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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일간지에 수기를 올리게 됐는데 800자 내외로 분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내용을 전하기가 참 쉽지 않네요.
별나게 많은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전주마라톤대회’ 이 대회는 내게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대회를 통해서 마라톤에 입문했기 때문인데 당시 ‘전군벚꽃마라톤대회’가 이 고장에서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이지 일반인들이 마라톤풀코스를 뛴다는 것(그저 조깅 정도가 아니고), 그리고 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전혀 개념조차 없었다.
2001년 2회 대회에 하프코스를 통해 비로소 마라톤에 입문했고 차곡차곡 기량이 향상되어 지난 가을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에겐 꿈의 기록이라는 소위 ‘서브-3’ 까지 달성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나를 마라톤에 입문케 해준 이 대회에서 개인기록을 달성해보고 싶은 생각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올 상반기 풀코스는 ‘전주마라톤’에 목표를 정했다.
전주의 중심인 팔달로를 러닝 팬티만 입고 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행복한 일이던가? 더군다나 교통통제까지 받아가면서...
08시 10분 출발시간, 경기장 앞 대로를 가득매운 사람들의 열기가 뜨겁다. 아마도 월드컵 이후엔 이렇게 도로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 처음인 것 같다.
축포소리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야성의 본능을 쫒아 뛰쳐나간다.
늘 머물러야 되고 움츠려야만 되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달리기는 잊혀졌던 본능에 대한 회귀이며 일종의 탈출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연도에 나와서 응원을 해주는 시민들의 표정도 찌푸린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밝기만 하다.
우리고장에서 언제 이렇게 밝은 표정의 얼굴들을 보았던가?
언제 이렇게 남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목이 터져라 외쳐본 적이 있었던가?
월드컵경기장을 외곽으로 돌아 삼천천변을 따라 거슬러 오른 대열이 삼천동과 평화동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장승백이 고개를 넘을 무렵까지 예상치 않았던(?) 환호성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금암동을 지날 즈음엔 낯익은 얼굴들이 응원을 나와 있다. 부모님과 형님인데 평생을 살면서 저렇게 자식을 위해 소리 높여 환호하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더욱 코끝이 찡하다.
27km지점에서 다시 경기장 앞을 지나고 처음 출발한 그 코스를 다시 한번 달리게 되는데 대열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늦어지는 것 같다.
아까와는 달리 연도에 응원을 나온 시민들도 거의 없고 게다가 비까지 제법 내리면서 달리는 주자의 발걸음을 은근히 늦추는 것 같다.
마라톤에서 가장 힘들다고 하는 35Km 지점인 장동리 사거리 이후부터 예전이나 지금이나 악명이 높은 삼단짜리 오르막이 북부경찰서 앞까지 이어진다.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최선을 다해 발걸음을 재촉해보지만 구간기록은 초단위로 미세하게 늦어진다.
경기장 서문을 통과하고 직1문에 들어서며 이미 시계는 3시간을 넘어선다.
서브3는 놓쳤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조금도 아쉬움은 없다.
다만 언제 다시 이렇게 밝은 표정으로 하나 되는 시민들을 볼 수 있을지...
내년에도 꼭 대회가 열리고 오늘 응원을 나왔던 분들 중에 역할을 바꿔 달리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