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말씀드릴 내용은 '기술'이 아닌'심리' 적인 사항을 말씀 드리려 합니다.
보통 산행을 많이 한분들은 혼자서 산행을 많이 하죠.
산행을 많이 한분들 중에서...조난당할뻔한 산행을 한번쯤은 해봤으리라 생각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산행조난사고중 60%정도가 탈진 이라고 합니다. 특히 겨울철이 아니면 우리나라 산에서는 조난당하기가 쉽지않죠. 산이 그만큼 작고 물도 많으니까요.
며칠동안 산을 해맬만한 수풀도 없는 실정이죠. 그런데도 조난사고는 많이 일어 납니다. 특히 조난자의 상당수는 처음간 코스에서 조난을 당합니다.
탈진의 원인은 공포로 인한 자기최면 에서 일어납니다.(물론 생물학적인 입장에서는 체내의 염분농도변화에 의해 일어나죠) 사람은 신경조직이 부분적으로 분포해 있고 그나마 약해서 외부적 자극이나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약한 반응을 보인 답니다.
특히, 겁이 많은사람(신경조직이 약한사람)은 실제이상의 외부적인 변화를 인식합니다. '내가 정말 오를 수 있을까?'
'길을 잃지는 않을까?' 산짐승이 나오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할때 신경의 뉴런에서는 아드레날린 이란 물질이 필요이상으로 많이 생성 되면서 심박수가 증가하고 심하면 눈이 충혈되죠.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심박수는 산행 할때의 상태가 됩니다. 산행을 시작하면 더욱 혈압과 심박수는 오르면서 필요이상의 혈액이 뇌로 유입되게 됩니다. 결국 대뇌피질(감정을 관할하는곳-이곳에서 꿈을 인식하죠)
로 대량유입된 혈액으로 인해 신경세포가 너무 활성화 되죠.(쉽게 생각하면, 안자면서 꿈을 꾸는거죠) 그래서 겁많은 등산객의 눈에는(시신경) 환각현상이 일어나고 환청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는 등산객은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다고 느끼죠. 더구나 돌아가면 귀신이 나타날것 같아 돌아보지도 못한체 앞만보고 길을 갑니다. 이때 길이 선명하게 잘 나있고, 주위에 다른 등산객의 소리가 들린다면 그는 금방 환각에서 깨어납니다만...불행히 그런조건이 없다면...그는 가까워보이는 방향을 따라 길없이 무작정 걷습니다.어떻게든 빨리 도착해 보겠다는 심산이죠. 한참 걷다보면 발자국을 발견하게 되는데....사실 그건 자신의 발자국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계속 그 발자국을 따라가죠....그러나 그 발자국은 가도가도 끝이 없고...처음엔 한사람의 발자국이 두개 세개로....곧 배고픔과 피로가 서서히 밀려 옵니다. 다행히 생존에 필수적인 비상식량이나 물이 있다면 그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그렇지 못하다면 결국 탈진으로 죽죠.
오른발을 많이 쓰는 사람은 왼발이 조금더 무겁답니다. 그래서 눈을 가린채로 똑바로 걸어보라고 하면 똑바로 걷지 못하고 왼쪽으로 굽게 걷습니다. 결국 커다란 원을 그리게 되죠. 탈진한 조난자들의 주위를 살펴보면 수백미터를 지름으로한 원을따라 걸었음을 알게 됩니다. 발견당시의 체중이 평소때보다 70%밖에 나가지 않는 사망자도 있답니다.
저도 이런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다행히 어느순간에 스스로 깨닫고 이성적으로 길을 찾았죠. 산행을 많이 한분들은 한번쯤 환각,환청,조난위험을 겪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찌보면 이런경험을 한두번 겪고 그것을 극복해야 진정한 산악인이라고 생각 됩니다.
특수부대에서도 공포극복훈련 이란 우스운(?) 주제를 가지고 약 2주간 훈련을 받습니다. 100%암흑인(이런곳에서 두시간정도 있으면 눈이 이상해지며 공중에 뜬듯한 느낌이 들죠) 묘지에서 혼자 밤을 지새우죠. 첨엔 온갖소리와 귀신들이 보이는데...이렇게 며칠을 보내면 벌레소리와 새소리밖에 안들립니다. 10일 이상 지나면 아예 잔답니다. 결국 공포는 자기가 만들어 내는 환각현상이란걸 피부로 느낍니다.
전쟁을 벌일때도 이런훈련을 이수하지않은 대다수의 군인들이 극심한 공포로 인해 환각현상을 자주 겪는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저의 친구 한명도 야간에 공비토벌을 하는데,갑자기 엄청난 소리가 계곡에서 났답니다. 가보니 수만명의 목없는 중공군이 북을치며 산으로 행군하고 있었답니다. 친구는 무조건 도망치다가 정신을 잃었는데...깨어보니 다리가 부러졌고, 약 30분만에 길도없는 야간의 산길을 5킬로나 이동해 있었다는군요.구조요청을 위해 말을 하려 했는데전혀 소리가 나오지 않고 피만 입에서 나오더랍니다... 후일 다른대원들의 말에 의하면 엄청난 폭음(사실, 친구가 도망가며 지른 소린데...폭발음정도로 크게 소릴질렀나 봅니다)이 들리길래, 깜짝놀란 대원들은 공비가 수류탄을 던지며 포위망을 벗어 나는줄 알았답니다. 결국 친구는 총을쏘아 자신의 위치를 알렸고 구조될 수 있었답니다.
이렇듯 공포의 엄습과 극복도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힘들면서도 목표에 도달하려는 산행처럼...대신 이것은 육체적인 싸움이 아니라 정신적인 싸움이죠.
근데, 건강한 전문등산인도 간혹 혼란을 겪는데, 그 현상은 그런 현상이 일어난 장소에 관계가 있습니다. 밝혀지진 않았지만 산에는 인간의 기를 제압해버리는 장소가 있음을 저는 시인 합니다. 그러나 등산로 대부분은 그런 장소에서 벗어나 있죠.
쓰다보니 엄청나게 길어졌네요. 당부드릴것은 초보산행자들은 절대 단독등반을 하지 말것, 그리고 왠만큼 다닌분들도 혼자 겨울산행이나 야간산행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겁니다. 길을 완전히 알아놓고 많이 다닌 다음에 거리가 짧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코스를 단독등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올여름 지사모회원들 모두 훌륭한 산행을 하기 바라겠구요....항상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