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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액션스릴러에는 몇가지 흥행공식이 있다.
주인공은 살인병기라고 할 만큼 완벽한 필살기와 명석한 두뇌를 갖추고 있고 미모의 여성이 조력자로 등장하며 부패한 공권력이 적과 내통하면서 주인공을 제거하고 진실을 은폐하려 하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이라는 것이다.
리 차일드의 소설 '잭리처'시리즈중 9번째 작품인 '원샷'을 톰크루즈가 제작, 주연을 맡은 ‘잭리처’도 이런 공식을 철저히 답습하고 있다.다만 기존 액션스릴러와 다른점이 있다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추리적인 요소가 가미됐다는 점이다.
영화는 도입부부터 충격을 준다. 도시 한복판에서 6발의 총성과 함께 시민 5명이 살해된다.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다. 용의자는 이라크 파병경력이 있던 전직 군인 ‘제임스 바’. 하지만 그는 진술을 거부한채 ‘잭리처를 데려오라’는 메모만 형사에게 넘긴다.
영화는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편집에 군더더기가 보이지않는다. 완전범죄로 끝낼뻔 했던 사건은 ‘잭리처’가 영화 초반 등장해 제임스 바의 변호사 헬렌(로자먼드 파이크)과 함께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며 사건의 핵심을 파고들어간다.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헌트’에 이어 톰크루즈가 새롭게 탄생시킨 ‘잭리처’라는 캐릭터는 법과 질서에 아랑곳없이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으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인물이다.
범인이 저격 현장부근에서 의도적으로 자동주차기에 넣은 동전하나로 진범이 조작됐다는 단서를 찾거나 살해된 무고한 시민들의 인적사항을 통해 범행의동기와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긴장을 고조시키고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힌다.
거칠고 과감한 액션도 여전하다. 역시 톰크루즈가 제작^주연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스케일이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액션은 매우 리얼하고 도시 밤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추격신은 심장박동 수치를 높힌다.
하지만 ‘잭리처’의 한계는 클라이막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액션스릴러의 흥행방정식에 너무 충실해 진부하게 보일 정도다.
특히 ‘잭리처’가 진범을 총한방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데도 범인의 총을 뺏은뒤 자신의 총을 내던지고 맨손으로 격투기를 벌여 죽이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아무리 악랄하고 잔인한 범죄집단도 결국 법과 제도가 아닌 주인공이 주먹이나 총으로 심판당하는 것은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악당에 대한 폭력과 살인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잭리처’는 관객들의 눈높이를 적당히 맞춘 매끈하게 잘빠진 영화다. 그러나 디자인을 살짝 바꾼 ‘아이폰5’처럼 약간 새롭긴 하지만 창의성은 찾아보기 힘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