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령-황학산-백화산-은티마을

[태극권]

 

구     간 : 이화령-황학산-백화산-이만봉-성터-은티마을

함께한 이 : 산아름 회원 11명

일     시 : 2006. 03. 19. 04:00 - 13:37 (시 간 : 11시간 37분)

거     리 :

날     씨 : 대체로 맑음.

제     목 : 아! 대한민국이여!!1

  난 일주일 중 이 시간이 두 번째로 행복하다. 첫 번째는 대간 들어갈 때이고, 두 번째는 사무실에서 눈치 보면서 산행기 쓸 때이다.

  어김없이 출발한다. 금요일 [총무님]이 이번 대간은 개인차량으로 간다고 하여 확인전화를 한다. 그런데 그냥 전과 같이 버스로 이동한다는 대답을 듣고 회사에서 마감하고 모란으로 향한다. 세이브존에서 탈 수 없어 [산에가자님]에게 전화를 하니 받지 않는다. 조금 있으니 [양거미님]에게 전화가 온다. 어디 있냐고? 모란에 있다고 대답한다. 조금 후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에는 [회장님], [양거미님], [아자아자님]이 탑승해 있다. 모란에서 [대장님], [마파람님], [루시님], [총무님], 나 [태극권]이 탑승하여 야탑으로, 야탑에서 [바람]님, [소분님], [훈사랑님]이 탑승하여 이화령으로 향한다. [인증서님]과 [산에가자님], [풍천님]은 개인사정상 참석하지 못하고..

  1주일 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 서로 눈인사 손 인사를 주고받는다. 언제 봐도 반가울 얼굴들이다. 버스는 3번 국도를 달려 중부고속도로로 올린다. 여주휴게소에 도착하여 정자 앞에서 버스를 주차시키고 미리 준비해 간 족발과 소주를 커내 카물을 한잔씩 한다. 사량도에서 눈인사만 하고 이제 두 번째로 참석하신 [아자아자님] 우리회원들이 궁금한가 보다. [총무님]이 설명을 하지만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 정말인데.., [아자아자님]생각대로 [마파람님]을 그냥 58년 클럽으로 편입시킨다. [총무님]이 여주휴게소의 별미 밀크녹차(?)를 쏘셔서 한잔 맛있게 먹는다. 분유에 녹차가루를 타서 마시는 것 같다. 휴게소 만물상에서 가스를 두통 구입하고 이화령으로 다시 출발..

  누룽지 먹는중

03:30 새벽식사

  한참을 잤을까 눈을 떠 보니 괴산 휴게소이다. 다시 [대장님]이 깨워 눈을 떠보니 이화령이다. 03:30이다. 아침식사를 하고 가잔다. 버너와 코펠을 들고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심하게 분다. 고개 정상이고, 한쪽이 틔여 있어 바람을 막을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버스로 막고 모래주머니로 벙커를 만들어 놓은 곳에 주방을 설치한다.

  이화령 휴게소.. 예전 이곳을 경북지방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서 꼭 넘어야 할 관문이었고, 한번은 쉬었다 가는 곳이었다. 지금은 이화령 터널이 뚫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오지 휴게소로 전락해 버린 곳이다. 가끔 정상에서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오른다고 하지만 그 수도 많지 않단다. 이화령 휴게소 그 경치도 터널이 뚫리는 바람이 그전만 못하다. 예전에는 괴산 방향을 내려다보면 골짜기 경치가 그럴 듯 했는데 이제는 새로 닦여진 도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끔 대간을 하는 사람들의 비박숙소로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단다. 그래도 폐쇄되지 않고 그 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용하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은 문명의 이기를 조금만 누리고 옛 추억을 더듬으며 옛것을 찾는 여유를 가져봄도 괜찮으리란 생각도 해 본다.

  휴게소에서 구입한 누룽지를 커내 조그만 모래주머니 벙커 안에서 [총무님]과 누룽지를 끓여 차안으로 가지고 들어가 모두 한 숟가락씩 거든다.

  이화령 도경계석

04:10 이화령 출발

  오늘 산행을 은티마을 어프로치를 생각해 역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식사를 마치고 산행준비를 한다. 등산화를 조여 매고, 머리에 등불하나씩을 붙이고 경상북도경계선 앞에서 들머리 신고를 하고 황학산을 향해 출발한다.

