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를 돌리며
김일순
짊어진 짐 여전히 많아
등부터 구겨진 남편의 잠바
몸집만큼 따라잡지 못한 꿈
방향 바로잡지 못한
아들의 축 늘어진 바지
성장이 멈춘 듯 여린 딸
속 옷에서 나는 젓 비린내
여간해 속내 비추지 못한
마음 대신해 구멍난 양말
거짓처럼 말짱하게 살아가는
알맹이들 제 각각 딩굴고
껍데기들은 함께 뭉쳐 거품으로
부풀렷다 탈탈 얼룩을 지운다
찌든 때가 물 세례 실컷 두두려
맞고 훌가분해 지는 동안
나는
햇살을 끌어다 올 풀린 희망이나
궤매야겠다
◆우리집은 빨래가 엄청 많다 그래서 세탁기도 두대를 돌려야만 쌓이는 빨래를 감당한다. 농장에서 수시로 나오는 냄새나는 빨래따로 식구들 일반 빨래 따로따로 때도 없이 우리집 세탁기는 돌아간다.
어쩜 우리집 세탁기에도 이름을 붙혀준다면 당연 일순이일것이다.
아마 그 옛날 세탁기 없던 시절이라면 으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시집와 대 식구의 빨래를 아침해 치우자 마자 한다라 이고 우물가로 나간다.특히 겨울엔 옷도 두껍고 많이 껴 입어 빨래 부피며 가지 수도 엄청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많은 빨래를 하고 살았을까 나 자신도 기특하다.
아침을 해치운 아낙들이 하나 둘 모이면 우물터는 금방 활기가 넘친다. 매일 만나도 넘치는 수다들, 시어니 흉, 며느리 , 흉 남편과 있던 이불 속 이야기까지 몽땅 끄집어 내여 빨래를 하다 보면 어느새 그 많던 빨래도 깨끗해져 있다. 퍼낸 바가지 수 만큼 퍼내도 힘겨웠던 시집살이도 꾾임없이 흘러나오는 샘물처럼 정겨웠던 정 때문에 견디고 살았는지 모른다.
어느 날부터 시골에도 공장이 생기고 마을 아낙들은 하나둘씩 공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일년내 농사를 지워야 영농 빛 갑기도 어려운 농촌 현실에 한달이면 냉장고가 들어오고 또 한달이면 세탁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빠른 현실을 쫓는 만큼 마을 집집은 열러 놓고 살던 대문이 닫히고 서로를 믿고 살던 믿음들도 닫혀져 가고 있는 것 같아 지금은 옆집 숟가락 수를 알았다간 오해 받기 딱이다.
세탁기 두대를 돌려 놓고 커피 한잔으로 여위속에 보푸라기 처럼 생각나는 우물터를 생각하며 .... 짧게
첫댓글 아, 좋아요 좋아, 이거 신춘문예감이다. 마무리도 좋고요. 짐어진(짊어진), 느러진(늘어진),
등 몇 가지 오타만 수정하삼. 멋진 시에요.
나도 빨래 많이 하며 사는데....왜 이런 시어 생각도 못하며 사는지 푸후....고장난 내 머리는 휴가 중....ㅎㅎㅎㅎㅎ
푸~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까요 진담인줄 알면 어쩌라구요
이렇게 많은 글들을 풀풀 날리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어쩔지...점점 모임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지도~~~부럽습니다. 재밌는 글, 시...
잘 쓰시면서 왜그러세요. '뜨는 해'라고 그랬잖아요. 감추지 말고 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