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써야 재미가 있을까요? 1회에서 얘기했을 때처럼 [연출]이라는 녀석과 같은 종류의 중대한 [열쇠]는 없을까요?
전 그 [열쇠]를 [반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독자가 생각도 못했던 의외의 변수가 등장함으로써, 독자들은 그 만화에 심취하는 것이죠. ^^
비록 [반전]이 열쇠가 아니라고 할 지라도, [반전]은 스토리에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반전]이 없는 스토리는 '밋밋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며, 그것은 곧 '재미없다'의 의미를 갖추게 되는 셈이니까요.
때문에 첫 번째로 [반전]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1. 반전(banjern 헉?!)
반전은 무엇인가를 먼저 설명해야겠네요. ^^
1, 2, 3, 4, ?, 6, 7… 의 숫자 나열을 보시면서 ?에 뭐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반적인 사람들은 5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안에 뜻밖에도 '9'가 들어간다면? 이것이 1차 반전입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기준을 약간 벗어나는 것이죠.
하지만 그 안에 '46587'이 들어간다면? 1자리 숫자라고 여기던 분들에게는 전혀 뜻밖이 되겠죠. 이것이 2차 반전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안에 '병-_-신꼴값하네'라는 문장이 들어간다면 3차 반전이죠. 모두가 숫자라는 제약에 얽매인 상태에서 생각지도 못한 녀석이 등장한 셈이니까요.
?에다 존재하지도 않는 무언가를 집어넣으려고 발악하시는 당신! 어두침침한 방안에 쭈그려앉아 걸죽한 침을 흘리며 모니터를 보는 어르신들의 미래를 답습할 우려가 있습니다. -_-;;
[1차 반전]은 가장 일반적인 반전입니다.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반전이므로, 가장 큰 대중적 이해를 요구할 수 있죠. 반면 '유치하다!'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도 제일 높습니다. 요즘 만화에 이런 반전을 써먹는다면? 그리고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반전의 한계가 이 정도라면? 제가 좋은 직장을 따로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
1차 반전의 예는 [태권v가 마징가z와의 싸움에서 초반에 밀리다가 역전승을 거둔다는 장엄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는 [마치 싸움을 걸 것 같던 무서운 얼굴의 상대방이 원래는 겁쟁이었다]도 해당될 수 있겠죠. 누구라도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반전. 이런 경우의 스토리는 독자들이 줄거리의 내용을 미리 파악한 상태에서 읽게 됩니다. 대본소의 만화가 이 반전을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편이죠. 줄거리를 다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읽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2차 반전]은 [태권v가 삼척동자와 싸움을 벌이다가 건전지가 떨어져서 패배했다 --;;]를 예로 들겠습니다. 독자가 추론하던 결론을 반대로 뒤집는 효과라고나 할까요? 현재의 코믹스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확보하고 있는 작품은 대부분 이런 반전을 사용합니다. 그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관심을 보내도록 유도하게 되죠. ^^ 아무래도 독자들은 새로운 결과를 원할 테니까요. 연재만화들을 보시면 쉽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3차 반전]은 [태권v가 천만 대의 마징가z와 싸움을 벌였는데, 운석 하나가 떨어져서 몽땅 죽었다]를 예로 들겠습니다. 독자가 절대 생각할 수 없는 황당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3차 반전입니다. 이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중적인 어필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반전이죠. 이런 만화는 대부분 매니아 작품으로 남게 됩니다.
위의 내용 예를 보시면 여러분들은 한 가지 착각을 하시게 될 겁니다. [아. 반전이라는 것은 전체적인 스토리의 줄기에서 사용하는 요소로구나]라는 착각이죠. ^^ 말 그대로 착각입니다. 반전은 단 한 컷으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예.
슬레이어즈
상처투성이의 악당이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혼잣말을 하듯 "이 인정도 없고, 예의도 없고, 가슴도 없는 계집애 같으니…" 같은 컷에서 리나 인버스는 악당을 주시하며 울컥한다. (이마에 십자혈관)
위의 예에서 리나 인버스가 울컥한 이유는 뭘까요? 인정과 예의, 그 다음에 등장할 단어가 '가슴'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이런 작은 반전을 통해서 코믹성이 더욱 강하게 표현되는 것입니다. 다음 컷에서 리나 인버스는 다 죽어가는 악당에게 '메가 브랜드'로 확인사살을 합니다. -_-;;
코믹, 호러, 액션 등… 반전은 전 분야에 들먹거릴 수 있는 요소입니다. 그것이 어느 정도의 반전이냐에 따라서… 그리고 그 반전에서 써먹는 내용물에 따라서 연출이 크게 달라지죠. 용비불패의 용비가, 여인네들 앞에서 바지가 내려갔을 때 가슴을 가릴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하루 일과를 끝내고 기분 좋게 침대에 누운 주인공이, 침대 위 천장에 매달린 여고생의 머리를 보았을 때, 어떤 효과를 얻겠습니까?