  오늘은 김천사시는 [황악바람]님과 조우하는 날이다. 매번 카페에서 글로서만 만나다가 이번에는 구간이 같아서 한번 만나기로 약속한 것이다. [황악바람]님은 부인과 친구분 3명이서 대간 길에 들어간 사람이다. 작년 11월에 성삼재를 출발해서 무서운 속도로 북진을 하고 있다. 겹치는 구간도 있어 매번 산행기를 주의깊게 보았었다. 그러다가 이번 구간에 들어서 우리는 남진 [황악바람]님은 이어서 북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중간에 한번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요청했었는데 흔괘히 조우를 허락했다. 마음이 설랜다.

‘진행하다가 사람을 만나면 [태극권님]이 누구냐고 물어보겠다고’고 카페에 글을 남겼었다.

  어둠을 뚫고 진행한다. 좌측으로는 이화령터널을 연결하는 도로의 불빛이 보이고 매표소도 멀리 보인다. 중간에 촘촘히 이정표들이 보인다. 이 이정표는 이화령 초소길과 백두대간길을 안내해 준다. 중간에 넘어진 이정표를 발견하고 바로 세우지만 자꾸만 넘어진다. 주위에 돌을 주워 기둥에 받쳐둔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진행을 하는데 손가락이 따끔거린다. 손가락에 상처가 나 있다. 심하지는 않지만 쓰라리다. 조금 전 날카로운 돌을 만졌을 때 비었나 보다.

  대간길은 이화령을 깃점으로 남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화령에서 능선까지 오르막을 오르자 다음부터는 신작로에 가까운 길이 나온다. 두 세 사람은 넉넉히 나란히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정비도 잘 되어있는 인상을 받는다. 동네 뒷산 수준의 대간길이다. 여전히 좌측은 도로의 불빛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군데군데 진지를 구축해 놓은 것도 보인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사량도의 날씨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모처럼 산행에 참가한 [양거미님]은 옷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여 고생을 좀 하는 것 같다. 한동안 쓰지 않던 버프를 꺼내 귀를 막고 모자를 쓰고 진행한다. 우측 이만봉쪽 사면은 눈이 쌓여 있는지 희끗 희끗한 것이 보이기도 한다. 저번 주에 이곳에 눈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황악산에서 잠시 휴식
 06:08 황학산(710m)

  이렇게 한참을 진행하자 황학산이다. ‘둘산악회’에서 나무에 황학산임을 알리는 이정표를 걸어놓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둘산악회’에서 걸어놓은 이정표가 대간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한다. ‘둘산악회’의 정성에 고마움을 느낀다. 정상이 황량하다는 생각을 한다. 서서히 여명이 밝아 오고 있다. 이미 이마의 불빛은 떼어 낸지 오래다. 황악산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백화산으로 향한다. [대장님]님이 삼각대를 습득했다. 내 배낭 옆에 걸고 출발한다. 안부를 내려서면서 조흘산 방향을 조망한다. 멀리 조흘산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선명치가 않아 사진에 담기를 포기하고 진행한다.

06:40 일출

  황학산을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암릉지대가 나오고 밧줄이 메어져 있는 구간이 나온다. 오늘 본 유일한 밧줄이다. 높이 약 3-4m정도의 바위.. 모두들 멋지게 폼을 잡으며 내려선다. 갑자기 [회장님]이 소리를 치신다. 일출을 알리는 소리이다. 여명이 밝아 오기는 했지만 일출을 보여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구름사이로 붉은 빛이 비치더니 해가 떠오르려고 준비를 마치고 머리를 치켜들고 있다. 나뭇가지에 가려져 시야가 좋지가 않다. 뛰어서 조망이 좋은 곳으로 간다. 선두가 바위에 서서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 비록 구름위로 떠오른 일출이지만 언제보다도 더 선명한 둥근 해가 떠오른다. 한참을 그렇게 일출을 감상한다.

