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제일 객잔》
# 제3부 ― 오늘도 영업합니다
## 제38화 ― 봉인의 손님
저녁노을이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였다.
객잔에서는 저녁 손님들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연우는 국물을 끓였고,
설화는 만두를 빚고,
청아는 탁자를 닦으며 흥얼거렸다.
설아는 비아와 함께 마당을 쓸고 있었다.
그때.
객잔 문 앞에서 나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탁.
탁.
탁.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문 앞에는 검은 삿갓을 눌러쓴 나그네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긴 검은 도포.
허리에는 칼도 없고,
짐도 없었다.
얼굴은 삿갓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연우가 먼저 다가갔다.
"어서 오십시오."
낯선 사내는 객잔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은 비아의 품속에 있는 기억방울에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식사는 필요 없다."
잠시 침묵.
"방도 필요 없다."
청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요?"
사내는 한 걸음 안으로 들어왔다.
"기억방울을 내놓아라."
객잔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비아는 본능적으로 기억방울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설아도 그녀 앞을 막아섰다.
무명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당신은 누구지?"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객잔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천 년."
"드디어 찾았군."
그 순간.
지붕 위에서 쉬고 있던 묘묘가 순식간에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설마."
묘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봉인의 수호자."
객잔 안이 술렁였다.
설화가 조용히 물었다.
"아는 사람이에요?"
묘묘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천 년 전."
"기억방울을 봉인한 마지막 수호자다."
"하지만 이미 죽은 줄 알았다."
사내가 천천히 웃었다.
"죽었다."
"그리고 봉인과 함께 다시 깨어났다."
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기억방울을 가져가려는 거예요?"
사내는 처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세상을 다시 뒤집을 기억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무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렇다면 더 줄 수 없다."
검은 기운이 그의 손끝에서 피어올랐다.
설화도 천명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풍백은 부채를 펼쳤고,
백노인은 술병을 내려놓았다.
한순간에 객잔은 전투 직전의 긴장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바로 그때.
연우가 조용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사내 앞에 서서 차분히 말했다.
"손님."
사내의 눈빛이 흔들렸다.
"무엇이지?"
연우는 객잔 입구에 걸린 오래된 나무패를 가리켰다.
**안에서는 싸우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누구든 손님입니다."
"그리고 손님은 객잔의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사내는 나무패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웃었다.
"내가 그 규칙을 어기면?"
연우는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그때는."
"객잔 주인으로서 막겠습니다."
짧은 침묵.
사내는 연우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오늘은 규칙을 존중하지."
그는 가장 구석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국수 한 그릇."
객잔 안의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청아는 연우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진짜 손님이 된 거예요?"
연우는 미소를 지었다.
"손님이 국수를 주문했습니다."
"그럼 먼저 국수를 드려야죠."
설화도 조용히 웃었다.
"당신답네요."
잠시 후.
연우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수 한 그릇을 사내 앞에 내려놓았다.
사내는 젓가락을 들기 전에 국수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아주 오래전,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는 첫 젓가락을 들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천 년 만이군."
그 순간,
객잔 밖 숲속에서는 또 다른 검은 그림자들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 역시 하나였다.
**기억방울.**
봉인의 수호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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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화 예고
## 제39화 ― 국수 한 그릇의 선택
봉인의 수호자는 연우가 만든 국수를 먹으며 천 년 전 잊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객잔 밖에는 기억방울을 노리는 검은 추적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객잔의 규칙은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까.
그리고 봉인의 수호자가 천 년 동안 지켜 온 진짜 사명도 마침내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