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모성(母性) 보호 관련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비용을
고용보험기금으로 떠넘기자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돼 ‘제2의 의료보
험’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는 여성
근로자에게 지급할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급여를 당초 예상보다 낮춰
7월말까지 액수를 결정할 계획이어서 모성 보호 수준이 대폭 후퇴할
전망이다.
◆ 고용보험기금 고갈론= 모성 보호 관련법 시행 주체인 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에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반대했다. 법의 목적에 어긋
나 월급에서 일정액(0.5%)씩을 떼이는 직장인들로부터 ‘왜 전용(轉
用)하느냐’는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
게다가 현재 출산휴가 급여(60일분)는 기업이 여성 근로자의 통상임
금대로 지급하는데, 법 개정에 따라 늘어난 30일분까지 같은 잣대를
적용하고 신설된 육아휴직급여(최대 10개월15일)까지 부담하면 2005
년부터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또 모성 보호 관련 비용은 국민건강보험에서 맡아야 하는
데 보건복지부가 건보 재정 위기를 이유로 전가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5년 이후에는 모성보호 비용을 건강보험이 맡는다
’는 부칙을 법 개정 때 삽입하려 했으나 ‘일정 기간 후’라는 모호
한 표현으로 바뀌었다.
◆ 대폭 후퇴할 모성 보호= 노민기 고용총괄심의관은 “월 400만~
500만원씩 받는 여성 근로자가 출산휴가를 갈 경우 그대로 통상임금
을 줄 수는 없다”며 “여성 근로자 전체평균 임금(약 95만원)의
1.5~2배 범위에서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급여도 월 20만~25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했으나
내년부터 전체 여성 근로자의 20%가 신청하고 매년 10%씩 신청자가
늘어날 것을 가정하면 2002년 912억, 2003년 1500억, 2004년 2004억
원 등으로 액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것으로 계산됐다.
◆ 여성·노동계도 불만= 당초 환영했던 여성·노동계는 모성 보호
수준의 후퇴 가능성이 제기되자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이정식
대외협력본부장은 “실질적인 모성 보호가 돼야 하며 고용보험기금에
문제가 있으면 정부가 다른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오순옥 정책부장도 “육아휴직급여는 최소 통상
임금의 30% 이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