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주문진 시장을 가려고 하는데요,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주문진 시장! 이짝으로 쭈욱가다가 왼쪽에 표지가 있어~”
우중,바쁜 걸음을 가다가도 길을 묻는 나와 손양에게,
친절한 손짓으로 주문진 시장 가는 길을 알려주시는 주문진 어른들의 정성에도,
나는 주문진 시장을 쉬이 찾지 못했다.
이유는 이러했다.
내가 말하는 주문진 시장은 신선한 수산물을 취급하는 ‘주문진 수산 시장’이었고,
주문진 사람들이 일러주었던 주문진 시장은
오랫동안 주문진의 대표시장 역을 맡고 있는‘주문진 중앙시장’을 이름이었던 것.
주문진 사람들에게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수산시장으로 꼽히는 ‘수산물 시장’부터
‘건어물 시장’,‘주문진 중앙시장’을 통틀어 ‘주문진 시장’으로 불리우고,
사실 위치적으로도 세 시장이 모두 근접 거리에 있음에도
주문진을 처음 찾는 이방인에게는 이 세 곳의 시장을 찾기는 미로찾기 같았다.
서로 다른 ‘주문진 시장’을 손양과 찾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지만
대신에 즐거운 골목여행을 할 수 있었다.주문진은 참 특별한 곳 같았다.
주문진에 가면 항구 특유의 수산물과 건어물과 같은 풍경만 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람 냄새 물씬한 골목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손양과 ‘주문진 시장’이 아니라
고즈넉한 ‘주문진 골목 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될 정도로
마을과 시장은 골목을 끼고 형성되어 있는 따뜻한 항구 마을이었다.
어쨌든 주문진 수산시장을 옳게 찾았다.
항구쪽의 대형 주차장을 중심으로 양 쪽으로 늘어선 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 마침 눈에 띄이는 ‘안내센터’를 찾아가 느닷없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양 쪽 모두가 수산시장인가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서요”
쏟아지는 내 질문이 감당 안 되어서인지 친절한 안내센터 직원은
금쪽같은 책자를 한 아름 내 가슴에 안겨 주었다.
그 자료를 보니 주문진 시장의 원래 위치는
지금의 수산시장 북쪽 공터에서 시작하여 항구쪽으로 길게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한 30여년 전 쯤 수산시장은 공판장이 있던 자리에 지어진 지금의 건물로 이사했고,
5년 전 쯤 주차장 맞은 편의 시장은 조금 더 현대화된 시설로 리모델링 되었다고.
두 곳의 분위기는 같으면서도 달랐다.
우선 가격적인 면에서는 주문진 부두 근처의 시장이 조금 더 저렴했다.
그러나 그런 가격적인 것은 사소로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확연한 공통점이 도드라지게 내 시선을 사로 잡았던 것인데
그것은 ‘밝고 활발한 기운’이었다.
“어르신 고우세요. 어르신 얼굴은 안 나오게 손하고 대게하고만 해서,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
“사진 찍을라믄 얼굴이 나와야제 ~ 이쁘게 찍어줘~”
그렇게 모델을 자청하고 나선 수산시장 어르신의 표정에서는
동해 앞 바다에서 펄떡이는 생물들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어르신,요즘 장사 잘 되세요? 잘 되어야 할텐데! ”
“암, 이번 주만 명절이라 고향 간다고 한산하제,
다른 때는 사람들이 항상 몰려와.수산시장은 우리 주문진이 최고제~“
우리 주문진이 최고라고 말씀하시는 가게 주인 할머니의 모습은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요즘 재래시장이 살아나야 한다고 하지만,시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였다.
그런데도 주문진 시장은 근간 찾아 본 시장 가운데는 가장 활발한 곳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시장을 돌아보다 나는 그 중의 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 하나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주문진 시장의 신나는 변화의 중심에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의 노력이 있었단다.
주문진의 가자미,오징어,고등어,큼직한 알이 일품인 도루묵은
주문진의 겨울에 가장 맛이 좋다.어획량이 많기 때문에 값이 저렴한 편이지만
맛은 고급 생선 못지 않다. 50마리에 만원이라니 빠듯한 서민들에게도
반가운 생선이다. 손양과 대관령 횡계를 여행시마다 자주 들리던 식당에서는
그 흔한 양미리의 어획량이 줄어서 작년에는 상에 올리지 못했기에
무엇보다 주문진에서 본 ‘양미리’는 반갑고도 고맙기까지 했다.
연말에서 봄까지 주문진을 비롯한 동해안 포구에서 많이 잡히는 홍게가 그득한
주문진 시장을 둘러보자니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살이 찬 것으로 보자면 북한산 대게나 바다 건너온 러시아산이 앞서지만
‘신토불이’라고 했던가,국내 홍게가 맛으로는 제일이라며
엄지 손가락 쭈욱 내민 주문진 수산 시장 사람들 때문에.....
“홍게 좀 쪄 주세요! 맛나게요!”
손양과 푸짐하게 먹은 홍게찜은 3만원
(튼실한 것으로 세 마리였고,가격은 포구 근처가 금 더 저렴한 편이다)
물론,주문진 모든 가게는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홍게찜을 배불리 먹은 다음 주문진항으로 가는 길 양쪽에 늘어선 건어물 시장은
가장 많은 손님들이 몰려든 곳으로 유명하단다.
총 100여개에 달하는 주문진 건어물 시장은 구경하는 손양과 나에게
건어물 시장과는 상관없는 호떡도 건네주시고 건어물 시식도 권해 주셨다.
정겨운 인심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오징어,황태채와 포,자연산 다시마,김 등......
빛깔 좋은 것들이 손님을 끌만 하였다.
주문진 건어물 시장을 지나며 뒷 쪽으로 위치한 ‘종합시장’은
낡고 좁은 골목에 형성된 재래시장이었지만 새 ‘간판’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마치 낡은 마을이 벽화로 새로이 변화하듯이 간판 하나로 시장의 분위기가
화사해지다니 참 신기한 일이었는데 분위기만 변화한 게 아니라
사람들도 밝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엄마!~ 비옷 입은 할머니 너무 이뻐요!”
딸아이 손양이 할머니께 건네는 말을 전해드렸다.
“할머니! 비옷 입은 모습이 너무 이쁘시다는데요~”
이쁜 모습 담겠다하니 손사래 치시더니 막상 카메라를 대니
포즈 취하시는 폼이 여간 귀엽지 않으셨다.
주문이 많아 주문진이라는 주문진 시장은
그렇게 밝고 사람 냄새 물씬한 풍경의 것들로,
시장 그 이상의 볼거리와 느낌들을 주는 곳이었다.
주문진 수산 시장(www.jmjmarket.com)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리 312-91
033)661-7302
주문진과 동해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주문진 시장 근처 여행지
주문진항,주문진 등대,사천항에서 주문진항으로 이어지는
바웃길 12코스
사천항 커피로드, 연곡해변 보헤미안 커피 여행 등
많은 관광 코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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