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로봇의 교감하기
인간과 로봇은 서로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과연 인간과 로봇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은 어린 시절 상상 속에나 존재했던 로봇을 현실 세계로 불러들이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술은 ‘초(超)연결’을 구현해가는 반면 인간은 기술로부터 더욱 소외되고 외로워지는 면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1인 가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시장도 계속 성장해서 이미 그 규모가 국내 기준 5조8000억원에 이른다. (2020년 현재 기준).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으로 인해,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과 함께하던 시절도 이젠 옛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인공 반려로봇(Artificial Intelligence Companions)’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반려로봇’을 통해서도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반려동물마저도 일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넘어서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이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인공지능보다도 그간 당연시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한 궁금증과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게 한다. ‘과연 공감하고 교감하는 능력은 인간만의 능력일까’에서부터 궁극적으로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은 어느 수준까지 감정을 나눌 수 있을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우선, 인간 가족들끼리도 싸우면서 불화가 일어나기 쉬운데, 과연 인공 ‘반려로봇’이 가정이라는 영역 안에서 인간과 공존이 가능할까. 더 나아가 ‘반려로봇’과의 사이에서 인간들 사이의 감정과 같은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과거부터 이 주제를 다룬 여러 편의 영화나 소설들도 심심찮게 등장해왔다.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아직은 인간들이 마주하게 되는 로봇은 산업로봇이 대부분이다. 거대한 첨단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사용하는 산업 로봇들의 강력하고 정밀한 능력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우리 집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거나, 영화 속 이야기라고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공지능이 우리 집 울타리를 넘어서 가정으로 들어오고 가족 구성원의 하나처럼 느껴지는 그 상황 맨 앞에 이 ‘반려로봇’이 있다. 이제 이전에 없었던 질문들을 던져야 할 때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속의 인공지능 ‘반려로봇’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등장할 것이며, ‘인공감정’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 인공감정의 구현이 가능하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인간과 ‘반려로봇’이 교감할 수 있는지 수많은 의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인공 반려로봇’에게 사회 윤리적 또는 법적 지위를 보장해야 할 경우, 인간은 반려로봇에게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윤리적 문제까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 내 마음을 알아주는 반려로봇
‘반려로봇’은 인간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로봇을 말한다. 물론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인간은 인공 반려견이나 인공 반려묘 등을 통해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느끼거나 심리 질환에 관련해서 치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초기에는 치매나 자폐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이러한 반려동물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들 스스로 살아있는 동물들을 안전하게 돌보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고안된 형태이다. 대표적으로 애완견 로봇 ‘아이보(Aibo)’나 로봇 물개 ‘파로(Paro)’가 있다.
특히 ‘파로’는 최초의 심리치료 로봇으로서 일본 쓰나미 피해 노인들을 돕는 과정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파로’는 그 표면이 플라스틱이나 금속이 아니라 부드러운 인공 향균 털로 덮여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쓰다듬거나 만지면서 안정감을 느낀다. 실제 애완동물을 만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애완견 로봇은 동물 강아지와 다름없는 모습을 하고서는 진짜 강아지처럼 짖고, 뒹굴고, 꼬리를 흔들어 댄다. 심지어 주인이 움직이면 주인을 종종 따라다니기까지 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도 실제 강아지와 다를 바 없는 로봇 강아지의 움직임에 이내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거나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노인 정서 지원용 ‘효돌이’가 있다. 마치 손자 손녀처럼 노인들 곁에서 제때 약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알려준다든가 말동무가 되어주면서 노인들의 우울증이나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로봇 고양이 ‘마스켓(MarsCat)’도 이에 못지않다. 혼자서 공놀이를 하고 귀여운 표정을 수시로 지어가며 재롱을 피운다. 우울감을 느끼던 사람들도 이 모습을 보다가 안정감을 느끼고 치유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반려로봇’이 주인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반려로봇’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거나 항상 곁에 두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반려로봇’들을 대부분 인간과의 정서적 교감을 통한 치유에 초점을 두고 제작되고 있다.