07:04 백화산(1063.5m)

  백화산 안부에서 큰 헬기장을 만난다. 바람도 없어 휴식을 취하기엔 더 없이 좋은 장소인 것 같다. 아침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고 휴식을 취하기에도 애매하여 내친김에 그냥 백화산으로 향한다. 해가 뜨자 안개가 낀 것 같이 뿌옇다. 조흘산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앞으로 조흘산 조망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드디어 오늘의 최고봉 백화산 정상에 올라선다. 백화산에서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한다. 멀리 문경방향 조망이 좋다. 야트막한 산들을 내려다보는 기분 또한 일품이다. 정상석을 앞에 두고 단체사진을 찍는다. 조금 전에 습득한 삼각대를 유용하게 사용할 요량으로 [총무님]이 삼각대를 설치하여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회장님]이 “카메라 주둥이가 자꾸 밑으로 내려간다.”라고 하자 옆에 있던 [바람님]이 한 마디 던진다. “선생님이 주둥이가 뭡니까?”, [회장님] “........”.. [바람님]의 한판승.. 모두들 유괘하게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한참을 정상의 희열감을 느끼고 평전치로 향한다.

  이화령을 떠나 남으로 내려서던 대간길은 백화산을 깃점으로 서북으로 꺾여 다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북으로 향했다가 시루봉을 깃점으로 다시 희양산 방향으로 꺾여 진행한다. 이번 구간은 늘어진 그물형상을 하고 있다.

07:52 평전치

  백화산을 내려서자 여기저기서 “밥 먹고 가자!”란 소리들이 들린다. [대장님]과 [마파람], [아자아자님]이 앞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기에 여염이 없다. 능선길을 진행하는 대간길은 아직도 바람이 불고 있어 모자를 써야 할 지경이다. 백화산에서 내려서는 길에 조금씩 조령산과 조흘산의 조망이 나오기 시작하지만 온전한 조망을 보기에는 힘들다. 한참을 이렇게 내려서자 이름도 생소한 평전치에 도착한다. 여기도 ‘둘산악회’의 정성은 어김없이 여기서도 발휘된다.

08:13 - 09:10 아침식사

  바람이 잦은 지역을 택해 식탁을 마련한다. 오늘은 두 번 식사를 한다. 주물럭을 볶고 즉석 육계장을 끓인다. 그리고 오늘의 별미는 [훈사랑님]이 준비하신 떡국이다. 어느 싸이트의 산행기에서 읽은 내용 중, 산에서 떡국을 끓이는 방법을 올려놓은 것을 본적이 있다. 즉석 육개장 국물에 떡국을 넣어 끊이면 된다는 것이다.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 져 있지만 오늘은 훈사랑님이 가지고 오신 쇠고기를 국물에 넣어서 쇠고기 국물 떡국을 만들었다. 찬바람이 불어 약간 한기를 느끼던 몸이 금새 회복되는 것 같다. 여전히 산에서 힘이 되는 주물럭에 항상 넉넉히 준비해오는 [바람님]의 찌개.. 이래서 산에서의 식사는 항상 푸짐해진다. 오늘은 밥도 좀 남은 것 같다. 너무 많이들 준비하셨나? [훈사랑님]이 한마디 하신다.

  “산에 다니면서 살이 너무 많이 쪘다. 다음부터는 음식을 조금씩만 준비해오자.”라고 하자,

  [바람님]이 “나는 산에 다니면서 제일 기분 좋을 때가 먹을 때다. 그럴 수 없다.”라고 하신다. 참 고민이다. 먹는 만큼 가는 대간길인데, 안 먹자니 가지를 못하고 먹자니 살이 찌고.. 항상 가지는 커피타임을 마지막으로 아침식사를 끝내고 출발한다. 일행들을 앞에 보내고 님을 보면서 한 꼬바리하고 뒷 따라 간다. 숨이 턱에 오른다. 헉헉거리며 조금 진행하자 앞에 [총무님]과 [훈사랑]이 가고 있다. 우측으로 조령산 조망은 보이지만 온전한 조망은 나뭇가지에 가려 나오지 않는다. 한참을 진행하여 우뚝 솟은 바위에 올라서자 조령산과 주흘산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백화산부터 지금까지 백화산 안부에서 주흘산 전경을 찍지 못해 불안했었는데 이제 온전한 조망이 나오자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그렇게 조망을 감상하고 있자니 [총무님]이 사진 한 장 찍어준다. 이번에는 내가 드리댄 건 아님..

