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택산 고고산을 하루에 넘으며
전호영
해마다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나는 또다시 망각의 늪에 빠지곤 했다
새봄이 오면 새싹들이 돋아나는데
다가올 여름과 가을 그리고 혹독한 겨울을
얼마나 예감할 수 있을까
새 생명은
지난 봄 나의 어느 산행도
새봄의 뭇 풀처럼 그렇게 순진하였다
자그마한 계곡을 건널 때쯤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더덕 향 깊어 외로운 산길에서는
이미 되돌릴 수 없었지
너무나 힘들었다
발목을 잡아끄는 고사리며 취나물도
더 이상 반갑지 않았어
그러고 보니
감기를 몹시 앓고 난 뒤였던 것 같아
산 위에서 보는 산은
산 밑에서 보던 산보다
더 멀리 나를 떠나 있고
삐걱대는 두 다리가 완택산을 넘을 때쯤
나는 포기하고 싶었어
산행을
지친 두 다리를 대지에 깊이 묻고
다가올 여름과 가을을 한숨으로 보낸 뒤
찬바람 부는 겨울쯤이나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소나무의 푸른빛이 너무나 시려왔어
겨울을 한결같이 견딘 소나무의 푸른 잎이
눈물이 고일 만큼 너무나 시려왔어
부끄러웠지
얼굴을 스치는 덩굴을 헤치고
가빠오는 심장을 부여잡고
외로운 산길 적막한 산그늘을
한 마리 들개처럼 묵묵히 걸어갔어
내 호흡은 소나무처럼 침잠해갔고
내 발길은 표범처럼 날렵해졌지
그러자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온갖 식물과 벌레
새들과 짐승
산신령의 시중 드는 동자까지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내미는 거야
비로소 나는 산의 일부가 될 수 있었던 거지
고고산 정상은
나무 그늘에 숨어
수줍어하며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았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빛을 깨치고 들려온
어느 목소리가
내 가슴에 메아리로 울리고
누군가 산삼 향 가득한 물 한 잔을
건네어 주었지
누군가.....
40, 하루에 두 산을 넘으며
전호영
해마다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나는 또 망각의 늪에 빠져
처음인 듯 다시 산을 향하네
새봄엔 새싹들이 돋아나는데
오지 않은 계절의 혹독함을
내 어찌 미리 알 수 있었을까
지난 봄 나의 어느 산행도
돋아난 풀잎처럼 참 순진하였다
작은 계곡을 건널 때쯤
알아챘어야 했는데
더덕 향 깊어 외로운 산길에서는
이미 되돌릴 수 없었지
발목을 잡는 고사리와 취나물조차
그날은 하나도 반갑지 않았어
산 위에서 보는 산은
밑에서 보던 산보다
더 멀리 나를 떠나 있고
삐걱대는 두 다리가
완택산을 넘을 때쯤
나는 포기하고 싶었어
지친 두 다리를 대지에 깊이 묻고
여름과 가을을 한숨으로 보낸 뒤
겨울쯤에나 돌아갈 수 있을까
그때 소나무 푸른 잎이
너무나 시려왔지
한겨울을 묵묵히 견딘
소나무의 푸른 빛에
눈물이 고일 만큼
나는 너무나 부끄러웠어
억센 가시덤불을 헤치고
가쁜 숨을 부여잡고
산그늘을 걷노라니
내 호흡은 소나무처럼 깊이 가라앉고
내 발길은 표범처럼 날렵해졌지
그러자 그때껏 보이지 않던 만물들이
어느새 다가와 어깨를 내어주고
비로소 나는 산의 일부가 되었네
비로소 나는 산의 일부가 되었네
고고산 정상은 나무 그늘에 숨어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았는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빛을 깨치고 들려오는 메아리
산삼 향 가득한 물 한 잔을
누군가 건네주었지
누군가 말없이 건네주었지
cinematic, korean folk, slow tempo, acoustic guitar, orient, atmospheric, melancholic, ethereal, spiritual, emotional, instrumental building, traditional instruments, daegeum, haegeum, building to climax, dramatic, ep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