자신이 스토리를 쓸 때, 그것이 얼마나 다양한 반전을 이룰 수 있는 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반면 그것이 남용될 경우 그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잊지 마세요. ^^ (란마1/2의 경우를 보면 코믹반전의 남용으로 인하여 극적인 긴장감이 별로 없죠. 단지 재미를 위한 만화밖에 되지 않는 법입니다. 루미꼬씨처럼 연출에 자신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신중하게 고려하셔야 합니다.)
다음은 대사반전의 예를 들겠습니다.
영화 '저지 드레드'를 보셨나요? 어떤 도시의 내부에 광기에 사로잡힌 악당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스텔론은 그의 음모에 휘말려 도시 바깥으로 쫓겨났다가 코믹캐릭터 한 놈이랑 다시금 도시 내부로 들어가려고 하죠. 하지만 도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불을 뿜는 통로를 지나가야 했습니다. 극히 위험하죠. 스텔론이야 뭐 용감하다 치고… 겁많은 코믹 캐릭터가 그를 따라갈 리 없죠? 그때의 상황에 사용된 대사입니다.
코믹 캐릭터(이름을 잊어먹었습니다. --;;) : "말도 안돼! 여길 어떻게 지나간다는 거야?!"
스텔론 : "할 수 있어! 불을 뿜는 주기의 타이밍에 맞춰서 달려가면 될 거야!"
캐릭터 : "헛소리하지 마! 가면 죽을 게 뻔하다구!"
스텔론 : "이봐! 모르겠어?! 지금 저 도시 안에는 아주 위험한 미-_-친놈이 하나 있단 말야!"
캐릭터 : "그것 참 대단한 우연이군! 여기 바깥에도 하나 있잖아?!"
제법 재치있는 대답이죠? 이런 대답도 하나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스토리를 쓰기 위해서는 남들이 다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스토리를 구상하려고 하지 마세요. [이런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한 번 해 봐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만큼 바람직한 창작자가 어디 있을까요?
자아. 아직은 구체적이지 못 한가요? ^^
이 설명이 구체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이해는 쉽게 할 수 있도록 순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
1. 글을 쓴다는 것은 말을 한다는 것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해 주세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말을 할 때는 그 순간에 빠른 판단력으로 생각을 해서 반응해야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충분한 심사숙고를 통해서 제일 좋은 반응을 골라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구상해놓은 스토리를 눈앞에 펼쳐주세요.
3. 자! 당신의 현재 스토리는 완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마음에 들지도 않습니다. 현재 당신의 스토리는 극적 반전의 묘미도 없고 연출 자체도 밋밋하군요. 지금부터 당신은 이 스토리를 재미있게 수정하셔야만 합니다.
4. 마음에 들게 수정을 하세요. 됐죠? (퍼퍽! 가끔은 이런 농담을 해야 저도 글 쓸 맘이 나거든요. ^^;;)
진짜4. 각 연출과 주요부분의 상황들을 체크하세요. 어떤 것이 사건이며, 어떤 것이 진행이며, 어떤 것이 결과인지 말입니다. ^^ 아마 잠깐동안은 머리가 뽀개지실 거예요. 사건, 진행, 결말에 해당되는 부분이 전체 스토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꽤 많은 분류가 필요할 겁니다. 또는 그것들이 중복되는 수도 있어요. 작은 부분의 결말이 큰 부분의 사건으로 분류될 가능성이랄까요?
이런 분류의 작업은 단 한 번만 해보시면 됩니다. 스토리를 쓰실 때마다 이런 분류를 하신다면? 하이고~~~ 죽고 말죠. 이 작업은 단지, 앞으로 스토리를 쓰는 과정에서 보다 좋은 반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연습입니다. ^^
5. 각 결말을 따로 뽑아서 그 결말을 무섭게 노려보세요. 반드시 바짝 쫄아서 덜덜 떠는 놈이 나타날 겁니다. 그 놈! 조지세요. 스토리의 큰 줄기에 영향도 안주는 놈이 괜히 스토리를 밋밋하게 만들다니! 칵!
6. 삭제된 결말을 보유하고 있는 사건을 다시 한 번 검토해 주세요. 그리고 그것에 대한 결말들을 죽 뽑아보세요.
