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도 땅고 3주년 파티 뒷풀이에서 얻은 조언 정리: 땅게로는 어떻게 밀롱가에 임하고 즐길 것인가
Guillermo 와 Roxana 강습에서 배운 내용을 글로 정리하기가 무척 어렵네요. 수업은 대단히 유익하고 즐거운데, 제 표현력이 모자라 안타깝습니다. 대신 지난 10월 19일(토) 또도 땅고 3주년 파티 후 가진 양꼬치/맥주 뒷풀이에서 탱고 선배님들께서 (모두 땅게라) 땅게로는 어떻게 밀롱가에 임하고 즐길 것인가에 대하여 말씀해주신 소중한 내용 몇가지를 여기 정리합니다. 편의상 저에 대한 관찰과 조언을 중심으로 적습니다.
먼저 긍정적인 피드백입니다.
- 열린 현관문 앞 춥고 외로운 구석 DJ석에 장시간 앉아 있다보면 밀롱게로의 행동과 춤이 하나하나 다 보인다. 내가 지켜본 다니엘은 뭐니뭐니해도 흥이 많다는 게 제일 큰 장점 같다. 박자, 리듬, 자세가 빠져도, 본인이 잘 모르는지 아니면 의식하지 못하는지, 하여튼 계속 파트너와 춤과 음악을 즐긴다.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저렇게 즐겁게 춤을 춘다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 평상시 탱고노래를 듣고 많은 곡에 익숙해지려 노력한다. 노래를 알아야 제대로 즐기고 파트너를 잘 리드할 수 있다. 좋아하는 탱고 노래가 여러개 있고, 그 노래 가사를 숙지하고 있어서, 노래의 감(흥겨운 노래인지, 슬픈 노래인지...)을 살릴 수 있다(적어도 살릴려고 애는 쓸 수 있을 정도인 것 같다).
-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긍정적인 피드백은딱 여기까지였습니다.
다음은 제가 들은 발전적 비판입니다.
- 딴따를 즐기는 방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딴따를 시작하는 옳은 방식은
1) 첫 노래를 충분히 듣고 내가 춤을 추고 싶은 노래인지 (노래, 악단 등등을 다 고려해서) 결정한다
2) 함께 이 아름다운 음악을 즐길 땅게라에게 까베세오를 한다
3) 땅게라가 까베세오에 응답한다
4) 그 땅게라에게 가서 춤을 신청한다
5) 함께 플로어에 나간다
6) 딴따를 시작한다.
그런데 DJ 입장에서보면 다니엘은 새로운 딴따 첫음악 첫소절이 나오자마자 플로어에 어느새 나와 서있는 것 같다. 마치 매달 통장에 월급이 입급되자마자 카드회사에서 빼가는 것 같은 속도다. 그러지마라. 없어 보인다. 정말 즐기고 싶은 음악을 골라서 딴따를 즐기는 습관을 키워라.
(제 답변/변명: 저도 그러려고 노력해보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여유를 가지고 첫 음악을 듣고 있다보면 어느새 땅게라 분들이 다 까베세오를 받고 두두두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라지시더라. 결국 나는 혼자 앉아 음악감상만 하게 된다. 그렇게 여유있게 딴따를 시작하는 방법은 까베세오 성공확률이 높은 고수 땅게로 분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이지, 나같은 서민 땅게로에게는 무리다.)
두번째 지적은:
다니엘은 밀롱가와 쁘락을 동일시하는 것 같다. 내 기억으로는 매 딴따 음악을 틀었을 때마다 다니엘이 플로어에 나오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마치 동네헬스클럽 1달치 회비를 미리 냈으니까, 하루도 안빠지고 운동해서 본전을 뽑겠다는 자세같다. 전딴 (딴따를 하나도 빠지지 않고 다 나가서 춘다는 용어)'을 지향하는 듯하다. 이 역시 좀 없어 보인다.
