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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꿈·비루한 현실을 ‘위하여!’ | ||
2007-05-31 | 한겨레 | ||
〈황색눈물〉은 한국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누도 잇신 감독 작품인데다 일본의 인기 그룹 ‘아라시’ 멤버들이 모두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뼈대는 전형적인 청춘물이다. 세상이 뭐라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나선 청춘들은 수순대로 부닥치고 깨진다. 그런데 〈황색눈물〉은 ‘그 나물에 그 밥’에 독특한 여유의 향기를 담았다. 젊은 날을 향한 회고는 현재에 대한 비관을 밑자락에 깔고 가기 일쑤다. ‘순수의 시절’이 빛날수록 생존에 찌든 현재의 그늘은 짙게 그려진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는 다른 노선을 탄다. 삶의 순간들에 어떻게 순위를 매기겠느냐는 듯 헐렁한 긍정으로 그때도 지금도 껴안는다. 조지 거슈윈 등의 재즈곡들이 이 낙관적 여유에 흥을 보탠다. 무엇이든 위에서 깔보지도 아래서 우러러보지도 않는 게 이누도 잇신 영화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장애인 여성 조제와 대학생 쓰네오의 연애기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이별은 사랑만큼이나 삶의 불가피한 부분이다. 조제를 사랑한 쓰네오를 찬사하지도, 조제가 힘겨워 떠나려는 그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저 개인이 지탱해야 하는 삶의 무게와 의미를 인정한다. 이런 관조는 여유롭지만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쓸쓸함이 배 있다. 소소한 우스개가 빼곡한 〈황색눈물〉에도 이런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예술의 주요 4종목을 상투적으로 뽑아놓으면 이들의 꿈이 되겠다. 에이스케는 만화가, 쇼이치는 가수, 게이는 화가, 류조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 이 몽상가들을 동경하며 돕는 청년 유지만 예술과는 무관하게 쌀 포대를 나른다. 1963년 도쿄는 올림픽과 고속철 개통에 달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4명은 에이스케 세평 방에 꾸역꾸역 모여 남들 보기엔 빈둥거리기에 맞먹는, 불꽃 창작 활동을 벌인다. 창작 이외의 노동은 자유를 갉아먹는 적, 그나마 에이스케만 만화 그리기 아르바이트로 푼돈을 벌고 나머지는 얹혀산다. 밥을 해먹던 양푼 바닥을 하도 긁어 구멍이 뚫릴 정도로 그들은 배가 고프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땀만 나지 작품이 나오질 않는다. 류조는 소설 제목까지 지어놨는데 그 뒤부터는 만년필 잉크만 채웠다 뺐다 한다. 쇼이치는 하루 종일 기타를 치지만 한 곡도 못 쓴다. 처지가 궁색하다 보니 연애도 잘 안 풀린다. 성장을 향해 질주하는 일본 사회의 단면이 옛 사진을 빠르게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영화에 속속 박혀 있다. 그 사이를 땀에 전 속옷 바람의 그들이 느리게 헤맨다. 커피숍, 목욕탕을 전전하는 그들의 일상은 지리멸렬하지만 세상의 속도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휴식을 준다. 철이 드는 과정은 자신이 실은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인 걸 깨닫는 씁쓸한 여정인 듯하다. “나는 만화의 세계를 믿고 내 세계를 소중히 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에이스케를 빼놓고 나머지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다. 누군가는 영업사원이, 누구는 클럽 매니저가 됐지만 젊은 날이 허송세월인 것만은 아니다. “이마의 첫 주름과 함께 얻은 것이 있다면 인생에 대한 신뢰와 동의, 친구…. 인생은 인간을 속이지 않는다.” 친구들이 에이스케에게 준 편지 속 구절이다. 14일 개봉. |
첫댓글 영화를 소개하는 홍솔님의 글속에 몇개의 문장들이 마음속에 박힙니다. 감사합니다.^^
'한 눈 뜨고 꿈꾸는 사람' 젤 좋아했던 글귀였는데 요즘은 두 눈 뜨고 꾸벅꾸벅 조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애요.
자유는 좋아하는 일을 맘껏한다는 말이 와 닿습니다.^-^
루돌프님의 자유는 무엇이예요?
보고싶네요 잔잔하게 감동 주는 영화 ~~~~~~~^^*
주인공들이 온통 남자들이고 여자는 주변인이라 좀 그랬지만 추억에 젖게 하더군요. 재즈 음악도 편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