  사다리재 내려서기 전 무명봉에서 곰틀봉을 바라본다. 멀리 정성에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황악바람님]일행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은티마을에서 07:00경 출발한다고 하였으니 지금쯤 곰틀봉에 도착할 때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산꾼들을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내가 [바람님]에게 출발할 때쯤 이야기를 해 주었기 때문에 [바람님]도 은근히 기대가 되나보다. 나를 보고 “저기 정상에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 아냐?”라고 물어본다.

 

09:48 사다리재

  왜 지명이 ‘사다리재’일까 생각하면서 지나친다. 무슨 이유가 있기는 있을 것 같은데..

  황악바람님과 연아정님

10:00 휴식

  식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지 모두들 힘들어 한다. 곰틀봉을 얼마 지나지 않아 휴식을 취한다. [루시님]은 졸리는지 배낭을 깔고 누워 눈을 감아 버린다. [회장님]은 저번에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갔다가 먹지도 않고 그냥 가지고 집으로 갔다며 간식을 먹으라고 배낭에서 빵과 양갱이등을 한 보따리를 풀어낸다. [소분님]과 [양거미님]의 귤을 맛나게 먹고 있을 때 위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님]이 “그 사람들 아냐? 맞네. 세 사람이면..”한다. 자세히 보니 사진에서 봤던 [황악바람님] 얼굴이 맞다. 우리일행을 지나치던 [황악바람님]일행이 쭈빗쭈빗하자 [바람님]이 “혹시 김천에서 오셨어요?”라고 물어본다. 그제 서야 분위기 파악을 한 [황악바람님]과 내가 아는 체 한다. 이렇게 대간길에서 일정이 같아 만날 수 있어서 반갑다. [황악바람님]은 11월에 성삼재를 출발하여 매주 대간길에 들어간다고 했다. 매주 대간길에 들어 올 7월에는 졸업을 예상하고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만나면 당분간은 만날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기도 하다. 할 이야기야 많이 있지만 가야할 길이 바쁜 몸들.. 간단한 안부 인사를 전한 후 사진 한장 찍고 조심해서 가라는 말을 전하고 헤어진다.  

10:25 곰틀봉

  곰틀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대장님]과 [아자아자님]이 사진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곰틀봉도 ‘둘산악회’의 정성이 돋보이는 곳이다. [아자아자님]이 역광으로 촬영했는지 사진이 잘 안나온다고 한다. 곰틀봉 정상 소나무를 잡고 서자 시야가 확 트이는 성골방향조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각도를 약간 돌려 성골방향을 배경으로 잡으니 화면이 너무 좋아 너도나도 사진 찍기에 여염이 없다. 곰틀봉에서 지나온 대간길을 돌아본다. 오늘 지나온 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4-5시간을 걸어왔지만 모든 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간이 그물형태(쌍끌이 그물)를 이루고 있어서 일 것이다.

  이제부터는 한?일전이다. 12:00부터 WBC준결승전 한?일전이 벌어진다. 정상에서 지도를 펴 들고 현 위치를 파악하고 시루봉의 위치도 파악해 본다. 바로 앞에 보이는 봉이 ‘이만봉’이고 시루봉은 이만봉 뒤에 숨어 있다. [회장님]이 성터까지는 2시간 이상 더 가야 한단다. 은티마을 까지 또 한시간.. 그럼 초반전은 놓친다는 이야기다. 진행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정상에서 희양산의 남동사면이 시야에 들어오기도 한다.

10:47 이만봉(989m)

  이만봉 오르면서 한참을 조령산과 주흘산 그리고, 그 뒤에 위치한 포암산을 감상하면서 진행한다. 이화령 이 밑을 받치고 있고, 이화령 뒤에 조령산이 우뚝 솟아 있다. 그리고 우측으로 탄항산 방향의 기암들이 보이고 그 뒤에 포암산과 월악산 영봉이 보인다. 다시 우측으로 시야를 돌리면 주흘산과 부봉이 눈에 들어온다. 조령산과 주흘산은 반원을 그리며 그 반대에 위치해 있고, 중간에 탄항산과 포암산이 있는 형상이다.

