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에페 5,4; 콜로 3,15; 1테살 5,18)
<상인성당,민들레 반, 남후섭 아우구스티노>
봉사자:남후섭 아우구스티노/반 원: 배도술 미카엘/이태자 레오니아/ 전선희 아가다/조준호 도미니꼬(월성본당)
주님, 감사합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3년 5월 중순 어느 날 걱정과 설렘으로 새로이 시작했던 성서백주간이 어언 2년의 세월을 훌쩍 넘겨 오늘 마지막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2010년 1월에 시작하여 2012년 7월에 1차 완독을 경험한 나로서는 새로이 시작한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봉사자로서 반원들과 함께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없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우려했던 걱정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13명으로 시작한 우리 민들레 반은 시작하자마자 3명이 포기하였고, 중도에 2명의 입반과 1명의 전입자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8명의 반원이 중간 중간에 포기함으로써 결국에는 5명만이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예수님께서는 “생명의 길로 가는 길이 좁다.” (마태 8, 14) 라는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한 번의 성경 완독으로 신심이 몇 단계 껑충 뛰어오르거나 신앙의 완성인 구원을 이루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이번 완독 과정에도 주님께서 여러 번 저를 보듬어 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사실 매주 정해진 분량을 읽어, 일부는 노트 한 쪽 분량만큼 발췌하여 필사하고 일부는 그 내용 중에서 마음에 와 닿는 단어나 구절들을 찾아내어 내 삶과 관련된 생각들을 정리하는 일은 이미 한 번 경험하였지만 막상 해보니 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한 두 주나 한 두 달이 아니라 120여 주, 2년 반이나 되니 어찌 가벼운 마음으로 처리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거기다 아직은 세상살이에서 할 일도 꽤나 있고 출근도 해야 하는 직장이라는 것이 나의 하루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한 주간 성경 공부의 책임을 충실하게 완수하기란 그리 녹녹하지 않았음은 틀림없는 일이었지요.
가끔 묵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가볍지 못한 발걸음으로 출석한 날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함께하는 반원의 묵상이 내 부족한 묵상을 채워주었는데, 돌이켜 보면 그것이 바로 주님의 배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의 은혜로운 돌봄이 따르지 않았다면 나는 봉사자였을지라도 결코 쉽게 오늘 마지막 시간까지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 어떤 반원이 ‘자기는 오늘 묵상을 깊게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면, 반원들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 모두가 똑같은 처지라고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던 말들도 주님 당신의 은총이었다고 믿습니다. 사실 그러한 일들 가운데에서 우리와 항상 함께 하시는 주님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고 반 동료들의 신뢰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이 백주간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제 기억에 남는 성경의 구절들도 한 번 상기해 볼까 합니다. 그래도 백주간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당신의 말씀 몇 구절이라도 내 머리와 가슴 속에 깊이 새겨준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여야 한다. (신명 6, 4-5)
행복하여라! 악인의 뜻을 따라 걷지 않고 죄인들의 길에 들지 않으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 오히려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시편 1 ,1-2)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마태 7, 7)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마태 7, 21)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 13, 34)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1테살 5, 16-18)
위에 열거한 몇 구절 외에도 내 삶을 이끌어 줄 등불이 될 수 있는 구절은 셀 수도 없지만, 나는 마지막 구절 테살로니카 1서의 말씀을 특히나 좋아합니다. 그것은 내 신앙생활의 모든 모습이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아는 데서 비롯될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감사하는 사람, 내가 모든 일에 감사하는 자세로 대하면 우선 내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할 것이고, 나아가서는 나를 당신의 자녀로 받아 주신 하느님께, 또 나를 제자로 거두어 주시는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과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나를 이끌어 주시는 성령께서도 은총이 충만한 삶으로 나를 이끌어 종국에는 우리 주님께서 마지막으로 주신 “서로 사랑하여라.” 라는 새 계명을 실천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하기에, 나는 ‘감사하는 사람’으로 나의 남은 삶을 살아 보려 합니다.
성서 백주간을 마치는 이 시간에 그동안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할까 합니다. 두 번째 공부기간 동안 많은 지도와 격려로 도움을 주신 본당 원장 수녀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수녀님 덕분에 우리 본당의 성서 백주간이 이만큼 자랄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수녀님을 우리 본당으로 보내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릴 일이겠지요. 주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제 반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2년여의 세월 동안 성경과 씨름하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언행을 되짚어보고 생각을 다잡아 결심하던 모습들을 서로 나누었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오래오래 친밀한 마음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같은 반원이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주님, 저로 하여금 언제나 감사하고 인내하며 온유한 자 되게 이끌어 주소서. 또한 당신을 조금 더 알고, 조금 더 사랑하며, 당신의 말씀을 조금 더 실천하는 사람이 되게 은총으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