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영도 봉래산 정상 조봉에서 바라본 부산 북항. 왼쪽 저 멀리 해운대 장산이, 오른쪽에 오륙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삼각점과 정상석 옆 오른쪽 큰 바위가 그 유명한 할미바위다. |
|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일까.
최근 산행팀은 대구의 모 산악회 간부로부터 영도 봉래산에 관한 문의전화를 받았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우연히 온라인 상에서 영도 봉래산의 사진과 산행기를 봤는데 너무나 맘에 들어 회원들과 함께 등정해보고 싶다는 것. 이어 그는 "봉래산에서 바라보는 주변 조망은 거제도나 남해도의 이름깨나 있는 산에 버금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약간은 과장돼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근거없는 과대포장은 아니라는 것이 산행팀의 생각이다.
그럼 현실은 어떨까. 봉래산은 지금도 산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부산시민들에겐 낯선 산이다. 무엇보다 가슴아픈 점은 산행시간이 2, 3시간 정도로 짧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산꾼들에게조차 그 진가가 폄훼돼 왔다는 사실이다. 섬 산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호사를 만끽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영도의 한가운데 우뚝 솟은 봉래산에 서면 부산이 진정 항구도시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영도다리를 중심으로 왼쪽은 자갈치 및 공동어시장을 보듬은 남항이 있고, 오른쪽은 수출역군으로 상징되는 갠트리크레인이 일렬로 정렬된 북항의 컨테이너부두가 한 눈에 조망된다. 부산의 상징인 오륙도와 이기대는 물론, 저멀리 가덕도와 거제도도 확인된다.
봉래산의 봉우리는 크게 셋. 정상은 할아버지를 뜻하는 조봉(祖峯)이고 그 옆으로 자봉(子峯) 손봉(孫峯)이 이어진다.
산행은 신선동 새마을금고 신선본점~대흥사~신선아파트~다보사~신선2동 체육시설~관음사~산제당~산불감시초소~산신제터~능선(헬기장)~잇단 방송국 송신소~봉래산 정상(조봉)~산불감시초소(안부사거리)~자봉~손봉~임도~산불감시초소~도개공아파트~중리해변~중리산 산책로~전망대 정자~감지해변 순. 쉬엄쉬엄 걸어도 2시30분. 가족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영선교차로 버스정류장에 내려 직진한다. SK텔레콤 매장을 지나 150m쯤 가면 강남의원이 있는 사거리. 우측으로 간다. '사랑채' 식당과 남도여중을 잇따라 지나면 정면에 영도구 공영주차장. 이 길이 소위 산복도로다. 오른쪽으로 30m 거리에 새마을금고 신선본점. 그 왼쪽으로 오르면 정면에 봉래산 대흥사. 여기까지 오면 들머리는 찾은 셈. 버스정류장에서 15분 거리.
| | 산제당에서 기도하는 등산객 부자. | |
|
절 오른쪽 돌담길을 따라 걷다 만나는 길을 가로질러 신선아파트 옆으로 오른다. 촘촘한 계단을 절반 이상 오르다 우측으로 20m쯤 발걸음을 옮기면 다보사. 이를 지나면 이내 신선2동 체육시설. 하지만 산으로 가는 길이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해서 바로 아래 오른쪽 쪽문을 통해 산으로 진입한다. 두 번의 갈림길. 한 번은 오른쪽, 또 한 번은 왼쪽으로 간다. 화장실을 지나면 관음사와 산제당(山祭堂). 영도의 수호신을 모시는 당집인 산제당은 산신할배당 산신할미당 장군당으로 구성돼 있다. 영도의 안녕을 비는 당제는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날과 음력 9월15일 두 차례 열린단다.
산제당을 나오면 산불감시초소. 바로 앞에는 '봉래산 정상 0.79㎞, 체육공원 0.33㎞'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본격 산행이 시작된다. 5분쯤 오르면 제법 너른 너덜지대가 펼쳐진다. 그 위에는 조그만 공덕탑이 오롯이 서 있다. 5분 뒤 산신제터. 담벼락도 제법 튼튼하게 만든 내부에는 과거 샘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다시 5분 뒤 주능선. 헬기장 그리고 체육공원이다. 무등산의 토끼등이나 금정산 북문광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진행방향은 우측 시멘트길. 시들시들한 산죽을 따라 KT중계소와 KBS 및 MBC 송신소를 잇따라 지난다. 다소 무료할 즈음 왼쪽 오륙도 이기대가 모습을 드러내 위안을 삼는다. 이내 갈림길. 왼쪽은 조봉과 자봉 사이 안부 가는 길, 산행팀은 오른쪽 조봉을 향해 오른다. 불규칙하게 박혀 있는 돌들을 계단삼아 5분이면 정상인 조봉(395m)에 닿는다. 조그만 정상석 옆에 할미바위가 눈에 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예의 합장으로 기도를 올린다. 60대 한 할머니는 "할미바위는 용심이 많아 돈깨나 벌어 영도를 뜨면 반드시 망하도록 한을 품는다"며 "젊은이도 어서 예를 표하라"고 권한다.