  이만봉 정상에 오르자 등산객 4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배낭 뒤에 큼지막한 꼬리표(?)를 달고..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시루봉으로 출발한다.

11:17 시루봉 안부

  이만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좌측으로 희양산을 끼고 내려선다. 조금 내려서자 희양산의 바위암벽이 눈에 들어온다. 짧은 구간의 암릉을 지날 때 쯤 전망대가 나와 올라서니 희양산 조망이 시원스럽게 나온다. 사진촬영을 하고 돌아서자 [회장님]이 옆에서 조망을 감상하고 있어 사진을 한 장 찍어준다.

  대간길은 시루봉을 비켜나 있다. 우측으로 시루봉을 두고 시루봉안부에서 좌측으로 꺾여 진행한다. 선두를 [바람님]과 [소분님]이 서고 그 뒤를 [대장님]과 내가 따라간다. 시루봉 안부 갈림길에서 [바람님]과 [소분님]이 시루봉 방향으로 방향을 잡고 진행하고 있다. 마침내 갈림길에 도착한 [대장님]이 [바람님]에게 대간길이 아니니 돌아오라고 하고 [소분님]에게 막 따라가지 말라고 한다. 계면적어 하면서 돌아온 [바람님]에게 내가 한마디 한다. “형님은 혼자서 대간을 못 가겠다.”라고 하자 [바람님]왈 “대간길은 5분정도 가다가 꼬리표가 없으면 돌아오면 된다.”고 한다. [태극권]왈 “대간길은 갈림길이 나오면 먼저 꼬리표를 확인하고 가야 한다.” 여러분 내 말이 맞죠? ㅎ ㅎ ㅎ

  시루봉 갈림길은 마치 분지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다시 능선에 들어서자 멀리 은티마을 너머 산을 깍아 놓은 채석장이 보이고 시루봉에서 은티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친다. 이제 성터가 가까워 졌으리란 생각을 하고 진행을 서두른다. 마루금을 따라 한참을 진행해도 성터는 보이지 않는다. 선두가 무명봉 안부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멈춘다. 바람이 조금 있는 곳이지만.. 간식을 먹는다. 이제 거의 12:00가 가까워지고 있다. [소분님]이 MP3의 주파수를 이리저리 잡더니만 야구중계를 해 주는 주파수를 용케 잡았나 보다. [바람님]이 “지금부터는 자유산행이다.”라고 선언한다.

12:26 성터

  휴식을 끝으로 성터로 향한다. 이제부터는 야구중계를 들으며 진행한다. [소분님]이 이중으로 중계를 한다. 일본의 선공으로 야구는 시작된다. 1번타자가 1루로 출루하고 2루까지 갔다가 4번타자의 범타로 1회를 잘 막는다. 대한민국의 1회말 공격. 1번은 어떻게 됐는지 중계방송이 부실한 관계로 잘 모름. 2번 이종범이 1루로 출루했단다. 그리고 3번 이승엽이 ‘파울이냐? 홈런이냐?’그러다가 잡혔단다. 그리고 4번 최희섭이 플라이볼로 아웃되어 1회공격은 모두 무득점으로 끝.

  성터로 가는 길에 반대 편에서 산행하는 사람을 만난다.

등산객 : “희양산 가는 길이 어디냐?”

[바람님] : “희양산은 반대방향이다.” 

산꾼 : “그럼 이 길은 어디를 가는 길이냐?”

[태극권] : “이 길은 시루봉 가는 길이다.”

등산객 : “그럼 시루봉은 어디냐?”라고 물어와

(돌아온 길을 가르키며)

[태국권] : “저 산 넘어에 있다.” 라고 대답해 준다.

등산객 : “그럼 희양산 정상석은 왜  보이지 않느냐?”라고 반문해 온다.

[태극권] : “정상석은 그 전망바위를 지나 조금 더 가야 한다.”고 일러주고 떠난다.  그리고 뒤에 따라온 [아자아자님]에게 ‘나도 제법 안다’라고 자랑을 해 본다. 물론 2주전에 지나온 길인데 모르면 바보지 ㅋ ㅋ ㅋ

  중계방송 듣는 것이 곤욕이다. 야구룰을 잘 모르는 [소분님]이 이중으로 중계하는데, 설상가상 라디오 방송도 강석이 정규방송을 빼먹고 TV로 야구를 보면서 중계해 주고 있다고 하니 전달상의 혼돈이 온다.