(제 답변/변명: 제 실력의 땅게로 입장에서는 까베세오를 받아주시는 땅게라님들이 세상에서 제일 고마운 분들이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멋진 분들과 즐겁게 딴따를 출 수 있는데, 왜 그 기회를 마다하겠는가. 이 기회를 넘기면 언제 또 기회가 올 지 누가 아는가. 즐거운 시간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나.)
세번째 지적은:
피구라를 지나치게 많이 구사한다. 수업시간에 배운 피구라는 물론이고, 어디 동영상에서 본 피구라까지 모두 시도하는 듯 하다. 그러면 땅게로가 너무 정신없고 바빠보인다. 피구라 구사는 노래에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탱고는 기본적으로 걷고 안는 춤이다. 곡에 맞추어 잘 걷는 연습부터 다시 차근차근 하면 휠씬 춤이 좋아질 것이다.
(제 답변/변명: 백퍼 인정한다. 그런데 나도 피구라 많이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다. 피자 치즈같이 주욱주욱 늘리며 걸을 수 있으면 걷고 안기 위주로 춤을 출 것이다. 그런데 중심을 탄탄히 유지하며 걷지 못하니까 자꾸 피구라 구사에 의지하게 된다. 요리고수는 식재료의 신선함과 고유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나는 고수가 아니라서, 이 음식이 좀 먹음직해질 때까지 갖은 양녕을 다 시도해보고 버무려보는 스타일이다. 나도 이런 내가 안타깝다)
네번째, 마지막 지적은
까베세오를 제대로 못한다. 반대쪽 벽에 앉아 계신 땅게라분들께도 미리, 충분히 눈짓을 보내드리면 다 보고 받아 주실 것이다. 그런데 다니엘은 자기 자리 근처의 땅게라 분들과만 계속 추시는 것 같다.
(제 답변/변명: 백퍼 인정한다. 그런데 난 4년 전부터 눈이 침침해져서 어두운 데서 뭘 잘 보질 못한다. 내 까베세오에 끄덕 하셨는지, 거절하셨는지, 멀리서 파악하기가 어렵다. 나도 이런 내가 안타깝다)
(다시 조언하심: 좀 더 진중하게 춤을 신청하는 분을 계속 쳐다보고 있어라. 그분이 까베세오를 받으려고 했는데 다니엘이 미리 포기하고 먼데 쳐다보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
(제 답변/변명: 그런 줄 몰랐다. 내 팔자에 그렇게 복많을 리가 없다고 기대하지 않아서 일찍 포기했었나보다. 좀 더 노력하겠다. 그런데 어느 땅게라 분들은 내 쪽을 아예 보지 않고 있던데, 그런 경우는 어떻게 까베세오를 하는가?)
(다시 조언하심: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그분들은 다니엘이 자기 쪽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춤추기 싫으니까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 계신 것이다. 현실을 받아 들이는 것도 탱고 발전의 큰 부분이다.)
(제 답변/변명: 잘 알겠다. 마음수양에 정진하겠다. 그럼 왜 그리들 고개를 숙이고 전화기를 보시는 것인가?)
(다시 조언하심: 만에 하나라도 다니엘과 0.1초라도 눈이 마주치면 곤란하니까 확실하게 원인제거를 한 것으로 보면 정확할 것이다. 마음수양에 많은 진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오늘 장시간 솔직한 이야기를 해서 나도 좋았다.)
첫댓글 Awww....같은 초보 입장에서 공감합니다.(저 또한 궁여지책으로 안경을 썼습니다. 렌즈, 안경 너무 싫어 함에도 불구하고.) 제 생각엔 이런게 다~~어떤 단계까지 다다르기 위한,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네요. 까베가 어려운 건 라들도 마찬가지. 우리 초보자들 다들 꿋꿋이 살아 남자구요. 아자!
변명이 너무 많...
금방 에이스가 되실거에요~ 욕심이 많으시네요! 2번의 장점이 남자들은 땀이 많아 되게 어려운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