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서 12월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 되었다.
기존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 버리던 방식에서 ‘RFID 기반 개별 계량방식’으로 폐기물을
수거 해 가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RFID 기반 개별 계량방식’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한 달에 무조건 세대 당 1.500원씩 내는 정액제 방식을 세대별로 버린 만큼만 수수료를 내는 개별 계량 방식이다. 이를 위하여 기존의 쓰레기 수거함이 새로운 기기로 교체되었고 세대별 카드가 주어졌다.
카드를 쓰레기 수거함 인식면에다 대면 뚜껑이 열린다. 음식물을 열린 배출구를 통하여 버리고 나서 인식면에 다시 카드를 대면 뚜껑이 닫힌다. 뚜껑이 닫히고 나면 내가 버린 쓰레기 량이 계기판에 나타나고 음성으로도 나온다.
( 개별 계량 카드 )
(‘RFID 기반 개별 계량방식’ 쓰레기 전용 수거함)
이 용량은 즉시로 환경공단서버에 저장이 되고 관리비에 포함되어 청구된다. 내가 버린 쓰레기 총량을 알고 싶으면 환경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 카드 넘버를 치면 확인 할 수 있다.
영화 ‘육백만 불의 사나이’에서나 봤음직한 신기한 일들이 현실이 되어 우리 생활 안에 들어와 있다. 우리의 삶을 속속들이 지배하고 있는 이러한 전산화의 진화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결혼 하기 전에 쓰레기 처리를 어떤 식으로 했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집안 일이라곤 설거지를 돕거나 내 방을 청소하는 정도만 해 봤을 뿐 그 외에는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혼해서의 일은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생각이 난다. 모든 쓰레기를 박스나 고무 대야에 모아 두었다가 쓰레기 수거 차가 오는 날에 버렸었다. 쓰레기차가 올 때 딸랑이 소리가 나거나 ‘쓰레기! 쓰레기!' 외치는 소리가 나면 지체 없이 쓰레기통을 들고나가야 한다. 환경미화원은 쓰레기통을 받아 차에다 재빨리 쏟아 붓고 통을 사정 없이 내동댕이친다. 고무대야가 깨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연탄재는 밖에다 내놓으면 수거해 갔는데 길에서 아이들이 장난으로 발로 차 깨뜨려 버리기 일수여서 하는 수 없이 마당 한 구석에 층층이 쌓아 놓으면 환경미화원들이 집 안으로 들어와 가져갔다. 오물처리비용을 세금으로 냈지만 일년에 몇 번씩 아저씨들에게 따로 사례를 하곤 했다.
종량제 봉투가 생기면서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의 분리수거가 이루어졌다. 재활용
쓰레기
는 내용물이 비치는 일반 비닐에 한꺼번에 담아 배출하였고, 일반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라는 걸 구입해서 거기다 버렸다.
음식물쓰레기도 처음에는 일반 쓰레기 속에 넣어 배출하였다.
그러다가 음식물용 종량제 봉투도 나와 그 안에 담아 두었다가 집집마다 한개씩 나누어 준 음식물 수거통에 넣어 밖에 내놓았다. 모든 쓰레기는 정해진 요일 일몰 후에 내 놓아야 한다.
이상은 단독주택의 쓰레기 수거 방법이었다.
작년에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쓰레기 배출 방법을 다시 익혀야 했다.
일반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은 똑같다.
다만 수시로 지정된 수거함에 버릴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 문제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 수거인데 일주일에 단 하루 수요일에만 배출하는 방식이 처음엔 너무 불편하였다.
이젠 적응이 되어 매주 수요일은 분리 수거를 위해 외출했다가도 서둘러 들어오는 날이 되었다. 음식물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동 별 쓰레기 하치장에 놓인 음식물 쓰레기 통에 버렸다가 새로운 기기가 들어와 새 방식으로 하게 된 지 사흘이 되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음식물쓰레기 전용 수거기)
지자체가 돈을 들여 새 기기를 장만하고 ‘RFID 기반 개별 계량방식’을 택하게 된 것은 버리는 양만큼 요금을 부과하게 하여 음식물쓰레기 양을 줄임으로써 처리비용을 아끼고 환경오염을 줄이자는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어느 지차체에서는 이 방식으로 40%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고 한다.
나이가 먹으니 식사량도 줄고 먹는 식구가 적으니 입맛도 없다. 자연 냉장고에 먹다 남은 반찬이 많다. 며칠을 내놨다 들여놨다 하다가 결국은 버려지는 음식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세계인구 60억 중 10억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6초마다 한명식 굶어서 죽는다는데 뭐 하는 짓인가 죄의식마저 느끼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기회에 나는 우리 집의 식습관을 돌아 보게 되었고 요즘은 어떻게 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까 고심하고 있다.
채소 겉 대, 양파껍질, 고구마 감자 껍질 등 염장하지 않은 식품은 일반 쓰레기로 버리고 과일 껍질도 말려서 버린다. 음식 찌꺼기는 손으로 죽어라 짜고 그래도 생길 수 있는 국물을 제거 하기 위해 소쿠리에 받쳐 놓았다 버린다. 우리가 버린 음식물 침출액은 모아서 인천 앞바다에 버려진 다니 끔찍한 일이다..
무엇 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는 장 보는 횟수를 줄이기로 한다. 반찬은 조금씩 먹을 만큼만 만들고 그래도 남은 음식이 있을 때는 한 이틀 정도 두었다 다시 꺼내어 싹싹 긁어 먹도록 한다.
아예 이번 겨울은 산 속에 고립되었다 생각하고 냉동실에 있는 것들로 버텨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김장도 넉넉히 해 넣었겠다 쌀만 한 포대 더 들여 놓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
땅에 떨어진 밥풀 하나도 소중히 여기셨던 부모님의 가르침이 새삼 생각나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