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펼치면 우리는 잘 꾸며진 정원에 초대받은 손님 같은 기분에 젖게 됩니다. 새소리와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그곳에는 얼음이 우는 강도 있습니다. 잡초까지 이름을 얻고 의기양양 자라고 있는 정원이지요.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에서 잠을 자고, 아스콘으로 포장된 길을 질주하는 차 안에서 생각을 하는 도시의 우리에게 저자는 빨리 자연으로 돌아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지친 우리의 영혼은 저자가 꾸며놓은 정원에서 씻김을 받으며 위로 받습니다. 정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 어느 계절로 발을 딛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저자는 참 머리가 좋습니다. 아는 것도 많습니다. 많은 새와 나무와 풀의 이름을 외며 그들의 생활을 꿰고 있습니다. 그들의 소리를 알아듣고 그들의 아픔을 같이 나눕니다.
나무의 싱그러움과 꽃의 어여쁨을 닮은 저자는 독자를 초대하면서 땀 냄새나 원초적인 삶의 고단함은 죄다 치워버리고 난만한 꽃과 하늘거리는 나비가 춤추는 목가적인 자연만 보여주려고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그가 쓴 글속에는 농부가 삶을 꾸려가며 흘린 땀 냄새는 꽃향기로 가려놓았고 지은 농사를 들짐승과 날짐승과 벌레들에게 빼앗기거나 가뭄이 들어 아들딸의 등록금부터 걱정해야 하는 촌부의 한숨은 새들의 노래로 덮어 두었습니다.
잡초의 끈질김에 감동하고 잡초의 역할에 찬사를 보내는 저자는 내일 내가 무얼 먹을까 하는 원초적인 삶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나 봅니다. 이런 걱정 없음이 클래식음악을 계속해서 틀어놓은 것 같은 문장의 글을 쓰게 하였으리라고 생각해봅니다. 클래식음악은 듣는 이에 따라서 지루하기도 하지요.
그런 가운데서도 그의 정원에 초대받은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으며 그의 정원에 머무는 동안 행복하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