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인 5월 중순, 5월 13일(화) 푸르른 하늘, 따스한 햇살 아래 싱그럽고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대는 화창한 봄날!
요즘 걷기 열풍의 명소로 선풍적인 인기가 있는 충북 괴산군 산막이옛길을 1968년부터 가우회(佳友會)로 인연을 맺고 50년 가까운 우정을 각별하게 이어온 영원한 마음의 고향 청주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함께 방문하게 되었다.
12시에 산막이옛길을 가기 전에 괴산에서 수안보, 연풍으로 갈라지는 다리 건너기 전 괴강변에 있는 민물매운탕 맛집으로 정평이 난 ‘괴강옛날할매매운탕’ 집에서 만나서 환담을 나누며 매운탕으로 중식을 맛있게 한 다음 괴산호로 이동하였다.
산막이옛길에 펼쳐지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풍광을 완상하며 3시간 가량 도란도란 정다운 대화를 나누며 산길을 거닐며 우의를 돈독히 다졌다. 산막이옛길 주차장에 일행이 타고 간 승용차를 주차하면서 보니 평일임에도 대형버스가 십 수 대 주차해 있었고, 승용차 주차장도 포화상태라 우리 일행은 한동안 주차할 공간을 찾으러 위 아래로 다녀보다 겨우 주차 할 정도로 산막이옛길을 찾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산막이옛길로 들어가는 마루턱에 올라서니 ‹사계절이 아름다운 산막이옛길›이란 돌비석이 우선 우리 일행을 맞는다.
마루턱을 넘어 조금 진입하자 군자산을 감고 흐르는 괴산호가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했고, 이어지는 산책로가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우리 일행을 정겹게 맞이한다. 우리 일행은 산막이옛길을 탐방하고 되돌아 나오는 많은 사람과 마주하기도 하고, 지금 막 산막이옛길 탐방에 나서는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막이옛길로 점점 깊이 들어갔다. 산막이 길을 걸어 들어가다 보니 호수에 잠긴 하늘과 구름, 그리고 군자산의 아담한 자태가 산막이옛길 왼편 아래편에 한폭의 그림 같이 펼쳐있고, 저만치 떨어진 호수면에는 유람선 한척이 미끄러지듯 닥아오고 있는 풍광이 주위의 기암괴석, 수목과 자연스럽게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마치 도원경에 들어선듯 무아지경 속으로 빠져 드는 것 같았다.
산막이옛길은 괴산댐 입구에서 오지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된 길이 4Km(10리) 옛길로서 흔적처럼 남아 있던 옛 오솔길에 출발지점 300m 구간에는 황톳길로 조성했고, 경사가 급하거나 위험한 구간은 나무 데크를 설치했으며 나머지 구간은 자연과의 조화와 생태보존을 위해 기존의 흙길을 그대로 활용했다. 산막이옛길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은 파란 하늘과 맑은 햇살 ,푸른물과 밝은빛, 검푸른숲과 시원한바람, 기암괴석이 아름답고 기묘하고 조화롭게 어우러진 자연 풍광과 산막이길 곳곳에 입혀진
스토리 텔링들이 먼 옛날 고향에 계신 할머니께서 들려주는 옛이야기처럼 구수하고 재미있는 숱한 이야기들이 산막이길 주변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스토리텔링의 명소는 옛날 이 지역에 있던 한 서당이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야외 학습장으로 활용했다는 고인돌 쉼터와 앉은뱅이가 물을 마신 뒤 걸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앉은뱅이 약수, 연인들의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연리목과 정사목, 이곳에 서면 세상근심이 눈 녹듯 살아진다는 망세루(忘世樓),여우비 바위 굴,어름 바람골, 노루샘. 매바위,호랑이굴,연화담,한반도지형 전망대, 고공전망대,괴음정 등 각종 전망대, 소나무를 연결한 출렁다리, 진달래 동산 등 근 20여개에 이르는 아기자기한 옛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을 수 있는 명소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화제를 담아 관광객을 맞이하고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산막이길로 연결되는 산막이 마을의 시작은 예부터 오지로 알려진 이곳이 조선 중기의 학자이며 명신인 노수신(1515~1590)이 을사사화에 휘말려 이곳이 유배지인 적소(謫所)가 된데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산막이 마을이 다시 역사 속으로 떠오른 것은 노수신이 귀양이 풀리고 신원이 돼서 명신으로 이름을 떨치고 졸한 후 그분의 10대손인 노성도라는 선비의 노력의 결과이다. 선조의 자취를 따라 산막이 마을을 찾은 노성도는 마을을 둘러싼 이곳 달천 강물의 풍광이 뛰어난 것에 반해 이 일대의 경관을 ‘연하구곡’이라 이름 짓고, 신선의 별장이라 칭하였다 . 노수신 선생의 적소와 그의 삶을 기리는 ‘수월정’이 산막이 마을에 남아 있는데 원래의 수월정은 수몰된 곳에 위치하였으나 1950년대 괴산댐이 조성될 때 현재의 위치로 이전 복원 되었다고 한다.
