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가 정상회담을 갖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실현을 위해 철저히 공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나토는 사무총장이 직접 튀르키예(타키)로 가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설득키로 한 가운데 스웨덴 총리가 동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은 2020년 3월 튀르키예에서 만난 두 사람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나토 홈페이지© 제공: 세계일보 ◆핀란드·스웨덴 "빨리 가입하고 싶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신임 스웨덴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해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 산나 마린 총리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가졌다. 좌파 정당 출신인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전 총리와 달리 우파 성향인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전임 정부의 결정들 가운데 나토 가입 정책만은 그대로 승계해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스웨덴, 그리고 핀란드 등 북유럽 안보가 위태로워졌다는 인식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회담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내 좋은 친구인 스웨덴 총리를 핀란드에서 맞이하게 되어 기쁘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원,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키는 일, 그리고 나토 가입에 관해 깊이있는 논의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문제들과 관련해 두 나라가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는 것이 현 시기에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8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신임 스웨덴 총리(왼쪽)가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린 총리 SNS 캡처© 제공: 세계일보 핀란드는 이원집정제 정부 형태로 외교안보에 관해선 대통령이 강한 권한을 갖지만 행정부를 이끄는 총리의 발언권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니니스퇴 대통령과 만난 뒤 곧장 마린 총리와도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선 두 나라의 나토 가입 비준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는 튀르키예 정부를 어떻게 설득할지를 놓고 머리를 맞댄 것으로 전해졌다. 나토는 신규 회원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 전부가 그 가입안에 찬성해야 하는 만장일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나토 30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헝가리를 제외한 28개국이 의회 비준까지 모든 절차를 마친 상태다. 헝가리의 경우 연말까지는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서 처리할 것이란 방침을 최근 공표했다. 사실상 튀르키예 한 나라만 남은 셈이다.
◆깐깐한 튀르키예… 설득에 넘어갈까
튀르키예는 지난 5월 핀란드·스웨덴이 나란히 나토 가입을 신청했을 때부터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자국이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 조직원들이 두 나라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아무런 단속도 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양국이 PKK 조직원들을 엄하게 단속한다’는 조건을 달아 나토 가입에 찬성키로 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키면 언제든 가입 반대로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28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한 울프 크리스테르손 신임 스웨덴 총리(왼쪽)가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니니스퇴 대통령 SNS 캡처© 제공: 세계일보 실제로 튀르키예 의회는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언제 처리할 것인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핀란드는 그나마 약속을 지키려고 성의를 보이는데 스웨덴은 영 아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유럽연합(EU) 일각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이 튀르키예 차기 대선이 실시되는 내년 6월까지 비준안을 붙잡아둘 것이란 우려마저 나왔다. 결국 나토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오는 11월4일 튀르키예를 방문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기로 한 것이다. 빨리 나토 회원국이 되고 싶어 가슴을 졸이는 핀란드·스웨덴을 위해 스톨텐베르크 총장이 직접 총대를 멘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핀란드와 의견 조율을 마친 스웨덴의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스톨텐베르크 총장과 동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취임 후 조속한 나토 가입 실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필요하면 언제든 이른 시기에 튀르키예로 가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