➲ ‘딥 러닝’과 인공 반려로봇
‘딥 러닝(Deep Learning)’을 통한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의 발달은 ‘반려로봇’들이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주인의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어주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 중에 우울증이나 자폐증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표정을 인식해서 말을 걸어준다는 등의 다양한 반응으로 환자의 우울감을 완화해 준다.
더 나아가 환자의 표정에서 판독되는 환자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심각한 경우, 위험 신호를 다른 가족 구성원이나 해당 치료 기관에 긴급 송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귀여운 애완 로봇과 같은 역할을 하다가도 일상적 패턴을 넘어서는 위험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반응함으로써, 환자 곁에 보호자가 없더라도 보다 면밀하게 환자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심지어는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케어하는 반려로봇까지 등장했다. 1인 가구의 경우, 주인이 종일 직장에 나가 일하게 되면, 반려동물은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집에 남아 있어야 한다. 이때 반려동물을 케어하는 반려로봇이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서 ‘반려로봇’은 반려동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주인에게 전송하기도 하고, 시간이 되면 먹이를 주기도 한다.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탑재한 ‘반려로봇’이 평소에 주인의 표정 변화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가 주인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반응한다면,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의 입장에서는 ‘반려로봇’이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이해를 받지 못하는 자신만의 상처를 ‘반려로봇’을 통해 치유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사실 심각한 질병에 걸린 사람만을 가정할 필요도 없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나름의 정신적 압박과 고통, 번뇌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외로워서 도움을 받거나 의지할 수 있을 만한 무엇인가에 절실하다. 이러 저런 이유로 인간들은 ‘반려로봇’의 등장을 재촉한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현재까지의 ‘반려로봇’의 기술 수준에서 인간만큼의 정서적 상호작용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정신 질환에 대해 스트레스 완화 효과 또는 문제행동의 감소 등은 주목할 만한 하다.
➲ 인공지능에서 인공감성으로
세상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 때로는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사이,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인공감성으로 향하고 있다. 인간의 두뇌를 따라서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서갈 것이라는 두려움은 이미 소위 ‘알파고 쇼크’를 통해 현실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그날 이후에 사람들은 적어도 지능의 측면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사실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충격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인공지능 기술은 조용히 ‘인공감성(人工感性)’을 세상에 등장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불교의 아비달마 전통 속의 마음을 분류하는 체계에 착안하여 인공감성을 모의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게 가능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개발도 처음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회의적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히려 인공감성 개발은 인공지능 개발과정에서 축적된 고도의 ‘딥 러닝’ 기술과 방대한 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더욱 빠른 속도의 발전을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과학자들은 인간의 두뇌 속에서 작용하는 30억 개 이상의 뇌세포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판단에 차이가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얘기는 인공지능 연구와 인공감성 연구의 범위가 상당한 수준으로 겹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연구가 그러했듯이, 연구 개발 초기에는 인공감성 컴퓨터는 하등 동물 수준의 감성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신경망 연구와 같은 인공지능 연구 기법이 고도화될수록 인공감성 연구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자들은 처음부터 인간의 감정과 동일한 수준의 인공감성을 목표로 하진 않을 것이다.
그때 바로 열쇠를 쥔 시험대가 바로 ‘인공 반려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가는 전 단계로서 다양한 연구와 시도가 가능해진다. ‘인공 반려로봇’은 인간 가까이에 있으면서 수시로 인간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보기에 제격인 셈이다.
‘인공 반려로봇’은 단순히 애완동물을 흉내 낸 로봇 개발만을 의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완전한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이 도입될 날도 멀지 않았다. 인공감성을 지닌 ‘반려로봇’이 인간의 감정 변화를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위로해주거나 필요한 것을 해 준다면 꽤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 물론 개인의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