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8.
봄나물
올해는 면역력을 높일 방법을 생각해야겠다. 내 가족들은 4월을 무척 기다린다. 봄날 새순이 앞다투어 마구 피어날 때면 전화벨이 울린다. “현아! 이번 주말에 모일까? 우짜꼬?” 누나가 전화하는 그때쯤이면 거의 봄나물을 맛볼 때다. 귀신같이 안다. “형님! 이번 토요일에는 밭에 같이 가시더.” 동생은 늘 내가 미덥지 못해서 동행한다. 든든하다 못해 어떤 경우에는 내가 동생처럼 느껴진다.
고향에 있는 작은 땅뙈기에는 엄나무가 서른 주 정도 있다. 아내는 엄나무 순을 응개 또는 엉개라 부른다. 지역마다 명칭이 워낙 다양해서 딱히 표준말이 뭔지도 모른다. 어떤 지역에서는 개두릅이라 부른다고 알고 있다. 아내와 나는 응개 나물을 좋아한다.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다. 물기를 꼭 짜서 쌈장에 찍어 먹으면 쌉쌀한 쓴맛이 거의 환상적이다.
우리에게는 별로지만 많은 이들이 참 두릅을 좋아한다. 두릅나무도 여럿 있으나 누군가가 우리 몰래 홀라당 꺾어가 버린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웃으며 넘어가는 내가 이상할 때도 있다. 사실은 머위를 많이 좋아해서 두릅은 뒷전인지도 모른다. 머위가 너무 어리고 연하면 별로다. 나는 쓴맛이 강해야 봄이 진하게 내 몸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쓴맛이 강한 머위는 면역력을 키워주는 최고의 약이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봄나물 중에서 머위를 최고로 친다.
봄나물로 엄나무 순과 두릅, 머위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극도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거물급 봄나물이 하나 더 있다. 가죽나무의 순을 가죽나물이라 한다. 향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향은 나를 끌어당기고 내가 좋아하는 향이다. 식감도 다른 봄나물과는 조금 다르다. 입안에서 아싹거리며 씹히는 것이 부드럽지만은 않다. 다행스럽게도 가죽나물을 탐내는 가족이 드물다. 덕분에 몽땅 내 것이다.
올해는 모든 봄나물과 인연이 없다. 가장 싱싱한 제철 나물을 먹는다는 건 면역력 향상에 최고라 생각한다. 그래서 매년 봄이면 가족이 모여 봄나물 잔치를 벌인다. 나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동생들이 앞장서서 봄나물 잔치판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홈런을 칠 대타가 필요하다.
첫댓글 맛없는 가죽을 쳐치할 오라버니가 없으니 ᆢ 억지로 먹고 건강할수밖에
조금만 남겨 두세요.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