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보면 수많은 등산객들이 줄지어 올라가고 내려온다.
그러나 여기는 언제 가 보아도 그런 풍경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 운악산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유명산에 끼지 않아서
그런 것 같고, 산악회에서 기피하는 위험한 산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운악산(일명 현등산)--- 나는 이 산을 무척 좋아한다. 그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첫째, 계곡의 깊이와 수량이 풍부하고,
둘째, 산세가 수려하고, 수직바위가 아름답고,
세째, 정상의 조망미가 가히 신선의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이면 2-3번은 꼭 가게 된다. 경기도의 150개 산중에 이곳
만한 명승지가 없다 하겠다. YKA 산악회에서도 여러번 간 적이 있는
운악산(936m)으로 다시 함 가보자...
(춘3월 산행기)---------------------------------------------
3 월 5일 , 나는 혼자라도 운악산엘 가려고 맘 먹고
평소에 동행을 즐기는 김산에게 전화를 넣어 꼬셨다. 그런데 딴소리를 한다.
어디 양수리 근처 가까운 데로 가잔다. 아니다...나는 우겼다.
왜 이런 좋은 계절에 그런데로 가느냐?고 한마디로 거절했다.
다---산은 좋지만, 때에 맞는 등산을 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다음날 아침 9시에 상봉역 버스정류장에서 만나보니,
어이쿠---둘이 아니고 다섯이 모였다. 갑자기 식구가 는 것이다.
간단히 분식집에서 김밥으로 요기를 한 후 나는 차안에서 오늘은 쉬운 코스로
가자는 일행을 설득, 가장 빨리 접근하는 길을
가르쳐주면서 현리로 향했다. 순식간에 승용차는 일동 산업도로를 진입해
장현리,광릉내,내촌 OB베어스 스키장을 지나 신팔 4거리에서 우회전,현리 읍내를
지나 군부대를 통과했다. 전형적인 오지 산골마을을 돌고 돌아 가평군 하판리 하면
운악산 주차장에 10시 30분에 도착했다.
어제까지 동남해안에는 100년만에 3월 폭설이 1m까지 내려 교통이 두절
되고, 학교가 휴교했다는 소식이지만 경기 북부는 눈이 안내겨서 몹시 서운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로 눈을 보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날씨는 쾌청하니, 봄바람이라 차갑지 않다. 할머니손두부 집 골목으로 들어서니
삼삼오오 먼저 온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른다.
오늘은 작년에 약속한 운악산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겨울의 운악산--
을 감상하려던 계획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게을러져서 못 왔기 때문이다.
먼저 매표소로 달려가 입장료(1인당 1000원)를 내고 등산 안내판을 본다.
일행에게 비교적 쉬운 B코스(현등사--절고개)로 올라가서 A코스(망경대--철사다리)로
하산한다고 안내하고,11경에 출발했다.
일주문을 지나 바닥을 보니 쑥돌을 깐 길에 얼음이 얼어 미끄럽다.
아이젠을 하라고 일러준다, 스틱도 꺼내서 짚으라고 했다. 만일 넘어지면 부상을 당하기
때문에 단단히 마음을 다지도록 겁을 주었다.
고속도로같은 산판길을 돌고 돌아 한참을 오르니, 그 많던 등산객은 먼저 올라가고 우리만
걷고 있다. 갑자기 사방이 고요하고, 햇살은 밝게 비추고, 호젓한 산행이다.
이런 좋은 데를 놔두고 사람들은 그 북적대는 북한산만 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처음 운악산을 등반한다는 분은 그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자꾸만
못 올라가는 것은 아니냐 면서 겁부터 먹는다.---그게 아닌데 말이다.
한번 올라가보면 오늘 직접 확인할 겁니다--해 가며 살살 아부한다.
가다 쉬고,구경하고 하면서 완보한다. 그렇지--힘도 들지만 구경도 해가며
조잘조잘, 웃어가며, 지난 산행 이야기도 하며 가는 이 길에 행복이 넘친다.
나는 미리시간계획을 잡아놓고 출발 신호를 하면서 천천히 1시간반만에
도선국사가 중건했다는 1000년 사찰---현등사에 닿았다.
