느 인물이 사느냐에 따라 명당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너무 좋은 것만 찾는다. 그게 병이다.
어느 곳에서도 사람은 살 수 있다.지기(地氣)를 받고 살아야 한다.
황토에서는 가장 좋은 기운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 영국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황토에는 행복을 만들어내는 물질이 발견됐다"고 했다.
그래서 한옥을 지을 때 꼭 흙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수맥은 피해야 한다. 터를 잡을 때 반드시 수맥은 피해주었으면 한다.
예민한 사람은 수맥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수맥은 뇌파를 혼돈시키는 등 인체에 여러가지 폐혜를 준다.
수맥은 차단해야 한다. 그 차단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여 온 비법에서 우리는 수맥을 차단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197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첨단 기술로 경판전을 새로 짓고 일부 경판을 옮겨 놓았다.
그러자 700여 젼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던 경판이 갈라지고 비틀어지는 일이 일어났다.
그래서 경판을 옛날 건물로 다시 옮겨 놓아야 했다.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 지혜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자연의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서 대장경판을 오래 보좐할 수 있도록 지었다.
장경판전은 한번 들어온바람이 오랫동안 건물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창의 크기를 달리했기 때문이다. 장경판전의 벽면에는 위아래로 두 개씩의 창이 있다.
창의 크기가 서로 다르고 앞쪽에 있는 창은 위쪽을 작게 만들고 아래쪽을 크게 만들었다.
뒤쪽의 창은 그 반대로 아래쪽이 작고 위쪽이 크다.
바깥의 공기는 큰 창을 통해 들어오고 작은 창을 통해 나가기 때문에
창문을 서로 다르게 만들면 건조한 공기가 오랫동안 머물수 있다.
그래서 나무판전에 습기가 차지 않는다고 했다.또한 장경판전은 햇빛도 잘 든다.
햇빛은 나무의 재질을 변질시키지만 이끼와 곰팡이의 번식을 막고,
적외선은 찬바달의 흙을 데워주는 역할을 한다.
장경판전에 들어오는 햇빛은 경판꽃이는 피하고 바닥에만 비추도록 되어 있다.
나무로 된 경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장경판전의 온도와 습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됐다.
특히 장경판전 내부의 흙바닥에는 숯과 횟과루,소금을 모래와 함께 차례로 깔아 습도를 조절하도록 하였다.
숯과 소금 황토를 혼합한 물질을 깔아주면 수맥의 파장을 기가 막히게 잡아준다.
땅을 파고 나서 거기에서 나온 흙을 다시 그 곳에 묻어두었을 때
그 흙이 푹 들어가면 그 곳은 명당이 아니다. 자연상태를 유지하면 바로 그 곳이 명당이다.
산에 있는 나무에게서 우리는 지혜를 얻는 것도 좋다.
목수가 나무를 베러 산에 가면 나무들이 서로 베어가라고 나선다.
50년 된 나무를 베어 목수는 명품 한옥으로 지어 그 수령을 500년 1000년으로
연장시켜 주니까 나무는 서로 목수를 반긴다.
그러나 나무꾼에게는 그렇지 않다.서로 찡그리고 피한다.
나무꾼에게 간 나무는 바로 땔감으로 소멸되어 버린다.
풍수에서 동기감응한다고 한다.
동기감응은 같은 기(氣)끼리 서로 감응하면 상승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풍수의 법은 물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바람을 간직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藏風得水)라고 하였다.
하늘에서 땅으로,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생명에너지의 순환으로 하늘로 상징되는 양(陽)은 움직임이요
발산이지만 땅으로 상징되는 음(陰)은 멈춤이요 수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늘의 양기가 땅으로 스며들어 일정한 생명리듬을 갖춘 생기(生氣)가 되고
그 생기가 다시 적절한 지점에서 양으로 발산하는 원리에 입각하여 발복(發福)하는 시스템이
바로 우리가 찾는 풍수이고 그렇게 얻은 땅이 명당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터는 또다른 자연이다.
땅에 대한 사랑,그것이 풍수의 근본이다.땅은 바로 흙이다.
자연을 자연스럽게 놓고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완벽한 명당은 없다. 다 부족하기 마련이다.부족하면 보완해서 만들면 그게 명당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인간과 자연과의 합일(合一)을 풍수의 최고의 가치로 삼았는 지 모른다.
<이상은 이종은 한국전통건축학교장이 26일 서울 북촌에서 진행한 올해 마지막 한옥이야기 <터>를
정리한 글입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잘 정리해줘 謝謝
엄청 반가웠습니다.
공부 잘 하는 사람은 정리를 잘 한다했던가요. 복습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