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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제시문에는 디지털 시대에 달라진 삶의 양식 중 하나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시문의 내용을 참조하여 ‘종이책’과 ‘전자책’을 사례로 들면서, 디지털 시대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800자 내외) ‘소리’가 ‘글’을 밀어내고 있다. 종이책이 전자책에 밀려난다고도 했던 게 엊그제건만 어느새 전자책마저 ‘소리책(오디오북)’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순전히 오디오북을 위한 소설이 나왔다. 최근 2~3년간 오디오북의 MP3 파일을 인터넷으로 내려받는 ‘소리 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전세계에 90만명의 오디오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출판사 ‘오더블’의 경우, 지난해 소리책 판매량이 2004년보다 2배 늘어나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했다. 활자를 읽어야하는 수고가 필요한 전자책의 판매율이 1% 선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영국 출판사 ‘낙소스’도 인쇄물 매출의 12%가 소리책에서 나온다. 이전에도 시각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위한 카세트테이프와 CD로 된 소리책은 있었다. 그러나 MP3형 소리책의 급성장은 예전과 흐름이 사뭇 다르다. 인터넷을 통해 파일을 무한정 내려받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달고 사는 ‘아이팟 세대’의 출현이 오디오북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들은 아이팟이나 휴대폰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다운받아 듣는 ‘팟캐스트(Podcast)’에 익숙하다. 새로운 독자층을 발견한 출판업계는 기존의 베스트셀러 종이책을 발빠르게 오디오 파일로 제작하고 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파일은 다운로드 순위 정상에 올랐다. 마이클 베이전트의 ‘성혈과 성배’, 닐 스트라우스의 ‘게임’ 등도 높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펭귄’ 출판사의 오디오북 담당자 제레미 에팅하우젠은 “오디오북 파일은 반품되거나 품절될 걱정이 없다”며 “초기에 녹음 비용만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리책’ 출판업계가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우선 MP3 파일의 보안 문제다.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게 아직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것. 오디오북 파일의 출판권도 걸림돌이다. 작가들이 자신의 종이책을 펴낸 출판사에 자동적으로 오디오 녹음권까지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작가와 출판사가 오디오 녹음 계약을 이미 체결했더라도 카세트테이프와 CD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지만 나라마다 출판권에 대한 법규가 다르다는 점도 업계가 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나) 이른바 전자책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제작 과정에 들어가는 노력도 줄어들며, 재고 부담이 줄어들고, 물류 비용도 절감된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마음에 드는 글꼴을 택할 수 있으며, 하이퍼텍스트 기능, 검색 기능을 비롯한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성이 없는 학술 도서나 절판 도서의 출간에 유리하고, 소량 주문을 처리할 수 있으며, 여러 권의 교재나 교과서를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하는 초중고생들의 어깨를 편하게 해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결국 나무가 그 원료라고 할 수 있는 종이 소비를 줄임으로써, 환경 보전의 차원에서도 장점을 지닌다. 더구나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디지털 매체 환경의 확산이라는 대세도 전자책의 등장 및 확산을 뒷받침한다. 이쯤 되고 보면, 종이책은 뒷전으로 물러날 때가 된 것처럼 보인다. 국내의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들이 망라되어 있는 단체, 한국출판인회의에서도 공식 웹사이트 북토피아를 거점으로 100여 출판사들이 전자책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문열 씨가 자신의 새로운 소설을 전자책 형태로 출간하기로 하여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전자책을 위한 변명'이 아니라 '종이책을 위한 변명', 그러니까 종이책이 수세적인 위치에서 '변명'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한 가지 분명하게 해 둘 것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같은 차원에 놓고 그 장점과 단점을 갑론을박하는 따위의 논의는 (논리적) 범주 착오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이 글의 첫머리에서 열거한 전자책의 상대적 장점(장점과 단점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다. 요컨대 장점이니 단점이니 하는 것은 늘 어느 누군가의 또는 특정의 입장에서 볼 때 장점이거나 단점이기 마련이다. 입장이 달라지면 장점이 단점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을 가지고 종이책을 향해 한 판 붙어보자고 주먹을 흔드는 것은 곤란하다. 영어 단어를 빌리자면 종이책과 전자책은 dimension 이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자책과 종이책은 사이좋게 어울려 가는 길동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이책을 읽는 전통적인 독서 행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질감(qualia)은 전자책을 대하는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질감과 다르다. 