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과 ‘복’을 동의어로 쓸 수 있는가?
한국 교회의 많은 교인들이 어휘의 실제적인 의미와는 달리 잘못 쓰고 있는 말 중의 하나가 ‘복’과 ‘축복’을 동일시 내지 혼동해서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말은 엄밀히 고찰해 보면 우리말 성경상으로도 분명히 구별해서 달리 쓰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세기 12:3을 보면,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기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 하신 본문 중에서 ‘축복’(복을 비는 것)과 ‘복을 내리는 것’을 분명히 구별해서 쓰고 있으며, 이러한 구별은 우리말 성경 전체에 일관되고 있다. 이러한 구별은 같은 한자를 쓰는 중국어 성경에서도 일관되고 있다.
이러한 우리말 성경과 중국어 성경과는 달리, 같은 한자를 쓰는 일본어에서는 복을 비는 행위와, 하나님이 복을 내리는 것을 다 같이 ‘祝福’(축복, ‘슈쿠후쿠’)을 쓰고 있어 두 경우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복을 비는 것은 인간 간의 행위이고, 복을 내리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행위라는 점에서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다. “하나님, 이 가정을 축복하여 주시옵소서!”라고 말할 때, 하나님이 다른 어떤 초월자를 대하여 어떤 가정에 복을 빌어 달라고 빈다는 뜻이 되는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언어는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인 소산이므로 비록 잘못된 말이라도 절대 다수의 언중(言衆)이 오래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말이 통용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고, 마침내는 그것을 수용하는 것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같이 “악어(惡語)가 양어(良語)를 구축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