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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지는 역사의 고장 중국. 쑤저우, 항저우
쑤저우(蘇州) 어린시절 어쩌다 낮잠이 들었다 일어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분간이 안갔을때가 있다. 그럴 때 누나는 짐짓 겁을 주었고 허둥지둥 어쩔줄 몰라 하는 내 모습을 재미있어 했다. 그때 어린날처럼, 두어시간 달려오는 차속 단잠에서 깨어보니 어딘지 멍멍하다 허둥된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화중지방의 명소인 소주, 항주이다. 길을 따라 문화 유산을 만나고 물을따라 별을 만나는 아름다운 정원의 고장, 소주의 도착한 것은 늦은 저녁. "멀리 소주성 밖에 한산사, 한밤중에 종소리가 객선까지 들려오는구나"라는 "풍교야박"의 싯귀가 절로 읊어진다.
소주에는 유난히 아름다운 정원이 많은데, 근처에 정원식으로 인기있는 태호석의 산지가 있는데다가 "물의 도시"라고 불릴만큼 곳곳이 수로로 연결되어 있어서 물을 끌어다가 연못을 만들기가 쉬웠던 덕분이다. 춘추전국시대인 기원전 5세기경 오(吳)나라 수도였으며 당나라 송나라를 거치면서 비단의 생산지로도 이름을 떨쳤다. 2500년의 역사를 가진 소주는 도시를 가로지른 운하 때문에 "동양의 베니스"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문인도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름난 정원중에 대표격인 졸정원(拙政園)은 유원과, 베이징의 이화원, 피서산장과 함께 4대 정원으로 꼽히는 명소중의 명소다. 시 동북부의 위치한 졸정원은 소주의 수많은 정원들중 으뜸으로 손꼽히는데 원래는 당나라때 시인 육귀몽의 집이 있던 자리였는데 명나라때 어사 왕헌신이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와 이곳을 사들여서 13년간 정원으로 조성하고 36명의 부인을 거느리고 16년을 살았던 곳이다.
졸정원은 어리석은 졸(拙)자에 정치정(政), 정원원(園) 자로 쓰는데 이는 신선들이 노는곳이란 의미인데 이렇게 좋은 곳에 살고보니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리석게만 보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혹자는 왕헌신이 죽고 그의 아들이 하루만에 노름으로 졸정원을 팔아먹었다고 해서 "어리석은 졸장부의 정원"이라 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왕헌신의 주업은 비단장수로 우리가 알고있는 명월이 한테 반했다는 비단장수 왕서방이 바로 이 왕헌신이다. 그는 졸정원을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만들고자 노력했는데 그의노력이 곳곳에 베어있다. 면적은 약 4.7ha이며 연못을 중심으로 정원이 꾸며져있고 연못주위에 건물이 잘 배치되어 연꽃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초록향 그윽한 차한잔 나누며 다음 목적지로 간곳은 이일대에서 가장 높은 35m의 호구산이다. 이곳은 특히 소주에서 풍수가 가장 좋은 곳으로 오나라 왕부차가 그의 아버지 합려를 이곳에 묻자 3일후 백호가 나타나 그위에 꿇어 앉았다고 해서 부처진 이름이다. 호구산 위에는 천년의 세월을 지내온 호구탑이 있는데 매년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어 "중국판 피사의 사탑"이라 불린다. 현존하는 중국 최고 벽돌탑으로 서기 961년에 완성 됐다.
산 입구 오른쪽에있는 시검석(試劍石)은 오나라왕 합례가 명검을 시험해 보기 위해 잘랐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실제 돌 중앙을 기준으로 둘로 쪼개져 있다.
한산사(寒山寺)는 서기 502년에 건립된 사찰로 역대 중국 여러사건을 겪으면서 다섯 번이나 불에 탔다가 청나라 말기에 재건되었다. 이 고찰에는 한산과 습득에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그 옛날 한산과 습득이라는 형제가 살고 있었다. 그 마을에는 아주 예쁜 처녀가 살고 있었는데 형인 한산과 서로 사랑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는 형제의 아버지는 그 처녀를 한산의 동생인 습득과 결혼을 시키고자 계획을 세웠고, 어느날 괴로워하는 동생 습득과 처녀가 하는 말을 들어버린 한산은 그길로 집을 떠나 현재의 한산사에 들어가 머리를 깍고 중이 되었단다. 한참지나 형을 찾아 동생도 이곳으로 와서 중이 되어 아주 유명한 스님이 되었다. 그래서 한산사에는 한산스님과 습득스님의 불상이 있고, 두 스님은 죽어서 화신이 되어 언제까지나 이 절을 지키고 있단다.
