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와 천연인술린: 관계없음
뚱딴지라고 들어보셨나요? 뚱딴지는 돼지감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돼지감자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국화과 식물로 아메리카 인디언의 식량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기후나 환경에 민감하지 않아서 야생에서 자생하거나 널리 재배됩니다. 최근에는 당뇨병과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돼지감자의 영양성분과 건강 관련 효능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돼지감자와 이눌린)
인터넷에서 돼지감자를 검색하면 ‘천연인슐린’이라는 단어가 함께 나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것은 돼지감자의 주요 성분인 이눌린을 인슐린으로 오해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눌린은 과당중합체(Fructan)이며 수용성섬유소로 전분 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습니다.
먼저, 돼지감자의 주요 성분인 이눌린의 체내 역할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대장에서 분해, 발효되어 장내 유익한 유산균의 영양 급원으로 이용됩니다.
둘째, 공복감을 저하시키고 식이섬유소로 인한 대장 운동을 촉진하여 변비를 예방합니다.
셋째, 식이섬유소에 의한 혈당 상승 지연은 동물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 혈당 조절에 효과를 보입니다.
넷째, 담즙산의 배설을 도와서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에 이로운 역할을 합니다. 이와 같이 이눌린이 인체에 갖는 효과는 식이섬유와 유사합니다.
다음은 돼지감자와 비슷한 뿌리채소인 감자, 고구마의 영양 성분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영양 성분표에서 보듯이 돼지감자는 감자, 고구마와 대체적으로 비슷한 영양성분을 보이나 칼로리는 고구마의 1/2, 식이섬유소는 감자의 약 3배를 가짐으로써 저칼로리 식품 즉 다이어트 식품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자와 비교해보면 비슷한 칼로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식사량 조절 없이 간식으로 추가적인 섭취를 한다면 오히려 평소보다 열량 섭취가 증가하여 체중 조절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돼지감자와 이눌린은 건강에 유용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권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돼지감자와 당뇨병)
당뇨병환자에서 돼지감자가 ‘천연인슐린’이라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병원에서 처방 받은 인슐린이나 경구혈당강하제 대신 혈당을 낮추기 위해 돼지감자를 사용한다면 심각한 고혈당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눌린과 인슐린은 전혀 다른 성분입니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혈당 강하를 위해 분비되는 호르몬이고 이눌린은 식이섬유소입니다. 따라서 이눌린의 함량이 높은 돼지감자는 인슐린을 대신 할 수 없으므로 시중에서 돼지감자를 이용한 분말, 진액, 환 등의 제품을 혈당 강하를 위해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돼지감자와 만성콩팥병)
감자와 고구마는 식품 100g 당 칼륨의 함량이 400mg 이상인 고칼륨식품입니다. 돼지감자의 칼륨함량은 630mg으로 고구마, 감자와 비교할 때 칼륨함량이 더 높습니다. 만성콩팥병환자의 경우 칼륨의 섭취를 1일 약 1500mg 이하로 권장하므로 하루에 돼지감자 250g 이상을 섭취한다면 이미 1일 칼륨허용량을 초과하게 됩니다. 따라서 만성콩팥병환자의 경우 돼지감자를 주식이나 반찬으로 자유롭게 섭취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돼지감자와 과민성대장증후군)
돼지감자는 설사형 과민성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환자에서는 복통이 심해지고 설사가 유발되는 등 증상 악화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돼지감자의 이눌린이 포드맵(FODMAP: Fermentable Oilgosaccharides Disaccharides Monosaccharides And Polyols)의 주요 성분이기 때문입니다. 포드맵은 소장과 대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미생물에 의해서 발효되어 가스를 만들어 복부팽만감과 불편감을 일으키고 설사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는 설사형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서 포드맵이 많은 식사는 증상의 악화를 가져오고, 포드맵을 낮춘 식사 즉 low FODMAP diet를 섭취하였을 때에는 증상의 완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장내 가스로 인해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돼지감자의 섭취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단, 변비가 있는 경우에는 섭취를 통해 증상의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식품은 저마다 고유한 영양 성분과 효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으로 나눌 수는 없습니다. 또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질병과 건강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건강을 챙기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식품을 무분별하게 따라 먹는 것이 아니고 전문가와 상의해서 자신의 건강상태에 맞게 적절한 식품을 선택하여 현명하게 섭취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