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다. 선수들의 목표는 금메달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금메달로 파생되는 병역혜택에 더 눈독을 들였다.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한국축구의 자존심과 명예를 위해 뛰겠다거나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책임감보다 병역혜택이라는 사적인 데에 더 큰 목표가 있었다.
감독도 이에 질질 끌려다녔다. 먼저 선수구성부터 병역혜택이 필요한 선수 위주로 짜여졌다. 20명 엔트리 중 병역미필자는 14명. 팀을 23세 이하 선수 위주로 꾸리다보니 우연의 일치랄 수 있지만 좋은 선수를 놔두고도 와일드카드에 굳이 병역미필자를 포함시킨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코칭스태프는 금메달을 따더라도 단 1분도 뛰지 않으면 군대에 ‘끌려간다’고 조별예선 때 모든 선수를 골고루 기용하는 배려를 할 정도였다.
선수들은 공식 인터뷰에서도 공공연하게 병역혜택을 위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눈이 나빠 징집대상에서 제외된 김은중조차 동료들에게 병역혜택을 선물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이 준결승전에서 이란에 패한 뒤 가장 먼저 한 말은 병역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선수들에게 ‘미안’하다였다. 감독이 그토록 미안해 할 만큼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목표는 금메달이 아니라 오로지 병역혜택이었다.
대표팀은 병역혜택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에 더 단합되고 열심히 뛰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병역혜택에만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선수들은 오히려 “꼭 금메달을 따야 하는데…”라는 심적인 부담이 크게 작용해 스스로를 묶는 자충수가 됐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기존 병역문제가 해결된 선수들은 목표가 불분명하게 됐고 팀과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동료들의 병역혜택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뛰어야 했다.
?만약 “금메달을 따더라도 군대에 가겠다”는 자세로 마음을 비우고 대회를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무릇 일이란 욕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할 때 결과도 좋고 그에 따른 열매도 더 단 법이다. 아시안게임 실패는 한국축구가 앞으로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