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게 있어 SF(Science Fiction)라 하면 ‘과학’소설보다는 ‘공상’과학소설을 떠올리게 되는 게 솔직한 느낌인데…
이 소설집은 그야말로 ‘과학’소설 본연의 정의에 충실한 느낌이다.
사실 그 전에도 (그 유명한) 아서 클락의 소설을 읽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그의 소설은 스토리가 약했다… 지나치게 사색적이랄까…
테드 창은 훨씬 더 과학의 색채가 짙지만 울림이 큰 스토리를 잘 녹여냈다.
또한 필립 K 딕처럼 헐리우드적 재미가 마구 넘치는 작품도 아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의미의 재밌는 소설을 찾는 사람이라면 몇 페이지 읽고 짜증을 낼만큼 상당히 난해하다. 문장도 까다롭고, 개념도 어렵고, 전달하려는 의미도 여러 번 곱씹어야 들어온다. 그럼에도 그가 펼쳐 내는 상상력은 정말 탄식을 자아낼만큼 다채롭고 한계가 없다.
‘지옥은 신의 부재’ 같은 작품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진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거기에다 모든 작품이 그냥 소비되는 글이 아니라 (다소 거창하게 얘기하면) 매 작품에 철학적인 화두가 녹아있어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 중에도 영화(컨택트, Arrival)로도 만들어진 표제작품이 특히 인상적인데, 사고로 죽은 딸에 대한 회상과 외계인과의 조우를 오버랩 시킨 작품이다. 아마 단언컨대 지금까지 외계인을 다룬 모든 작품을 통털어서 가장 현실적인 묘사가 아닐까 싶었다.(외계인의 사고구조와 언어에 대한 묘사 측면에서) 거기에 딸을 잃은 엄마의 감정을 녹여 넣는 구성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인상적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