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마음의 모서리를 뚝뚝 적시며 정오에 내리는 비 겨울 등산로에 찍혀있던 발자국들이 발을 떼지 못하고 무거워진다.
응고된 수혈 액이 스며드는 차가운 땅, 있는 피를 다 쏟은 후에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겠나 비의 피뢰침이 내려꽂히는 지상의 한 귀퉁이에 바윗덩어리가 무너져 내린다 우듬지가 뚝 끊어진다.
겨울 산을 붉게 적시고 나서 서서히 내게로 오는 비
조용미(43)
소한 대한 추위가 가더니 벌써 입춘(立春)이 돌아왔다. 까치 까치 설날에 까치가 찾아와서 울더니 새해에는 복이 많이 굴러들어 오려나 보다. 병든 영혼의 불안과 외로움에 치를 떠는 여류시인에게 올해는 밝고 아름다운 날들이 이어지기를 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우리 민족의 소원을 비는 땅---북녘을 바라보며 외로이 불안에 떠는 산이 있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한다. 통일은 언제 오려나? 아니 언제 통일이라는 말이 없어지려나? 동족상잔과 조국분단의 슬픔은 우리가 사는 땅의 숙명적인 운명이었던가! ---갖가지 상념을 일으키는 최전방 고대산성은 매서운 바람과 함께 잔설이 쌓여 고요와 적막 속에 갇혀 있다.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와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의 경계에 우뚝 솟은 고대산(高臺山: 832m)은 해발 1000m도 안되지만 38선 부근에서 가장 높고 마치 병풍을 두른 듯이 북녘 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전방 고지의 한 봉우리다. 고대산은 일반에 개방된 지가 얼마 안 되며 민통선 가운데 비무장지대 DMZ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등산이 허용된 지점이다. 전곡, 연천을 지나 신탄리는 지금은 주말이면 경원선 열차를 타거나 시외버스를 타고 어린 학생, 여행객과 등산객 그리고 보신탕 족(대광리역 )들이 몰려온다. 젊은 커플, 군인, 면회가족과 시골 아낙네들, 철새 동호인과 사진 동호인들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이 곳은 통일의 소망을 기원하는 안보성지가 되고 있다. 기차 종점인 신틴리역에서 내려 조그만 역사를 빠져나가면 1953년 휴전으로 두동간 난 경원선의 철도 중단점이 있다. 평강까지 이어졌던 철길이 뚝 끊긴 곳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이 외로이 서 있다.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에 서서 나그네의 가슴을 숙연케 한다. 앞으로 고대산은 산 전체가 개발되어 안보체험지역 특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고대산 이름의 유래는 큰고래에서 연유된 것이라고 한다. 온돌방 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빠져나가는 전통 한옥의 고랑을 고래라고 부른다. 방고래--에서 따온 말이 바뀐 것이다. 이산 부근에는 예로부터 숯가마가 많았다. 이곳 지명은 참나무가 울창하여 목재와 숯을 굽던 산판꾼들의 주막인 신탄막이 있었다고 하여 신탄리로 불린다. 예로부터 철원 땅은 오대쌀과 참숯의 고장이었다. 신탄리 역사에서 10여분 오르면 고대산의 3개 등산로가 있다. 제 1, 3 코스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고 제 2코스는 칼바위능선을 타는 길이다. 각자의 취미와 선택에 따라 원점회귀 등반을 하면 된다. 등산의 짜릿함과 호연지기를 맛보려면 제 2 등산로를 먼저 타고 대광봉(돌비석봉)과 삼각봉을 오른 후 제1, 제3 등산로로 하산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대략 4--5시간이 걸린다.
고대봉 정상에 오르면 군인들의 경계초소가 있다. 북쪽으로는 발아래 기름진 철원평야가 한 눈에 들어오고 백마고지와 휴전선 철책이 가로지른다. 총 155마일 휴전선 중에 철의 삼각지대가 있는 중부전선이 여기다. 어디가 어딘지 잘 분간이 안 되는 남과 북의 산천이 어우러져 눈을 의심하게 한다. 동송저수지를 기준으로 남과 북의 경계임을 알 수 있다. 남쪽으로는 지척에 동송읍 금학산(947m)과 관인면 지장봉(877m)이 둘러쳐져 있다. 군 헬기장 위에 있는 정상 표지석에는 " 통일시대의 기수/새천년 새아침/통일의 초석을 다지며" 라는 육군부대의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고대산 등반은 어느 코스를 가던지 한바퀴 돌아서 내려오게 되어있고 워낙 골이 깊고 커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 만큼 구경도 하고 얻는 게 많은 산이다. 봄이면 쑥 돌나물 씀바귀 취나물 두릅 홑잎나물 다래순 등이 풍부하며 가을이면 머루 다래 오디 같은 무공해 천연식품이 많은 최전방 산이다. 겨울의 고대산은 사람 키만큼 눈이 쌓여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하며 나뒹구는 고목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심산유곡의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제 1등산로에 숨어 있는 매바위폭포(일명 표범폭포)와 실폭포가 여름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과히 신선이 노는 선경이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발을 오래 담글 수 없을 정도다. 계곡에는 1급수의 물이 흘러 가재와 민물고기가 서식하며 하류는 연천과 전곡의 한탄강에 이어진다.
