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고흥읍 고흥만 간척지 내 인공습지
1991년부터 시작돼 2007년 말 완공된 고흥지구 간척개발 사업 결과로 갯벌과 바다가 줄어든 대신 그 자리에 3,100ha의 간척지가 생겨났다. 농경지는 1,701ha, 담수호는 745ha, 인공습지는 280ha이다. 두원면 풍류리에서 시작하여 도덕면 용동리로 이어지는 길이 2,873m의 고흥만방조제 위에 서서 남쪽으로 시선을 두면 광대한 호수와 농경지가 펼쳐지고 그 뒤로 두원면, 고흥읍, 풍양면, 도덕면을 잇는 능선이 수묵담채화처럼 이어진다. 최근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센터, 드론지식센터에 이어 83MW의 수상 태양광 시설까지 고흥호에 설치되면서 새들의 서식 영역이 잠식당하고 있다. 이곳은 호수의 물과 지면이 만나는 곳으로 염습지 이력을 가진 갈대들이 저마다 뿌리를 내리고 영역을 확장해나간다. 바람과 갈대의 향연은 고흥호의 단조로움을 덜어내고 도래한 철새들과 더불어 강인한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농경지와 인공습지를 오가며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노래하며 행복을 경험하는 새들의 일상을 공감할 수 있다.
● 갈대밭 사이사이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온갖 종류의 오리류들을 볼 수 있다.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알락오리, 홍머리오리, 청머리오리, 쇠오리, 넓적부리, 흰죽지 등과 그들의 천적인 잿빛개구리매
● 수심이 깊은 쪽에서부터 큰기러기와 쇠기러기의 휴식처이고 바깥쪽으로 2만∼3만여 마리의 가창오리 무리, 흰죽지 등 잠수성오리류의 무리들이 긴 띠를 형성하며 휴식한다.
● 매년 200∼300여 마리의 큰고니들이 도래하여 갈대밭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도로 주변에는 물닭, 논병아리, 뿔논병아리 등을 볼 수 있다.
4. 맺는말
갯벌은 바닷물의 흐름과 고임이 오랜 과정을 거쳐 영양물질의 운반과 퇴적을 통해 다양한 생물들을 부양함으로써 완벽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갖춘 독특한 생태계이다. 그래서 갯벌은 정화와 갱생의 상징이고 벌판은 꿈과 희망을 나타내며 둘러싼 산들은 욕망과 지성이 어우러진다. 득량내만권은 득량만의 가장 안쪽에서 물과 갯벌, 벌판과 둥그런 산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박제해놓고 싶은 천혜의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잉태하고 뿜어내는 봄과 여름, 거두는 가을을 지나 인고하는 겨울, 햇빛과 비 그리고 시간과 바람이 만든 다양한 자연의 곡선들과 인간이 만들어낸 삶의 직선들... 그것들이 어우러진 질펀함 속에 존재하는 고흥의 갯벌은 이곳을 찾은 철새들로 인해 온전히 풍요롭고 충분히 세상의 아름다움에 기여하고 있다. 자연이 놀라운 이유는 세상의 모든 종들이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영역에서 더 나은 세계를 구축해왔다는 것이며 그중 새들이 더욱 특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더 이상 회색빛의 무감각한 일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