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는 꼭 옮겨야 하나. 천문학적 이전 비용을 비롯한 여러가지 부작용 때문에 말도 안되는 발 상이라는 지적이 대체로 우세하다.
만약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풍수지리적 차원에서만 접근한다면 어떨까. 이 역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반대론자들은 서울만한 명당을 다른 곳 에서 찾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출신의 풍수지리가인 최창조 씨는 "충청권으로 수도를 옮기는 일은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며 "시기적으로 통일 후 민 족적인 합의를 거쳐 개성이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은 고려할 만 하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이에 비해 찬성론자들은 서울의 기(氣)가 다 했으므로 옮길 때가 됐음을 역설한다.
대통령 정책실 소속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자문위원인 대동풍수지 리연구원 고제희 원장이 대표적이다.
고 원장도 먼저 서울이 북한산과 한강이 펼쳐진 배산임수의 조건뿐 아 니라 청계천과 한강 물 흐름까지 조화를 이룬 천하의 명당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사대문 안을 흐르는 청계천 즉 내수(內水)와 외곽을 흐르는 한강, 즉 외수(外水)의 흐르는 방향은 서로 다릅니다.
한강은 서해로, 청계천은 동으로 흘러 음양이 균형을 이루죠. 서울의 지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남산은 예부터 잠두봉(누에머리 모양을 한 봉우리 )이라 불렸어요. 조선이 한양천도를 마친 다음 잠실에 뽕나무를 심은 것도 남산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서죠." 그는 "S자 모양으로 흐르는 한강변에서 볼 때 강이 집을 반원형으로 둘 러싸 아늑한 모양이 좋은 자리"라며 "한남동이나 옥수동이 그런 곳"이 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이유는 뭘까. "정도 600년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땅의 기운도 '쇠왕(衰往ㆍ쇠하여 떠 나감)'하기 마련인데 서울은 사람 나이로 보면 이제 노년이에요. 젊고 새로운 땅을 찾아야죠." 고 원장은 "고려 때 풍수보는 관청이던 서운감에선 지기를 북돋우려 높 은 누각(高樓) 짓는 일을 금했는데 지금 서울은 높은 빌딩이 너무 많아 산의 양기에 빌딩의 양기가 더해져 음양화합을 해치고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신행정수도기획단 자문위원인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풍수지리 달인. 원래 대기업(삼성) 샐러리맨이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풍수전문가 박 종득 씨를 만나 땅보는 눈이 트였다.
98년 직장을 나와 처음 펴낸 '쉽 게하는 풍수공부'는 전문서적임에도 4쇄를 찍었을 정도로 글재주도 남 다르다.
지금까지 재벌그룹 오너 묘자리, 대단위 아파트, 공장ㆍ사옥입지 등 그 가 봐준 명당만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작년 대통령과 함께한 자문위원회 자리에서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국민 정서상 풍수지 리적인 요소를 빼놓아선 안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고 원장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풍수가 점보는 거랑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좀 달라진다.
그럼 유력한 행정수도 후보지인 충청지역에서는 어디가 명당일까. "우선 천안은 고속철 때문에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아예 (행정수도로) 풍수적인 고려를 안했어요. 다음이 청원군 오송지구인데 지구안을 관통 하는 미호천이나 바깥을 싸고 도는 금강이 모두 북에서 남으로 흘러 기 가 흘러나가는 형상이에요. 또 지형을 받칠 베개역할을 할 산도 마땅히 없고요. 다만 도로, 고속철, 청주공항 등 접근성이 좋아 현대적인 '명 당'의 관념에는 부합하지요." 고 원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78년 수도 이전 계획 때 후보지였던 장기지 구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했다.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일단 배산임수 모양새는 갖췄어요. 다만 지구 내 를 관통하는 개천이 외부에서 흘러들어 다시 금강으로 흘러나가기 때문 에 역시 지기가 모이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언론을 통해 거론되는 후보지가 모두 눈에 차지 않는다니 마땅한 자리 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정작 고 원장은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자리는 봐둔 곳이 있다고 한다.
"충북 청원군 관내 어느 곳"이란 다.
고 원장은 그러나 "풍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고려할 다른 여건이 많은 것 아니냐"며 자세한 지역은 극구 밝히기를 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