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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간염과 간경화 사이에 요단강이 있다. 절대로 이 요단강을 넘어가면 안된다
B형 간염이든 C형 간염이든 보균자(carrier-지금은 보유자라고 한다)) 또는 만성간염 상태일 때 정기적인 검사의 필요성은 간암 때문이다. 우리가 혹(mass)이라고 말하는 것을 의학에서는 종양(tumor)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종양을 양성(benign)과 악성(malignant)으로 분류한다. 구별점은 다른 부위로 퍼지느냐의 여부이다.
그 자리에만 가만히 있는 얌전한 넘들을 양성 종양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것이 자궁 근종(uterine myoma)이다. 분명히 혹덩어리인데 걱정하는 의사가 별로없다. 양성 종양은 내버려둬도 큰 문제는 없지만, 그것이 점점 커지면서 새로운 증상이 생기거나 또는 미용상 문제가 될 경우 등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있다. 김일성 목 뒤에 있었던 종양도 양성이었기 때문에 수술하지 않고도 장수를 누렸던 것이다.
다른 부위로 퍼지는 종양을 악성이라고 하며, 이 악성 종양을 바로 암(cancer)이라고 한다. 다른 부위로 퍼지고 퍼지지 않고의 차이는 크다. 다른 부위로 퍼지는 것을 전이(metastasis)한다고 말한다. 사실 양성 종양도 일부분은 나중에 악성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사는 의미가 있다. 과학자들이란 분류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악성 종양인 암도 다시 분류를 또 하면 두 가지로 대별된다. 암이 발생한 그 자리에 있는 것을 원발성(1차성, primary)이라고 하며, 다른 곳에 가서 자리잡은 것을 속발성(2차성, secondary)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간암이 대장에 퍼졌을 경우에는 간에 있는 암이 원발성이며 대장의 암은 속발성이 되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난, 염증이 많은 한국인의 肝입니다
간암 전체를 놓고 보면 속발성이 더 많다. 하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암은 간에 1차적으로 발생하므로 원발성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원발성 간암이다. 원발성 간암도 또 분류할 수 있다. 이중에서 90% 정도를 차지하는 것은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으로서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HCC) 이라 하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냥 간암(hepatoma)으로 부르는 것은 대부분 이것을 말한다. 그리고 바이러스로 인한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간암은 바로 이 간세포암을 말한다.
C형의 경우에는 만성간염에서 간경화로 진행한 후 간암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만성 C형 간염 환자들인 경우에는 간경화로 진행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B형 간염의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B형에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대부분은 간경화를 거치지만, 간경화 없이 만성 B형 간염 상태에서 바로 간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보균자 상태에서도 간암이 발생한다. 그래서 B형인 경우에는 보균자나 만성 간염 상태이거나를 막론하고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한 것이다.
영화배우 임성민이나 탤런트 태민영이 30대에 간암으로 사망하였다. 바로 수직감염인 경우이다. 수직감염이란 태어날 때 보균자인 어머니에게서 전염된 것을 말하며, 30년 정도 지난 후 간암이 발생한 전형적인 예이다.
임성민
B형 간염인 경우에는 겉보기에 멀쩡한 보균자 상태에서도 간암으로 갈 수 있다
주기적인 검사를 해야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간암 때문이다. 간암이 발생하더라도 일찍 발견할수록 그만큼 치료할 기회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간암 진단 받은 후 6개월 내에 사망하지 않으면 간암이 아니라고 하였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간이식이란 훌륭한 치료법이 있기 때문에 일찍 발견하기만 하면 희망을 가져볼 수가 있다는 뜻이다. 완치는 못하더라도 수명의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암이 의심될 때 확진하는 방법은 조직검사이다. 암으로 의심되는 부분의 조직을 일부 또는 전부를 떼어내서 눈으로 암세포를 직접 확인한다. 증거 위주의 의학(evidence d medicine)이라는 말이 있으나 예외가 있다. 보균자이거나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이면서 초음파에서 간에 혹이 보이고 태아단백항원(α-fetoprotein, α-FP)이라는 항원의 수치가 정상보다 상당히 상승하였을 경우 거의 간암이라고 판정한다. 그러므로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간암을 미리 발견하자는 목적으로 받는 주기적인 검사는 간 초음파와 태아단백항원의 수치가 중요하다.
간의 이상이 없는데도 태아단백항원이 증가하는 경우는 임신을 했을 때뿐이다. 정상적인 사람이 종합검사에서 이 항원의 수치가 매우 올라가 있는 경우에는 보균자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간암으로 추정하고 추가검사를 할 정도로 이 태아단백항원의 간암과의 연관성은 크다. 혈액검사로 암을 의심할 수 있는 경우는 이외에도 남자들에게만 있는 전립선(prostate)에 암이 생겼을 경우이다. 전립선 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이라고 하는 것인데, 암이 아닌 접린선 비대증(benign prostate hyperplasia, BPH) 일 때에도 상승할 수 있다.
그러므로 B,C형 간염 바이러스보균자나 만성간염의 경우 정기적인 검사의 필요성은 사건 발생 후 20년이 경과한 후부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30년이 넘었을 경우에는 필수이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특히 B형 간염인 경우에는 겉보기에 멀쩡한 보균자 상태에서도 간암으로 갈 수 있다. 간수치도 정상이고 살아가는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사실 보균자 상태를 과거에는 '건강한 보균자'(healthy carrier)라고 하였다. 지금은 이 단어를 쓰지 않는다. 보균자(보유자)라는 자체가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보균자(보유자)라고 표현한다.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나 알코올성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간암환자들을 분류하면 알코올성 간경화에서 간암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이다. 알코올성 간염에 의해서 간경화까지 진행된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무책임하게 산 사람들이기 때문에 간경화의 상태에서도 조심하는 법이 별로 없다. 그래서 간암 발생 이전에 다들 사망해버리기 때문에 간암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을지도 모른다.
알코올이든 바이러스든 간염과 간경화 사이에 요단강이 있다. 절대로 이 요단강을 넘어가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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