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입도요문론 강설(頓悟入道要門論 講說)
22. 언어도단심행처멸(言語道斷心行處滅)
【本文】
"경에 이르기를 '언어의 길이 끊어지고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진다'고 하니
그 뜻이 어떠합니까?"
"말로써 뜻을 나타냄에 뜻을 얻으면 말이 끊어지니 뜻이 곧 공함이요,
공함이 곧 도인지라, 도는 곧 말이 끊어진 까닭에 언어의 길이 끊어졌다고
하느니라.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진다고 하는 것은 중도실제의 뜻을 얻어서
다시 관(觀)을 일으키지 아니함을 말함이니,
관(觀)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곧 나는 것이 없음[無生]이니라.
나는 것이 없는 까닭에 곧 모든 색의 성품이 공한 것이니
색의 성품이 공한 까닭에 곧 만 가지 인연이 함께 끊어짐이요,
만 가지 인연이 함께 끊어짐이 곧 마음가는 곳이 없어진 것이니라."
問 經云 言語道斷心行處滅이라하니 其義如何오. 경운 언어도단심행처멸 기의여하 答 以言顯義에 得義言絶하여 義卽是空이요 空卽是道라 이언현의 득의언절 의즉시공 공즉시도
道卽是絶言故로 云言語道斷이니라. 도즉시절언고 운언어도단
心行處滅은 爲得義實際更不起觀이니 심행처멸 위득의실제갱불기관
不起觀故로 卽是無生이라. 불기관고 즉시무생
以無生故로 卽一切色性空이니
이무생고 즉일체색성공
色性空故로 卽萬緣이 俱絶이요 색성공고 즉만연 구절
萬緣俱絶者는 卽是心行處滅이니라. 만연구절자 즉시심행처멸
【講說】 깨달음에는 모든 설명하는 말 길이 전부 끊어져 버리고, 사량하는 분별심[心行]이 전부 없어져 버립니다. 왜냐하면 불교의 근본 진리인 두 가지 성품이 공한 중도의 자성이라는 것은 언어로써 표현할래야 표현할 수 없고 보통 분별로써 생각할래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진리 자체는 언어의 길이 다 끊어지고 마음 가는 곳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 뜻이 어떠한가 하는 물음입니다.
부처님께서 《법화경(法華經)》에서 이르시기를 '일체 만법의 적멸한 모양은 말로써 표현할 수 없으니 방편의 힘으로써 다섯 비구를 위해 설하느니라[諸法寂滅相不可以言宣 以方便力故 爲五此丘說]'라고 하신 말씀이 불교에서 '언어의 길'이 발단된 근본 시초입니다.
그러므로 일체 언어란 방편인 줄 알아야지 이것이 실다운 것인 줄 알면 달은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만 보게 되고 맙니다. 본래 진여자성 그 자체는 언설이 다 끊어진 것이지만 방편의 힘으로써 모든 것을 설명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대법을 깨치고 그것을 실행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空)이란 최상승인 불공(不空)의 공(空)인 중도의 공이지 소승의 견해인 편공(偏空)이나 외도의 견해인 단공(斷空)의 공(空)이 아닙니다. 중도의 공이란 자성 진여의 진공(眞空)입니다. 진공이란 일체 언설이 다 끊어져서 언설로써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데, 방편으로서 언설을 가지고 공을 설명하고 공을 깨치게 한 것입니다. 공을 깨치고 나면 언설이 모두 끊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으니 이것이 도(道)이며 진여이며 돈오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성을 돈오할 것 같으면 모든 언설이 다 끊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심행(心行) 곧 마음 가는 것이란 모든 사량이든지 사량이 아니든지 분별이든지 무분별이든지 전체가 심행(心行)입니다. 분별하는 것만을 심행(心行)이라 한다면 곤란합니다. 여기서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진다'는 것은 제 6식의 분별심행도 다 끊어지고 제8 아뢰야식의 무분별심행도 다 끊어진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진여본성을 깨치는 것이지 제8 아뢰야식의 무분별심행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 같으면 진여본성은 영원히 깨치지 못하게 되고 도(道)는 성취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실제(實際)란 중도실제(中道實際)ㆍ진여실제(眞如實際)ㆍ보리ㆍ열반ㆍ깨침ㆍ부처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실제인 진여자성을 확철히 깨칠 것 같으면 다시 관(觀)을 일으키지 아니하니 이것이 '남이 없음[無生]'이며 만 가지 인연이 함께 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언어의 길이 끊어진 곳이 바로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진 곳이며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진 곳이 바로 언어의 길이 끊어진 곳이지, 두 가지로 표현했다고 해서 따로따로 있는 줄 알면 안 됩니다. 마음 가는 곳이 없음을 확철히 깨치면 언어의 길이 끊어지고 언어의 길이 끊어지면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진여본성이란 언어의 길이 끊어진 동시에 마음 가는 곳이 없고 마음 가는 곳이 없는 동시에 언어의 길이 끊어진 것이니, 이것은 진여본성 중도자성 그대로 표현한 것입니다.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