| | | 봉래산 정상 조봉에서 자봉으로 가는 능선길. |
|
조망은 환상적이다. 남항과 북항으로 대표되는 부산항 전체가 한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오고, 부산시가지 또한 한 눈에 펼쳐진다. 부산을 한 눈에 보고 싶다면 봉래산에 오르길 적극 권한다. 부산의 산을 살펴보면 우선 도심의 황령산 금련산 그 뒤로 장산이 보인다. 장산 왼쪽에는 달음산 거문산이, 오른쪽에는 구곡산이, 황령산 뒤로 철마산 대운산이 보인다. 거문산 왼쪽으로 천성산 금정산 고당봉, 계명봉, 금정봉, 백양산 엄광산 구덕산 시약산 승학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공동어시장 뒤로 천마산, 송도 암남공원, 몰운대, 가덕도 연대봉, 거제도도 확인된다. 가덕도 우측으론 김해 창원쪽의 팔판산 화산 불모산 천자봉 상점령 장유봉도 보인다.
하산은 이정표 기준으로 손봉, 목장원 방향으로 직진한다. 워낙 전망이 빼어나 하나하나 음미하며 천천히 걷자. 10여분이면 초소가 위치한 안부사거리. 계속 직진, 6분 정도 오르면 자봉. 이정표는 없고 대신 '산불조심'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우측 암남공원 가덕도쪽이 시원하게 열려있다.
여기서 10여분쯤 더 가면 봉래산의 끝자락인 손봉. 산신제터인 돌무더기가 평평하게 쌓여있다. 동삼동쪽 발아래는 트랙이 보이는 부산체고를 비롯한 네댓개의 학교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 | |
하산길은 가파른 내리막. 길이 쏟아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15분이면 임도. 오른쪽 목장원, 왼쪽은 고신대 방향. 산행팀은 임도를 가로질러 계속 하산한다. 7, 8분 뒤 숲 사이로 불사중인 사찰(한마음선원)이 보이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계속 직진해도 길이 있지만 구청에서 산불예방 차원에서 하산길을 하나로 통일했다. 4분 뒤 산불감시초소를 통과한다. 이때부턴 사바세계. 도개공아파트와 봉삼초등~태종대중~영도여고~부산체고~동삼중리청년회~부산남고를 잇따라 지나 중리해변으로 간다. 해녀들이 물질해 잡은 해산물을 파는 해녀촌을 가로지르면 다시 산길이 열려있다. 중리산이다. 입구엔 장승이 서 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대략 20여분.
중리산은 군부대가 주둔해 있어 정상 부근은 출입금지. 송림길을 따라 5분쯤 걸으면 임도, 오른쪽으로 간다. 이 임도는 산허리를 돌아 태종대 인근 감지해변으로 이어진다. 지도상으로 감지해변산책로다. 전망대 정자에선 잠시 생도(주전자섬)와 점점이 떠있는 선박들의 모습을 감상해보자. 그림같이 아름답다. 이어 감지해변 야생화단지를 지나면 태종대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감지해변에 닿는다. 중리산 입구에서 35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영험한 봉래산, 일제 격하시켜 부르기도
봉래산은 원래 신선이 살고 불로초와 불사의 영약이 있다는 중국의 상상 속의 영산. 영도의 봉래산도 그 만큼 신령스러움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론 태풍때 남항과 북항의 1차 저지선이기도 해 부산으로선 고마운 산이기도 하다.
한데 일제강점기때 일본은 봉래산의 기세를 꺾어놓기 위해 '목이 마른 산'이란 의미의 고갈산(沽渴山)으로 격하해 불렀다. 심지어 '공갈산'이란 웃지못할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우리산이름 되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인해 봉래산으로 정착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한가지. 손봉에서 내려와 중리에선 여러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산행팀이 소개한 길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중리해변 우측으로 열린 3.3㎞ 거리의 절영해안산책로를 걸어도 된다. 중리해변의 해녀들 중 대부분이 제주 출신이다. 그들이 주고 받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경상도 아지매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가지 더. 봉래산 산행은 낮 12시 이전에 산불감시초소를 통과해야 한다. 산불예방차원에서 경방원들이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 교통편
- 시내버스 영선로터리나 새마을금고 하차
영도 영선로터리에 정차하는 시내버스는 501, 7, 11, 6-1, 70, 9-1, 71, 9, 6번이다. 들머리 입구 새마을금고 신선본점이 위치한 산복도로로 다니는 버스는 82, 9-1번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