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옛집에는
김제의 9월은 단물이 드는 계절입니다. 모악산에서 시작하여 서해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들판, 하늘과 땅이 맞닿는 지평선의 아득한 들판에는, 밝은 황금빛 벼이삭에서 단내가 납니다.
여름 내내 뜨거운 햇볕과 한 몸이 된 벼는 여물어 가면서 단물이 듭니다. 뜨거운 햇볕에 저항하거나 견딘 것이 아니라 뜨거운 햇볕과 하나가 되어 단물이 들고 있는 것입니다. 땀의 소중함을 아는 농민의 마음이 익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삽과 괭이를 들고 김제의 넓디 넓은 들판을 피땀으로 일군 할아버지와 할머니, 벼이삭 사이에서 땀을 흘리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와 자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지평선축제가 열리는 벽골제에서 명선명시(茗禪茗詩) 시화전을 열었습니다.
벼의 싹은 시의 싹입니다. 농사를 짓는 농민의 마음이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입니다. 시인의 마음에서 자란 시의 싹은 지평선들판의 벼처럼 차지고 단맛나게 익어 영그는 것입니다.
명선명시(茗禪茗詩) 시화전의 시톨들을 거두어 모아 사화집 "그녀의 옛집"을 엮었습니다. 문학을 통해서 아름다운 김제를 널리 알리고 모든 이들이 공감하는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새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끼고 알곡을 거두는 마음으로 쓰다듬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명선명시(茗禪茗詩)시화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김제시와 김제시의회 그리고 한국예총김제지부와 김제문인협회의 모든 회원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06. 9.
한국문인협회 김제지부 회장 임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