요컨대 전자책에 양보할 수 없는 고유의 질감, 또는 그냥 세계를 지닌다. 극단적인 표현이 되겠으나, 전자책은 '급할 때' 화장실에서 사용할 수도 없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그 각각이 자리잡고 있는 보다 넓은 일상적 도구(또는 의미) 연관 구조가 다른 셈이다. 다만, 지금까지 지배적이었던 삶의 의미 연관 구조가 인터넷, 디지털이라는 사뭇 새로운 구조로 바뀌고 있는 현실이기에, 전자책의 자리가 그만큼 넓어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종이책으로는 발간되지 않는 브리태니커가 그런 현실을 극명하게 대변한다.) 개인적으로는, 대략 올해 초부터 종이책 영어 사전을 뒤지는 일이 거의 없다. 이른바 초고속 인터넷 환경 덕분에, 인터넷 영어 사전의 도움을 전보다 훨씬 더 편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책 영어 사전을 넘겨서 단어를 찾는 속도와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해서 엔터키를 누르는 속도는 게임이 안 된다. 전자책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려 한다는 국내 굴지의 모 단행본 출판사 대표가 어느 잡지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던가. "디지털 문화를 기계로서 상대하지 말고 그 속의 내용을 상대할 것을 권합니다. 그러면 감성을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문화는 전례없는 나눔의 문화, 공생의 문화를 제공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더욱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것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전자책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려는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위의 말은 치명적인 유혹임과 동시에 무척 위험한 또는 무척 위태로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기계로서 상대하지 말고 그 속의 내용을 상대하라'는 말은, 전자책 단말기라는 기계에 대한 독서인들의 거부감 또는 생경함을 겨냥한 말이라 하겠다. 사실, (종이)책을 상대하는 일은 단순히 그 안의 문자가 담고 있는 의미를 상대하는 일과 다르다. 요컨대 책이라는 물질과 책이라는 물질 안에 활자의 형태로 담겨져 있는 의미의 온전한 통합체로서의 책을 상대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표지 디자인이 훌륭한 책을 칭찬하기도 하고, 책 자체가 일종의 예술 작품의 차원에 이르는 경우마저 없지 않다. 요컨대 그 말은, 발언자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전자책의 한계를 인정하는 다음과 같은 말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 '전자책에서 전통적인 종이책의 질감을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다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문자의 의미만을 상대하십시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발언자의 말, 즉 '그러면 감성을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이 말을 바꾼다면, '그런 기대를 버린다면, 전자책에서만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이나 다른 종류의 질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발언자가 말하는 '나눔의 문화', '공생의 문화'는 온라인, 디지털, 인터넷 등에서 누릴 수 있는 이른바 인터랙티브의 측면을 강조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것이 독서 행위의 영역에 침투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 역시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디스켓 60여개 분량의 텍스트 자료를 지니고 있다. 또한 외국의 유명 학자에게 이메일을 통해, 그 학자의 저서에서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사항에 대해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은 적도 적지 않다. '나눔의 문화, '공생의 문화'의 덕을 톡톡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오감(五感)을 통해, 그러니까 몸을 통해 사귀어 오면서 함께 삶의 역사를 이룩해 왔던 나의 친구들, 요컨대 한 권 한 권의 (종이)책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싫고, 사실상 나눌 수도 없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귐의 역사를 들려줄 수는 있겠지만, 친구를 '물질적으로' 함께 나눌 수는 없는 일이다. 나눔과 공생은 각자의 내면에서 나이테를 더해가는 역사와 성숙의 지평으로 더욱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눔과 공생을 위해서라도 유일무이한 나만의 물질, 나만의 의미로서의 (종이)책과 좀 더 부지런히 사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지. '여기서 더욱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것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습니다'라는 발언자의 말은 그래서, 발언자가 '의도하지 않은' 사기 또는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더욱'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차라리 '전자책에서도 어떤 인간적인 것, 종이책에서와는 다른 그 나름의 느낌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정도로 말했더라면, 그 동안 수 많은 종이책을 출간해 온 출판사 대표로서 '더욱' 합당한 말이 아닐까.