이밖에 유명한 문인인 소동파가 즐겨 마셨다는 샘물인 제삼천(第三泉)이나 오나라 왕 합려의 육신과 함께 3000여개 검이 묻혔다고 하는 검지가 있다. 검지에는 진시황을 비롯한 역대왕들의 명검을 발굴하려고 노력했지만 하나도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명나라때 소주는 "동양의 파리"라고 불릴만큼 패션의 도시로 명성을 떨친 곳이다. 특히 실크가 유명해 소단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다. 비단박물관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상시 실크패션쇼를 아름다운 미녀들이 쭉쭉 빵빵, 얼짱, 몸짱 비단옷을 걸치고 가볍게 워킹을 한다. 서로 누가 이쁜가 눈이 좌우로 바쁘게 쳐다본다.
항저우(杭州) 기품이 흐르는 호수의 도시
"上有天堂, 下有蘇杭"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16세기 이곳을 방문한 마르코폴로가 칭송했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둘러볼 곳이 많지만 항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는 단연 서호다. 서호는 항주 서쪽에 자리잡은 호수인데 계절, 날씨,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호 10가지 아름다움을 표한한 서호 10경이 있을 정도다. 호수 둘레가 15Km 달해 외호, 북리호, 서리호 등 5개의 작은 호수로 나누어지며 유람선이 운행하고 있다. 6명이 탈 수 있는 소형 유람선과 2층으로 된 페리호를 이용한 유람선 투어로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
서호는 당대 문인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곳이다. 시인 소동파와 백거이는 항주에 재임하는 동안 서호의 제방공사를 주도하며 이곳에 시적인 향기를 더해줬다. 그리고 소동파와 백거이는 이곳에 자주 들려 시를 읊었다고 한다. 중국의 산을 보고 싶으면 황산으로, 호수를 보고 싶으면 항주로, 중국의 산수를 보고 싶으면 계림으로, 자연을 보고싶으면 장가계, 역사 도시를 보고싶으면 서안으로, 중국의 현재를 보고 싶다면 북경으로, 미래의 중국을 보려면 상하이로 가면 된다고 할 정도로 항주는 호수로 유명하다.
저녁나절 전당강 기슭으로 행했다. 이곳에 세워진 육화탑은 전당강의 높은 파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나라때 세워진 탑으로 밖에서 보면 13층이지만 안에서 보면 7층인 독특한 구조로된 목조탑이다. 호수 명경에 별이 쏟아지듯 촘촘히 떠있다, 꼭지점 마다 다체로운 매력을 뒤로하고 하루를 접는다. 다음은 서호다. 이른 아침인데도 유람선 투어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호수 위로 안개가 휘감고 풀어주지 않는다. 그래도 유람선 위에 올라 실눈을 뜨고 서호의 경치를 감상한다. 항주에서 아니 서호 10경의 기품이 흐르는 호수 위에서...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수면이 잔잔하고 구름과 안개속에 산이 어우러져 수목화를 그려낸다. 물새들이 유람선 주위를 빙빙 날으면서 수목화의 생동감을 더해준다.
항주 일정중에 마지막 찾아가는 곳은 녹차의 산지로 유명한 "용정이다. 이곳에서 나는 용정차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단다. 그 옛날에는 황제만 마실수 있었다고 한다. 용정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있는 샘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데 이곳 사람들은 이샘이 바다와 통해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에 바다를 상징하는 용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마을은 온통차를 마실수 있는 찻집이다.
항주 시내 관전가에는 동서로 800m에 달하는 각종 번화가에 야시장이 형성되는데 이곳에서는 24시간 영업을 하는 만두가계가 성업을 하고 있다. 중국만두의 본고장 답게 다양한 소를 넣어만든 만두가 일품이다. 고기, 야채, 팥, 양파 등 소의 종류만 해도 수십가지.. 힘든 여행길에 입맛을 잃었다면 간식 아닌 간식 만두로 속을 채워보자. 아. 먹고싶다.
2004.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