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면 고등학생 무리를 종종 만난다.
참고로 아들바보인 나도 고등학교 1학년짜리 하나 두고 있다.
아들또래라서 눈길이 한 번 더 가곤 하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언어를 듣게 된다.
아이들은 용언에 '개'자를 붙여 쓰고 있었다.
나열을 해보자면
개덥다. 개웃는다. 개좋다. 개떠든다. 개싫다. 개적다. 개많다.
개먹는다(개를 식용하는 것 아님)
개팬다(우리가 쓰는 개 패듯하다와는 좀 다른 듯 비슷한 듯)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무작정 '개'를 앞에 붙여 말하고 있다.
그 아이들이 쓰던 부사어 '졸라'와 그 동의어가 드물어지더니 어느 날부터는
접두사 '개'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언어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알겠는데
이 시대 그 또래 언어에 대해 유감스럽다.
아들은 집에 와서 그런 말을 쓰지 않지만 학교에서 또래들과는 쓸 것이다는
생각을 한다. 또래 언어 문화. 내 기준에서는 많이 저급한 언어 문화지만
저희들 기준에는 평범한 언어 문화에 따라가고 있을 것이다.
나도 거칠게 말하자면 그 또래 언어 문화가 정말 개같다고 생각 된다.
그저께 어린이집 언어 전달은 "말은 나의 얼굴입니다. 고운 말을 써요." 였다.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운다는......
내가 잘 못 들었을까? '꽤' 를 '개'로.
첫댓글 예리한 비평입니다. 요즘 고등학교에서는 아이들 언어 순화 교육을 안 하는 것일까요? 국어 선생님들도 많을 텐데.
언어 사용은 어느 사회에서나 인격의 기본을 형성하는 것인데 말이지요.
특히 여학생들도 거침없이 저런 거친 표현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갈수록 사회가 거칠어져 가는데 언어조차 따라가면 안 되겠지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근데 이름을 참 잘 붙이셨습니다.^^
제가 테마수필 홈페이지로 좀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