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다녀온 2박 3일의 남해 여행중 보리암과 쌍계사 답사기입니다.
같이 수업을 듣는 유정언니와 과 동생과 함께 무턱대고 2박 3일로 남해와 전라남도 하동, 화개, 구례를 돌아보는 여정을 잡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구름이 낀다고 한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남쪽으로 점점 내려갈수록 정말 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네시가 좀 넘어서 남해에 도착한 후, 첫날 일정이었던 보리암과 상주 해수욕장을 뒤로 미룬 채, 숙소로 정한 물건리 미조읍에 위치한 독일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6-70년대 독일에 광부나 간호사등으로 독일에 이민가셨던 분들에게 남해시에서 땅을 분양해서 조성됐다고 하는 이 독일마을은 정말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이 독일마을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물건방조어부림이 한눈에 내려다 보여서 그 정취는 더했다. 물건방조어부림은 약 300년 전, 이 마을 사람들이 방풍과 방조를 목적으로 나무를 심어 형성된 숲으로서 이 숲 자체가 마을 사람들에게는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다고 한다. 또한 숲 속에 있는 노목은 서낭당 나무로 자리잡고 있으며, 여전히 이곳에서는 음력 10월 15일만 되면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셔울 도심 한가운데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자란 나에게는 이러한 마을의 동제가 역사책 속에서만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고 느껴졌는데, 서울 도심에서 벗어나자 우리 조상들이 행해오던 민간 신앙은 아직도 우리 삶에 뿌리깊게 박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남해 금산에 위치하고 있는 보리암과 상주 해수욕장을 다녀왔다. 보리암은 강원도 낙산사 홍렴암과 강화도 보문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도량으로, 남해를 모두 내려다 볼 수 있는 금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일정이 빡빡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리암을 들렀던 것은 워낙 유명한 사찰이라는 것보다는 보리암에 얽힌 내용 때문이었다. 보리암이 자리잡고 있는 금산의 원래 이름은 보광산이었다고 한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보광사라는 절을 창건해서 보광산이라고 지어진 이 산은, 이성계가 조선 건국을 위해 백일기도를 하면서 조선을 개국한 후에는 온통 이 산을 비단으로 덮어주겠다고 약속 한 곳이라고 한다. 조선을 개국한 후 이성계는 자신의 기도를 받아준 이 보광산에도 약속대로 비단을 덮어주려 했으나, 한 신하가 산 이름에 비단 금(錦)을 붙여 대대손손 ‘비단 산’ 이 되도록 하자는 말을 받아들여 산 이름이 금산이 되었다고 한다. 여행을 가기 전, 일정을 짜면서 이 이야기를 접한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유교가 건국이념이었던 조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산신 신앙은 건국자인 이성계에게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리암 정상에서부터 약 1시간 정도 걸려서, 금산 입구로 내려온 후 상주 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상주 해수욕장의 입구에 들어선 순간, 그 아름다움에 반하면서도 한편에 걸려있는 상주 해수욕장의 송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플랜카드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 지방 주민들의 삶이 달려 있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좋은 것을 계속 보전되길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또한 상주 해수욕장의 송림에도 고목이 보존되어 있었는데, 그 역시 마을에서 서낭당 나무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상주 해수욕장을 들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남해를 뒤로 하고 하동을 들러 구례로 향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화엄사를 가려고 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어 화엄사는 들리지 못하고 그냥 하루를 마칠 수 밖에 없었다.
여행의 마지막날인 세 번째날에는 화개장터로 유명한 화개로 가서 쌍계사를 들렀다. 우리 역사에서 도교사상이나 산신신앙은 절대로 뗄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은 구례에 있는 쌍계사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작년에 ‘한국문화사’에서 교수님께 들었던 대로, 일주문을 지나 있는 천왕문에는 사천왕상이 있었다. 알지 못하고 절에 갔을 때는 그냥 쉽게 지나쳤던 이 사천왕상이 우리나라 불교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고 난 후에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천왕문에 있는 사천왕상에서부터 합장하고 들어가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삼신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불교는 비록 인도와 중국을 거쳐 전래 된 불교라고 해도, 수천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과 하나되어 이미 한국의 불교로 다시 태어난 불교라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는 부모님께서 절에 데리고 가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해 주시는 것이 참 싫었다. 보통 산사라고 불렸던 그 절들이 어린 나에게는 그냥 향 냄새만 풍기는 단순한 건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씩 자라고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절은 단순한 불교 신앙 이상의 의미를 우리에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찰은 지금까지 수천년 동안 우리가 쌓아 온 수많은 지식과 우리 조상들의 모든 마음이 담겨 있는 곳이며, 한국인에게는 단지 하나의 종교적인 역할 이상의 곳이라는 것을 이번 답사를 통해 다시한번 알 수 있었다. 2박 3일동안 빡빡하고 힘든 일정이었지만, 일상을 벗어나서 스스로 여행 계획을 짜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뿌듯한 여행이었다.
버스 안에서 바라본 남해대교
남해의 유채꽃밭과 튤립꽃밭
남해 독일마을에서 내려본 미조풍경
물건방조어부림
물건방조어부림의 서낭당
금산 보리암
금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남해
금산
금산
상주 해수욕장의 송림
상주 해수욕장
화개 쌍계사 가는 길목 - 벚꽃십리
쌍계사
쌍계사
쌍계사 입구
첫댓글 좋은 답사를 했는데 소감이 너무 짧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