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모 출판사 대표에게 괜히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 디지털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출판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우리 나라 출판계를 선도하고자 하는 그 대표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사업가로서의 고민'을 감안한다면, 인용한 말은 '전자책을 위한 변명'치고는 무척이나 소극적인 변명에 속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업가'로서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해도, 역시 조금은 더 신중하고 조금은 더 의연한 태도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지금 '종이책에 대한 변명'을 종이책이 아닌 PC 모니터 상에서 인터넷을 통해 읽고 계신다. 이것을 모순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인류는 우리도 모르게 끝없이 발전해왔다. 그 중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인터넷'이라고 말할 것이다. 인터넷의 사용은 곧 디지털 시대로 바뀌어, '빨리빨리'를 선호하는 현대인들에게 속도감 있게 자료들을 주었다. 이는 곧 21세기에 들어 우리의 책 문화를 전자책으로 그 다음에는 소리책으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발견은 우리의 끊임 없는 발전 속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서점을 가, 책을 사는 재미와 고르는 재미, 더하여 집에서 읽는 재미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다. 더군다나 나의 손때가 묻은 책을 오랫동안 두고 볼 수 있는 가치는 책을 사는 사람들 에게 주워진 기쁨이다. 책을 펼치고 덮는 순간의 뿌뜻함이란 종이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자책을 통해 책을 볼 경우를 생각해보자. 매초마다 마우스로 페이지를 내려가며, 컴퓨터에 얼굴을 들이대며 읽으면, 우리들 눈의 건강에도 해를 끼치고, 중간에 그만 읽을 때에도 종이책처럼 표시도 해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전자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쉽게 검색해 찾을 수도 있고, 소리책 같은 경우는 다운로드 받아 읽을 수도 있다. 물론 휴대하기도 편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계에 속한다. 비록 판매업체에서는 소리책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판매율이 늘고 있지만 종이책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을 알기에 종이책이 이런 전자책이나 소리책에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이 비록 빠른 문화와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그들은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 손에 책을 잡고 한가롭게 앉아서 독서하는 여유로운 생활을 원할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우리의 모든 생활이 기계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고유의 책문화와 전자책이나 소리책 같은 디지털 문명을 적절하게 조화하여 사는 인간들이 삶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 첨삭.총평 문화적 차원서 디지털 문제 잘 짚어 디지털세대(?)답게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가지고 글을 올려주었다. 언뜻 보기에 '디지털'이니 '전자책'이니 하는 눈과 귀에 익숙한 단어가 등장하였지만 논제가 정확히 요구하는 바가 그리 녹록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상대로 논제의 정곡을 찌르는 글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논제를 출제하는 것, 논술문을 작성하는 것은 모두 평가를 위한 게 아니다. 무관심했던 것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 내가 잘 알고 있다는 생각 그 자체를 다시금 의심해 보는 것 등 대상에 대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게 더 중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해력.정보수집능력.사고력.판단력.비판력.표현력 등이 자란다. 학생들 가운데 누구는 자신만만하고 강한 어조로, 누구는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각자 개성 있는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그 가운데 최예슬 학생의 글을 소개한다. 서론에서 디지털을 하나의 문화로 보고 현대인의 특성과 연결 지어 언급한 부분이 돋보인다. 또한 전자책과 종이책을 정서적인 면에서 잘 비교했다. 그런데 문단의 분배, 글의 전체적인 균형이 잘 잡혀 있지 않은 것이 아쉽다. 개요 짜기를 충실히 했다면 글을 계획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디지털을 문화로 이해하고 접근한 것까지는 좋은데, 그 한계를 좀 더 깊이 있게 논의하지 않은 것이다. 가령 전자책에 대해서는 독서의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고, 디지털 문화에 대해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인지 의문을 품어볼 수 있을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끝까지 한번 따라가 보았으면 한다. 오길주 문예윈글로피아 원장 *** 다음 주제는 중학생 대상 논술코너를 격주로 운영합니다.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중학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20명을 골라 문예원글로피아 연구원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또 우수 논술 한 편을 골라 총평과 함께 지면에 게재합니다. 제시문은 중학논술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다음 주제=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 글들을 참고하여, 역사를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800자 내외) |
2006.09.26 17:21 입력 / 2006.09.27 06:31 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