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번개산행기
2007-04-30 11:33:00
[번개] 북한산 숨은벽-여우굴
2007. 4. 29. (일), 밝음
밤골통제소-밤골-전망바위-숨은벽능선-대슬랩아래-밤골-바람골-파랑새바위-염초골-
약수암위 공터(식사)-여우굴-백운대 남사면 쉼터-백운대-위문-백운산장-무당골-도선사
김총, 기팔, 은수, 광용. (4명) + 무명산우회 2명. = 총 6명.
토욜 저녁에 날아온 문자를 밤 늦게 확인했다. 김총이 삼각산 가는데 불광역에서 만나기로 한단다. 참가의사를 통보하고 일욜 아침 행장을 꾸려 집을 나선다. 수서역에서 김밥을 준비하고 지하철로 이동...
이동 중에 확인해보니 은수 일행(무명산우회)도 올 거란다. 김총과 기팔이를 불광역에서 만나고, 김총의 설명이 은수가 숨은벽을 갈 거라고 해서 그러자고 했단다. 내심 생각으로 염초북능을 한 번 다녀왔으면 했는데 은수 일행도 있고 하니 그냥 숨은벽으로 가보지 뭐...
약속시간 9시에 은수를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 34번 의정부행 버스 탑승장에서 만나고, 밤골입구에서 내린다. 계곡을 따라 오르고 바위 암반이 훤한 곳(백운대 1.8Km 이정표)에서 잠시 쉬고 전망대바위로 오르는 지능선을 따라 오른다.
전망대바위 아래에는 돌아가는 우회로에 나무로 난간을 만들어 두었다. 목이 아프다는 은수와 기팔이는 돌아가고, 나와 김총은 로프를 잡고 바로 오르는 길로 간다. 전망바위 아래 슬랩에서 조금 지체하고 슬랩을 오르는데 김총은 "이길을 지난 번에 내려갔다 말이가?" 하며 의아해 한다.
이제부터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특히 기팔이는 옆에서 뭘 물어봐도 대답도 앖다. 숨은벽을 <수운벽>으로 들었나 보다....
전망바위에서 사진 하나 찍어두고 빨래판 슬랩 아래까지 나아간다....
근데 여성 산님 한분이 빨래판을 오르다가 신발이 벗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오도가도 못하게 된 그 여성산님 옆에서 대기하던 대장님(?)인 듯한 분의 도움을 받아 무사하게 하산했기를 바라며...
다시 밤골 합류점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철제난간을 설치해 뒀다. 숨은벽능선길이 휴식년제에서 해제되자 정규등산로로 만들면서 이런 작업을 해둔 모양이다. 합류점에서 은수 일행 2명을 기다린다. 여우굴로 간다고 알렸는데 길을 잘못 알고, 호랑이굴 아래까지 갔다가 도로 돌아왔단다.
다시 파랑새바위가 있는 바람골로 올라서고, 다시 염초골로 내려서며 약수암 릿지길을 돌아가면 약수암 위 공터에 닿는다. 천혜의 쉼터다, 식사하기 딱 좋은 곳이고... 은수 일행이 내 놓는 식단은 산 위에서나, 산 아래의 구별이 안된다. 배추쌈, 감자전, 족발,,,,,,
지난 남한산성 산행시 내가 준비해간 복분자 술은 동이 난 상태고, 이제 모과주나 준비해 가자 싶어 갖고 간 모과주, 그래도 인기다. 다행이다. 은수가 목이 아프다더니 조금 힘들어 한다. 김총이 권하기를 비타민을 처방(?)하여 은수가 한 봉지 먹어둔다.
여우굴을 찾아 나선다. '약수릿지길'과 '시인신동엽길' 사이로 난 골짜기에 위치한 여우굴, 나도 2년 전에 와보고 처음이지 싶다. 그래도 맑은 날이니 길 찾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김총은 지난 겨울 펭귄과 곰을 대동하고 이길을 찾아나섰다가 고생을 했다는데,,,, 겨울에는 이길은 금지구역이라고 보면 무리는 아닐 듯...
여우굴을 통과하고, 건너편 백운대 남사면 너른 쉼터.... '시인신동엽길'(릿지길이라기보다 오히려 암벽길이다)의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다. 백명은 앉아 쉴 수 있을 공간이 이렇게 높은 곳에 있을까 싶은 그런 곳이다. 따뜻한 햇살과 자잔한 풀이 많아 잠자기도 그렇게 좋은 그런 곳이다. 이에 맞춰 은수가 잠시 눈을 붙인다. 많이 힘든 모양이다. 한 병 남은 소주와 방울 토마토로 입가심한다.
이제 백운대로 오르는 철난간을 잡고 오른다. 백운대.... 백운봉???
처음으로 백운대를 올랐다는 기팔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인수봉만 쳐다보고 있다.
우리가 지나 올라온 숨은벽 능선을 보고만 있다....
잠시 단체 사진 하나 찍어두고 하산한다. 그래도 3시가 다된 시각이니 오르는 사람이 많지 않아 내림길이 비교적 수월하다.
백운산장에서 우물물 한 번 마시고, 은수 일행이 우이능선의 족두리봉을 넘어 도산사로 가잔다. 아마도 무당골이지 싶은데 입술바위와 알프스산악회샘터를 모른다. 이상하다. 하지만 '가 보지 뭐...' 새로운 길이면 알아서 더 좋은 것 아니겠나????
결국 알프스산악회샘터와 입술바위를 보지 못하고 도선사 답장 바로 옆으로 내려왔다. 집에서 지도를 검토해보니 골짜기가 두 개인 것 같다. 우리가 지난 번 올랐을 때는 도선사에서 용암문 쪽으로 3~4백미터 올라서 지능선을 넘어 골짜리로 접어 들었으니, 이 길은 지난번 길보다는 동쪽 계곡인 셈이다. 새로운 길을 안내해준 은수 일행에 감사를 표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집안 일이 복잡하여 뒤풀이에 참석치 못하고 돌아오게 돼서 아쉽기도 하다.
오는 길 지하철 안, 뒤풀이 하고 있을 기팔이의 전화,
"어~ 광용아, '산행경력'이라는 말을 두 자로 줄여서 말을 좀 만들어 봐라. 이거는 그래도 산행경력이 제일 많은 대장인 니 밖에 할 사람이 없다. 뭐라 카몬 되겠노?"
하고 묻길래 참 난감하데.... 그래서
"기팔아, 이런 거는 문과반 출신인 니가 해야지 공돌이들은 그런 거 몬한다 아이가... 기팔이 니가 함 생각해서 내일 알려주라."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기팔이 답이 나왔나??? 좀 알려주라...
(산행 사진)
- 저기 남자 올라간 다음에 오르기 시작한 여성 동무....
중간쯤 올라가다가 신발 두 짝이 다 벗겨졌는데....
오도가도 못하고 줄을 잡고만 있는 아줌마,
옆에서 지켜보던 남자 산님이 다가가 구조하는 것까지 봤는데...
미리미리 잘 챙겨서 릿지 산행에 임해야 보는 사람도 마음이 무겁지 않을 것입니다...
- 500미터 이상은 오를 수가 없다고 선언한 것이 한 달 전이지 싶은데...
이제 어디든 거칠 게 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