7. 6번의 작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결말을 산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하루 쯤의 여유를 두고 딴 짓을 해 보심이 어떨까요? 당장에 일이 해결된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여유라는 것은 뜻밖의 도움을 주는 여신과도 같은 존재랍니다.
8.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죽 읽어보세요. 열심히 눈알님을 부라리시며 자세히 볼 필요는 없습니다. 독자 중에서 그렇게 만화책을 읽으시는 분은 드물죠. ^^ 독자의 입장이 되어서 읽어본 뒤에 스토리의 균형을 깨뜨리거나 특별히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세요. 그리고도 밋밋함을 느끼신다면 다시 처음의 작업으로 돌아가셔야 할겁니다. 그건은 즉, 연습의 성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니까요.
자. 위의 연습에 관한 글을 읽어보시니 갑작스레 스토리를 쓰기가 싫어지지 않나요? ^^ 꽤 많은 분들이 그런 감정을 갖게 되셨을 겁니다. 스토리라는 것은 과학적 요소보다는 스스로의 가슴이 내미는 요소가 더 강하니까요.
다른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
이런 말씀 들어보셨나요?
[좋은 글을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위의 의미를 아시겠어요? 대략은 이해하시겠죠? ^^ 그래도 번역해 보겠습니다.
[많이 읽는다]는 의미는 [많이 접한다]의 의미로 해석해 주세요. 그것은 모티브를 찾는 과정입니다. 아무런 밑바탕도 없이 창작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음을 알아야 음악을 만들 듯, 적어도 창작을 하기 위한 배경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죠.
제 경우는 뮤직비디오를 보았을 때, 가장 많은 모티브를 얻게 됩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영화나 소설보다는 뮤직비디오가 더 효과적이더라구요.)
또 신문, 포스터, 지나가던 사람들의 대화내용을 통해서 얻게되는 모티브도 꽤 많습니다. 예를 들면 신문에서 폭력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 내 자신이 폭력조직의 보스가 되어 위대한 영웅이 되는 장면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만족스러운 상상으로 완결되었을 때,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곤 합니다.
다른 사람의 예를 들어볼까요?
go mansa 6 1란에 가보시면 신성필 님의 '호접지몽'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그 글을 읽다보면 혹시 영화 '토탈리콜'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있지요. (신성필 님은 그 사항을 부인합니다. 제 견해도 그렇고요. ^^) 하지만 토탈리콜과 호접지몽은 엄연히 다른 작품성으로 구별됩니다. 직접 읽어보시면 아실 듯. ^^
가능하면 많은 작품을 접해보세요. 그리고 많은 상상을 하세요. 상상에 재미를 붙이시고(그 안에 자신을 도입하시면 꽤 재미있을 겁니다) 그것을 꾸준히 메모하신다면, 꽤 마음에 드는 스토리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 다음은 [많이 써야한다]는 의미.
기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무분별하게 남용하면, 그 효과가 떨어집니다. 정말로 감동적인 장면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한 작품에 모조리 쏟아 붓는다면, 그 감동은 더 반감됩니다. 너무 웃기게 써서 안 웃길 수가 있고, 너무 슬프게 써서 안 슬플 수가 있습니다. 그것의 기준을 판단하려면 냉철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창작에 무슨 얼어죽을 과학입니까? 그걸 하는 과정 속에서 당신은 창작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지실 겁니다. ^^
때문에 많이 써봐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많이 보여주세요. 남들이 뭐라고 한 마디씩 하는 것에 너무 신경을 써도 안되고, 아예 무시를 하는 것도 안됩니다. 그것 또한 적절히 조절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많이 있어야겠죠?
즉, 많이 쓴다는 것은 작품의 재미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는 얘기가 됩니다. 창작 자체를 즐기는 분이시라면 많이 쓸수록 더 발전하실 거예요.
자. 정리하겠습니다.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한계의 '반전'은 스토리에 큰 재미를 준다.]
[자신의 스토리를 냉철하게 볼 수 있어야 '재미'를 주건 말건 할 수 있다.]
[문화를 많이 접해야만 더 좋은 모티브를 얻어낼 수 있다.]
[많이 써봐야만 대중적인 재미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너무 간단한가요? ^^;;;
두 번째 이야기 끝입니다. ^^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해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요]편의 두 번째 이야기(뭐가 이리 복잡해?)인 [캐릭터]에 대해서 주절대겠습니다. ^^
그리고 여백이 남는다면 구성에 대해 말씀 드릴께요.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작가의 마음이지만,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를 얻고있는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구성을 얘기해 볼 생각입니다. 일본에서는 거의 '패턴'으로 사용하는 구성이죠. ^^ 모두 좋은 통신되세요. (꾸벅)
첫댓글 우와~~왠지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