  은티마을을 내려서는데 발바닥에 통증이 많이 온다. 잠깐 휴식을 취할 때 등산화를 벗어 발에 휴식을 준다. 아직도 점수는 0:0이다.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든다. [바람님]이 답답한지 앞으로 쭉 나간다. 나도 따라서 은티마을 구판장으로 향한다. 내려서던 중 뒤 돌아보니 은티재와 희양산이 보인다. 사진 한 장 찍고..

13:37 은티마을 구판장

  은티마을 구판장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한 [바람님]이 여긴 TV가 없단다. 야구 보기 위해 뛰어 내려 왔건만.. 할 수 없다. 계속 이중중계방송을 듣는 수 밖에.. [바람님]이 구판장에서 막걸리와 볶은 김치를 시킨다. 오늘은 등산객들이 별로 없는지 구판장이 한가하다. 우리가 테이블 2개를 차지하고 전세 낸 기분으로 하산주를 한 잔씩 한다. 그런데 막걸리와 김치맛이 그때의 그 맛이 아니라고 난리다. [회장님]은 은티마을 주막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해 주신다. 옛날 시산제를 지내기 위해 은티마을 주막에서 싯칼을 빌려갔던 이야기를 옛 생각에 잠겨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루시님]이 청천병력 같은 이야기를 한다. 야구가 7회 초라는데 스코어가 한국0:2일본 이란다. 투수가 김병현으로 바뀌었는데 김병현이가 점수를 줬단다. 그래도 ‘속으로 아직은 희망은 있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 있자 다시 한국0:5일본란 비보가 날아든다. ‘아! 이제는 틀렸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가한 은티마을 구판장.. 하산주 한잔씩 하면서 벽면과 천장을 찬찬히 ?f어 본다. 여러 대간꾼들의 흔적들이 여러 곳에 보인다. [회장님]이 일어서 벽돌에다 ‘한아름 김창식’이란 흔적을 먼저 남기고 그 옆에 화살표를 하여 [대장님]이 ‘양성구’란 흔적을 남긴다. 나도 덩달아 흔적을 남기고 사진으로 증거를 삼는다.

  다른 테이블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잘 모르겠다. 심지어는 내보고 나가 있으라고까지 했다.

14:50 출발

  은티마을 주차장에서 마지막 단체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성남으로 출발한다. 성남에 도착하여 몇몇이 모여 회의를 한다. 회의는 잘 됐다.

[마루금]

누가 너보고 나가 있으라고 했냐.. 나는 기억이 없다... 그래도 너만한 넘이 없다. ㅋㅋㅋㅋㅋ

[마루금]

그리고 너 부주금 얘기는 왜 뺐냐... 세현이 부주금은 개인으로 해야 하나, 단체로 해야하나... 고민되네

[훈사랑]

참 배짱이 대단해요. 근무시간 눈치보며 산행기 쓰는게 ...암튼 우리는 재미있게 읽으니 좋지만. 열심히 읽고 나중에 내가 필요할때 참고자료로 쓸거예요. 계속 부탁입니다.

[태극권]

그래서 찍소리 못하고 있습니다.ㅎㅎㅎ

[바람]

세부묘사가 잘되어있네. 문장도 세련되고 잘읽었읍니다.축의금은 난 수표로하기로했으니 개인으로 낼까하는데.ㅋㅋㅋㅋ

[아자아자]

태극권님 산행기 잘 읽고 그때 등산 회상합니다 ~감사합니다~

[훈사랑]

산에갈때, 산행기 쓸때 가 제일 행복하다고요, 중독이네. 너무과한게 덜한것만 못하다 했는데 ... 조금만 줄여봐요 다리도 아프다면서~~ 어쨋든 산행기는 너무나 재미있고 고마워요. 더구나 사진까지 @@ 알먹고 꿩먹고

[양거미]

참 내용도 좋고, 언제나 변함없는 산행기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