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서 보면 관광하는 유형은 크게 잠광과 찍광으로 나뉜다. 관광버스에 올라타기만 하면 눈을 붙이는 잠관광과 온갖 것 보이는 대로 셔터를 눌러대는 찍관광. 뚱보강사는 선천적으로 낮잠을 못자는 유형. 대학 3학년 여름방학. 수색 30사단에서 점심 식사 후 땡볕 아래 미제 판초 우의를 진흙땅에 깔고 눈감고 누워 있는 낮잠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공기는 40도, 진흙땅은 50도. 그래도 알오티시 장교 후보생들은 잠만 잘 잔다. 코까지 골면서 잘도 잔다. 뚱보강사는 조교 몰래 실눈을 떠보지만 즉각 걸려서 ‘쪼그려뛰기 20회 실시‘를 당하곤 했다.
서울 모두투어 여행사에서 가족 3명이 7박8일 미국 서부 관광 상품을 구입했다. 7박 중 호텔 자는 것은 5박뿐이라 5박8일 코스라고도 부른다. 미국갈 때 한국 올때 비행기에서 하루씩 자는 것 포함이니까. 12월 16일 오후 4시반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LA)로 출발. 기내 방송으로 10시간 걸린다고 한다. 16일 오후 4시반 출발인데 시간이 거꾸로 가서 다시 16일 오전 9시반에 도착한단다.
하루를 벌어서 16일 미국 LA서 다시 아침 시간을 보낸다. 1인당 100불씩 300불을 가이드한테 입장료로 내고 유니버셜스튜디오를 구경한다. Water World, 슈렉 3D영화, 귀신의 집.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45분간 트램 투어. 3D 안경을 쓰고 쥬라기공원 영화를 보고. 터미네이터, 미이라 등 유명했던 영화 촬영장과 영화 장면을 구경한다. 중식은 미제 치킨, 칠면조 다리, 옥수수, 감자칩, 미제 콜라로 때우고. 저녁은 한식집에서 생고기 구이를 먹었다. 8명씩 한 테이블에 앉아서 무한 리필 방식. 밤에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를 보았다. 뚱보강사와 영문 이름이 같은 Bruce Lee 손바닥도 보았다. 영하 5도의 서울에서 영상 15도의 LA로 왔는데 호텔방은 서울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보일러가 고장인지 두 번이나 프론트에 신고했는데 실내 온도가 올라가질 않는다.
17일 아침 6시반에 모닝콜이 울린다. 7시 호텔 구내 식당서 간단한 아침. 빵과 쨈에 생과일 쥬스에 베이콘을 손수 갖다 주는 청순뚱뚱 아가씨가 예뻐서 저절로 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8시에 커다란 버스가 호텔 앞에 왔다. 어제의 가이드가 아니고 새 가이드가 왔다. 모두투어 여행사 로고가 아니고 아주투어 여행사 로고가 그려진 버스다. 한국서는 11명이 같이 왔는데 55인승 버스가 가득 찬다. 커다란 버스가 호텔을 다니며 손님을 받는다. 9시에 ‘요이요’ 별명을 가진 가이드가 자기를 소개한다. 우리가 돈을 낸 모두투어는 인천서 LA, LA서 인천 공항까지 왕복 비행기편을 제공하고, 미국내 여행은 현지여행사에게 위탁했단다. 회사 이름이 모두투어라 그런지 미국내 여행일체를 모두 위탁했다.
LA 인구는 400만 명(위성도시 포함하면 1200만 명)으로 820만 명(교외 포함 1600만 명)의 뉴욕에 이어 미국 2위. 인구 구성은 Hispanic이 46%, White Non-Hispanic 29%, 기타 25%이다. 기타를 자세히 보면 흑인이 11%, 필리피노 2.7%, 한국계 2.5%, 중국계 1.7%, 아메리칸인디언 1.4%, 일본계 1.0%, 아시안인디언 0.7%, 베트남계 0.5% 등이다.(참고: 미국도시정보, http://blog.naver.com/gb_edu?Redirect=Log&logNo=110444167, 글로벌브릿지 유학센터블로그).
지진은 1년에 만 번이나 발생하지만 그러나 진도 2.0 이하는 동물만 느끼고 사람은 모른다는 것. 3월-10월에는 눈/비 안 오고, 준사막기후. 11월-2월에 비가 20번 오며, 가로수 나무나 풀은 스프링클러로 생존. 모하비 사막은 여름 평균 40도. 모하비 강은 도랑 모양으로 수맥은 지하로 흐른다고. 바스토우에 도착한 후 중식을 한다는 가이드의 안내 방송.
