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아쉽게도 괜찮은 출사지가 많지 않다. 서울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요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부산에도 비할 바가 못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름난 출사지가 많지 않다는 것도 핑계일 뿐이고, 늘 대하는 익숙한 풍경에 의미를 제대로 부여하지 못한 탓이 더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구에서 사진좀 찍는다 하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가봤을 대구수목원. 특히 꽃들이 만개하는 봄이면 이곳에서 모델출사를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도 있다. 아름다운 꽃과 수많은 수목들이 사시사철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는 이 곳이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지난 1986년부터 1990년까지 대구시민이 배출한 410만톤의 쓰레기를 묻었던 곳이다. 매립지가 안정화된 1998년 12월부터 이곳을 생태 식물공간으로 복원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해 2002년 5월에 수목원으로 개장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의 난지도가 월드컵공원으로 변신했듯 이곳도 세월의 무상함을 일깨워주는 곳인 것이다. 매립지를 수목원으로 복원한 것은 대구수목원이 전국에서 첫번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자료에 따르면 이 수목원에 1750종 35만 본의 식물이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총 부지면적은 24만 4,630㎡이며, 약초원, 활엽수원, 침엽수원, 야생초화원, 화목원, 방향식물원, 괴석원, 죽림원 등 총 21개의 주제로 꾸며진 전문수목원이 있다.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근에 아파트단지 등이 위치해 있어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나온 주민들로 항상 붐빈다. 수목원이라기 보다는 잘 정돈된 공원같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매주 월요일은 식물과 시설을 관리하기 위한 휴장일이며, 이용시간은 6월부터 8월까지의 하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나머지 기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주차료와 이용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연간 1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애용하고 있다. 지난해 찾은 진주수목원에서는 별도의 입장료를 받기도 하던데, 그런 면에서 보면 대구수목원은 시민들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에서는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그 누구도 찾지 않던 삭막한 회색도시의 쓰레기 매립장이 수목원으로 탈바꿈해 시민의 사랑을 받는 장소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대구수목원은 주차장에서 수목원에 오르는 입구를 제외하면 전체가 평탄한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누구나 쉽게 둘러볼 수 있다. 다음주면 또한번 꽃샘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조금 이른 시기이긴 하지만, 지금도 수목원 온실에선 온갖 화려한 꽃들이 곧 찾아올 봄을 조바심내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첫댓글 외톨이가 된 다람쥐가 외로워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