유독 이 산에는 절이 없다. 그러나 부근에는 갈 만한 곳이 많다. 안보통일교육의 체험장인 통일전망대와 제2땅굴, 노동당사, 녹슨 기차 화통, 월정역사, 도피안사 등이 북쪽에 있고 남쪽에는 국민 관광지 한탄강유원지와 구석기유적지 그리고 재인폭포와 직탕폭포, 고석정이 인접해 있다. 연천군 동막리 남쪽에 깊이 16m, 높이 2.2m의 천연동굴인 풍혈(風穴)과 여름철 피서지인 동막골 유원지가 있다. 그밖에 산 속에 대광온천이란 유황온천이 있어 산행 후 뜨거운 온천물에 시원하게 목욕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며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들릴 수 있는 포천 일동의 신북온천, 사이판온천, 용암천, 제일온천, 명덕온천 등이 있다. 먹거리로는 등산로 입구에 있는 약수상회 오리구이집이 유명하며 역 주변에는 명산식당 통일식당 경원식당 화진폭포식당 등 토속음식점이 식도락가를 부른다.
2월은 한겨울의 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며 흐리고 음산한 날이 많다. 하루 일조량 감소로 우울해지기 쉽다. 체내에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무기력하고 나태해지는 것이다. 너무 건조하여 피부에 가려움증과 갈라짐과 두드러기가 생기기도 한다. 피부건조증을 방지하려면 집안에 가습기를 틀고 목욕 후에는 물기가 마르기 전에 함습제를 바르는 게 좋다. 춥다고 방안에만 쳐 박혀 있지 말고 용기 있게 야외로 나가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삶의 즐거움을 맛보고 봄철 우울증이란 불청객을 단번에 날려보내자.
교통
< 자가용> 서울에서 의정부--3번국도--동두천--전곡--연천--신망리--신탄리, 약 2시간 소요 대구, 부산에서 경부고속도로 또는 중부고속도로--퇴계원--43번국도--의정부--3번국도--신탄리. <기차> 의정부역에서 매시 20분마다 출발하는 경원선 이용, 종점인 신탄리역 하차. 1시간 20분 소요 <버스편> 4호선 수유역에서 39번 전곡행 버스로 가서 전곡버스터미널에서 39-2번 동송(신철원)행 버스 이용 신탄리에서 하차.
주요 등산코스
제1코스에서 제3코스: 약수상회--매표소--우측 산판도로--삼거리--큰골계곡--안부--지뢰지대--참호--대광봉(돌비석봉)--삼각봉--헬기장--정상--계단길--군부대--물탱크--밧줄지대--계곡길--매바위폭포--계곡--포장도로--약수상회 제2코스: 진입로는 제1코스와 동일함. 우측 산판도로--왼편 능선--칼바위--대광봉(돌비석봉) 이하는 제1코스와 같다. 그밖에 제3코스 방향에서 곧바로 우측으로 제2코스와 연결되는 길이 있다. 제3코스에서 제1코스: 제1코스에서 제3코스와 반대방향으로 오르고 하산한다. 그밖에도 대광리에서 대광온천을 거쳐 뒤로 계곡코스와 능선 코스 2개가 있으나 잘 다니지 않는다.
첫댓글 한번 가 볼만해요. 철도 중단역 신탄리역에 머므르면 통일이 더욱 간절하답니다.
함께했던 고대산 산행. 벌써 몇년전 이야기가 되여 버렸네요.....
요즘 제가 참석이 뜸해서 그런디요....어느 산악회에 갔더니, 글쌔---남의 뒤꽁무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다보니까--등산을 다녀와서 어디를 어떻게 갔다 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해요...ㅊㅊㅊ. 그래서 이리 장황하게 산소개를 하곤 합니다요....읽어주신 두 분께 감사 드림. 일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