콩나물시루 같은 답답한 버스 안에서 울리는 가이드의 마이크 목소리에서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호랑이 담임선생님을 만난 위압감이 느껴진다. 버스 좌석 사이가 비좁고 의자가 너무 많은 것인지 차가 작은 것인지 도떼기시장이다(도떼기시장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고 분주하며 시끄러운 곳'을 의미하는데 부산 국제시장의 전 이름).
아니나 다를까 “같은 돈 냈는데 내 자리는 왜 맨 뒤냐?”고 불평이 나온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가이드가 “내일부터는 아침에 버스에 탈 때 선착순으로 자리를 골라 타세요”라고 한다. 이 한마디 때문에 관광여행이 끝나는 날 아침까지 새벽마다 버스 앞에 줄서기 난리가 벌어졌다. “내일 아침 5시 기상, 6시 버스 탑승입니다”라는 안내가 있으면 6시가 아니라 5시부터 버스 기사가 나올 때까지 컴컴한 호텔 현관문 앞에서 줄서고 기다린다. 그다음 날은 5시가 아니라 4시반부터 기다리고... 가이드 말 한마디가 손님들을 똥X 훈련시키기로 작용하고, 가이드는 싱글싱글 웃으며 이를 즐기고 목에 힘을 준다.
최고 피크는 바스토우(Barstow in California). 그랜드 캐년 갈 때와 올 때 두 번 들르는 교통의 요지. 잠재되어있던 손님들의 불만은 바스토우 식당(Song's Market & Barstow Restaurant)의 한식 음식과 화장실에서 폭발했다. 제대로 씻지 않은 콩나물, 모자라는 좌석, 고장난 화장실... 바스토우에서 식사는 왜 꼭 한식을 고집해야 하는지. 한식당이 불결하고 불친절하고 불편하다면 양식당으로 바꾸면 안 되는지? 혹시 무슨 꿍꿍이나 뒷거래가? 그럴 리 없겠지만. 왜 서울의 모두두어는 모두투어 이름을 믿고 거래하는 한국 손님을 기만할 수밖에 없었는지?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니 손전화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불편한 점 없었냐고? 문자메시지로 바스토우 식당에서 당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현지 아주투어가 그러는 걸 몰랐다거나’ 하는 변명 전화나 사과 전화가 올 줄 알았다. 그러나 씹히고 말았다. 돈은 이미 받았는데. 네가 언제 또 미국여행 갈꺼냐? 이런 식으로 ‘조금도 굽히지 아니하고 버티어 나가는’ 배짱 태도가 아닌가?
인터넷 블로그에도 악명높은 바스토우 얘기가 나온다. “바스토우에 도착하여 소문만으로 듣던 그 형편없고 화장실 전쟁의 종결지라는 씨즐러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서 많은 버스들이 운집하는데 이 많은 버스들을 수용할 만한 이만한 공간을 가진 곳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이렇게 모인다고 하는데... 여성들의 화장실은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한류가 퍼져가고 K-POP이 번창하는 지금이 한국 문화 번성에 좋은 시기인데, 일부 한국 식당의 불결하고 불친절한 태도는 한국 음식 문화 자체를 비위생적이고 저급한 문화로 잘못 알게 할 염려가 있다. 남자 화장실 대변기 3개 중에 2개가 고장이라니... 소변기도 한 개가 비닐로 싸여있고. 미국 여행사들의 태도도 문제. 바스토우가 교통의 요지이지만 식당에 들어가는 시간을 여행사마다 시차를 두거나 서로 다른 식당을 이용하면 해결할 문제를 같은 한식당, 같은 시간대에 단체 손님을 몰아넣고 짧은 시간에 식사를 마치고 나오라니... 또 화장실 가는 것은 당연한 생리 현상인데 이를 무시하다니...
[바스토우 송식당의 고장난 화장실. 대변기는 3개 중에 2개가 문고리가 고장나서 하나는 문이 열려있고, 하나는 문잠그는 고리가 고장나 아예 빼버린 동그란 구멍이 보인다]
큰 버스에 화장실이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옆 좌석에서 냄새가 난다느니’, 화장실을 사용하면 ‘화장실 청소비 200불이 드니까 기사가 못쓰게 한다느니’ 하는 이유를 달지 말고 인간의 기본 생리 현상을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정 안된다면 여행 광고지에 모두투어 손님은 미국 장거리여행 버스에 화장실은 폼으로 달려 있는 것이니 각자 휴대용 변기를 지참하라는 안내를 해야 합법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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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설 기자 record@chosun.com : 2012.02.01 15:29
지난달 해외 여행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039130) (39,700원▲ 1,100 2.85%)는 지난달 자사 해외 여행 상품 이용자가 14만2000여명으로 작년 1월(15만1000여명) 대비 5.7% 감소했다.
모두투어 역시 8만7400여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2.89% 줄었다.
그나마 설 연휴와 겨울 성수기에 힘입어 감소세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여행업계의 분석이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2/01/20120201019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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