괴산댐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 기억이 있다. 돌아가신 선친께서 괴산댐 조성때 이장협의회에서 괴산댐 견학을 다녀오신 후,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의 수력발전소'라고 설명하시던 기억.....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산막이 마을은 이름 그대로 산이 길을 막아섰다는 뜻이다. 괴산호가 축조되기 전까지만 해도 마을 앞 달천강은 수위가 낮아 돌다리, 섶다리를 놓고 외부와 왕래를 하였지만 괴산댐의 축조로 거대한 호수가 되면서 노성도가 칭송하던 연하구곡은 물 아래로 잠겨 자취가 사라졌다. 산막이로 통하던 길도 다리와 함께 묻혔고 주민들은 나룻배를 타고 바깥세상과 교통하던가, 아니면 아슬아슬한 산길 벼랑길을 내서 50여년을 오갔다. 그러다가 제주도에서부터 올래길 걷기 열풍이 불어오자 괴산군(군수임각수)에서 옛날의 산막이길을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스토리텔링을 입혀서 산막이옛길을 조성하므로서 온고지신의 정신을 살리고 괴산군민의 자존심과 위상도 드높이고 국민건강과 정서함양에도 많은 기여를 하게 했다. 괴산군의 산막이옛길 조성사업은 진실로 위민행정과 봉사행정의 표상으로 지방자차단체의 우수성공 사례로 평가되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우리 가우회 점례모임을 옛 정취를 되살리고 정감이 어린 산막이옛길 걷기로 정한 가우회 이관구 회장님과 친구들의 안목에 감사한다.
작년에 산막이길에는 14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으며, 금년도에는 문화관광부로부터 한국의 사진 찍기 좋은 명소중의 하나로 선정되었으므로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즐기는 명품 길로 크게 발전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인은 산막이길 조성 이전인 1990년도에 괴산호를 방문한 일이 있다. 충북교육청 관리국장으로 재직할때 지역 분교의 폐교에 대해 관리하다가, 산막이옛길 인근에 있는 칠성초등학교 외사 분교가 학생 수 감소로 폐교에 직면하게 되어 폐교여부와 폐교하게되면 활용 방안 강구등 상황판단을 하러 왔다가 괴산호를 둘러 봤었는데 그때는 물가에 나무그늘도 시설도 없어서 조금 진입하다 나온 것으로 기억된다. 이번 가우회 벗들과 산막이옛길을 거닐어 보니 풍광이 좋고 볼거리, 흥밋거리를 많이 조성해 놓아 옛날 추억을 회상하게 하고 스토리텔링거리도 아주 많은편이라 그저 한번만 보기에는, 가족과 같이 오지 않고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풍광이었다.
좋은 벗들과 좋은 자연을 접하고 어린 시절 선친과의 추억과 나라의 발전과 교육 발전을 위해 힘쓰던 시절, 50여년전 까까머리 친구들과 함께 한 힐링이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2014,5.15 지상 김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