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이 영화를 보고 나왔다. 거장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 한 기분이다. 몇 년 만에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그는 삶을 기록했고, 사랑했고, 그답게 살다가 죽었다.
10여 년 전에 존경했던 선생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난 그때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선생님은 책을 읽으며 지내신 것으로 안다. 그런 선생님이 생전에 한 말씀이 인상 깊다. 여행자는 여행 중에 죽는 것이 아름답고, 선생님은 강연자셨기 때문에 강연 중에 죽는 것 또한 공교롭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 영화를 보며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마지막을 어떻게 죽는 것이 나다울까 생각해 보게 됐다.
나의 취미는 독서와 글쓰기다. 아직 작가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다.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즐기게 됐다. 글을 쓰며, 인생을 관조하며 죽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죽어가는 거장의 모습을 보며, 좋은 삶은 어떤 것일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은 그답게 작곡하고 연주하며 사는 삶을 마지막까지 보여줬다. 난 피치 못하게 인생이 많이 꼬인 사람인데, 이제는 하나에 정착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를 하며 사는 삶이 될 것이다. 고수와 프로다운 삶이 좋아 보였다. 하나에 정통하는 인생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며 하나에 깊어지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선율이 있고, 아름다운 소리와 음악이 흐르는 영화였다. 그는 뉴욕에 자택이 있어, 그곳에서의 장면도 자주 나왔다. 새 피아노를 정원에 두고 비를 맞추며, 연주도 하고 세월을 그와 함께 보냈다. 마지막에는 망가진 고물 피아노로 나왔는데, 그의 인생이 저무는 것과 같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는 끝까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그가 찍은 달이 많이 나왔다. '앞으로 살아가며 몇 번이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렇게 묻고 답하는 그의 모습이 영화에 담겼다.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법정 스님의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그만큼 우리들의 인생은 생각 만큼 길지 못하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게 다가왔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읽은 암 투병을 하며 건축을 열심히 한 김석철이란 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분은 5시간도 잠을 자지 않고, 건축에 온 정열을 쏟으셨다. 이렇게 살아야 잘 살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류이치 사카모토 : 코다'란 영화를 보고 역시 영화평을 썼다. 그때는 아마 좋은 작품은 인생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고 말했던 듯싶다. 그런데 이번 영화도 죽음을 말했지만, 보는 내내 나의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며 내가 무기력해졌거나 삶이 시시해졌을 때 꺼내보고 싶은 영화로 손꼽을 수 있게 됐다.
지금 자신의 인생이 안 풀려서 답답한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요히 영화를 따라가면, 차분히 자신의 삶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이 답답한 이유는 어쩌면 너무 조급하게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이시형 박사의 <둔하게 삽시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삶을 조금 천천히 살아가는 것이 좋아 보인다.
어떤 책에서 '잘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 죽는 것'을 탐구해야 한다고 한 것이 기억난다. 세네카가 한 말 같은데, 죽음을 한 번 생각해 보고 난 후에 우리는 삶에 더 열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인생은 하고 싶은 것을 질리도록 실컷 하며 살아가는 것이란 깨달음 또한, 영화를 보며 생각할 수 있었다.
죽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다. 삶에서 집착할 것도, 미워할 것도 없다고 여겨진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 부질 없는 것이다. 오로지, 생명만이 이때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살아 있다는 이 감사함, 살아 있음의 떨림, 모든 것에 감사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였다. 정말 소중한 곳에 넣어두었다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다.
김신웅 자기이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