가파른 언덕 위에 앉은 현등사---범종과 3층석탑, 대웅전,3층지진탑, 화담당경화탑
등이 있는 경내에는 어느 산악회에서 왔는지 여기저기서 먼저 올라온 등산객이
바글바글 사진 박느라 붐빈다. 사람들이 빠진 후에 기념 사진을 찍고 아래로 내려와
한편에 자리를 잡고 따끈한 커피와 과일과 떡,가평 잣막걸리를 한잔씩 먹은 후
본격 등반에 나섰다.
여기서 같이 막걸리를 나눈 다른 일행과 동행하게 되어 같은 코스로 가기로 했다.
이래서 일행은 모두 9명으로 불어나고, 점차 서로간의 대화가 무르익어 갔다.
이제부터 가파른 경사로여서 힘이 배가 든다. 온통 바위와 눈과 얼음이
교차되는 지점이다. 다들 헉-헉한다.
1시간여만에 절고개 삼거리 안부에 도착해 땀을
씻어내며 휴식했다. 여기가 소위 남근석이 보이는 촬영자리다. 저렇게 큰 거시기도
있나 싶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들 신기하는 듯이 내려다 본다. 어찌보면 돌부처님 얼굴
같기도 한데 어찌 보면 어찌로 보이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자연석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담아달라고 졸라서 찍으려 하니 이놈의 카메라는 말썽도 잦다.
결정적인 순간에 밧데리가 나갔다. ㅊㅊㅊ,,,...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사진은 포기하고 600m남은 정상 헬기장에 도착했다.
기온은 영상은 아니지만,
땀이 흥건히 배고 머리에서 김이 올라온다. 서북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분다.
상쾌하다. 힘들게 올라온 고생길이지만 보람이 샘솟는다.
여기가 망경대다. 서울을 바라보는 게 아니고 경치를 바라보는 관망대란 뜻이다.
935.5m 라고 표고를 표시한 표지석을 뒤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다시 하산길로 들어선다
이곳은 한번 고추 내려갔다가 다시 바위를 타고 올라야 갈 수 있다.
아--- 드디어 점심이다.
소나무가 근사하게 우산을 쓴 바위 정상에 앉아 김밥과 떡과 오곡밥,그리고
끝내주는 신라면 .김치를 먹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다.
정신이 나서 자세히 보니 온통 사위가 눈으로 하얗게 덮힌 은세계다. 동북쪽으로는
한북정맥 줄기---명지.화악산--연인산--우정봉, 매봉, 그너머에 칼봉산, 깃대봉-
대금산이 줄지어 누워있고, 서북으론 강씨봉--국망봉--신로봉--백운산 줄기가
달리고, 남쪽으로는 아기봉, 주금산, 서리산, 축령산과 멀리 용문산 까지 조망된다.
산이 좋다는 것은 조망미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한참을 취하다보니 시간이 깨 되었다. 2시가 지나 3시다. 어이쿠--다들 하산하고 우리만
남았다. 하산 개시---명령에 줄지어 내려선다.
오늘의 하일라이트를 보러 가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코스의 철사다리를 지나
병풍바위와 미륵바위 사이의 풍경을 한국의 진경산수화에 비유했던 곳이다.
내려서면서 스톱--스톱을 여러번 하며 뒤를 보라고 이른다.
아픈 다리를 끌며 가는 분은 그냥 지나친다. 나는 일부러 맨 뒤에서 따라간다.
이러다보니 하산시간은 배가 늘어나고, 점점 늦어진다. 1시간 거리를 2시간 걸려서
산판길에 도착했다. 저녁 5시 매표소를 통과하여 무사히 하산완료하니 주차장에
차가 다 빠지고 음식점은 한산하다....
하루산행의 마지막 행사는 막걸리파티였다. 할머니손두부집(송호섭 안또니오,박동선 루시
아,031-585-1219,www.halmeoni,com)에서 거나하게 동동주를 마시고 저녁식사를 한후
조종천 길을 헤치고 현리를 거쳐 우회전 귀신고개를 넘어 수동-마석을 지나 덕소로
향했다.
밤 9시 덕소 호프집에서 맥주파티를 한후 오늘의 산행을 마감했다.
모두들 참 좋은 산행이라며 다음 산행지에 참석하기로 약속했다.
운악산의 설경과 조망 경치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이다....
2005.3.8 밤 일죽 산사람
첫댓글 산행일지 잘읽고요, 그날 아름답던 그바위봉우리가 다시 기억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드리고요... 그날의 사진은 개별 이멜로 보내드리지요....앞으로 많은 등산을 하실 헬렌님의 팔목 건강을 바라며...일죽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