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등록 부적합 결정, 행정심판으로 다툰 손 장애 실제 사례, 부산행정사사무소
“30년 넘게 이 손으로 살았는데, 장애가 아니라고요?”
장애인등록 부적합 결정서를 들고 저희 사무소를 찾아오신 A씨(40대 후반)의 첫마디였습니다.
장애인등록을 신청했다가 ‘장애정도 미해당’ 통보를 받으면 대부분 같은 마음이십니다. 진단서도 냈고 검사도 다 받았는데, 무엇이 부족하다는 건지 결정서만으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손목·손가락 장애로 장애인등록 부적합 결정을 받은 실제 의뢰 사례를 통해, 행정심판을 준비하며 무엇을 확인했고 어떤 근거로 반박했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의뢰인 동의를 받아 이름·주소·병원 등 신상정보는 모두 지웠습니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는 것 ① 장애정도 미해당이 나오는 흔한 이유 ② 결정서 ‘최저 기준’과 측정치를 대조하는 방법 ③ 근전도·MRI를 반박 근거로 쓰는 방법 ④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기한과 선택 기준 |
1. 10대에 다친 손, 32년 뒤 받은 ‘장애정도 미해당’
A씨는 10대 시절 공장에서 일하다 왼쪽 손목과 손이 기계에 눌리는 압궤손상(눌려 으깨지는 손상)을 입었습니다. 수술 후 7개월 가까이 요양했고, 그중 입원만 100일이 넘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승인하고, 치료가 끝난 뒤 장해등급 제9급을 결정했습니다. 그 뒤 30년이 넘도록 손목과 손가락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올해 여름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장애정도 심사용 진단서를 받고, 같은 날 근전도·MRI 검사까지 마쳐 지체장애(상지)로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돌아온 결과는 ‘장애유형 해당없음, 장애정도 해당없음’이었습니다.
결정서에 적힌 이유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마비 정도와 운동범위 감소 정도가 상지기능장애 및 상지관절장애 최저 기준에 해당될 정도의 장애상태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2. “산재 9급인데 왜 안 되나요?” 먼저 바로잡은 오해
“산재 9급까지 받았는데 왜 장애인등록은 안 되나요?”
상담에서 가장 먼저 설명드린 것은 산재 장해등급과 장애인등록은 별개라는 점입니다. 산재보험은 노동능력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이고, 장애인등록은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정도판정기준에 맞는지를 따로 심사합니다.
그래서 “산재 9급이니 당연히 등록돼야 한다”는 주장만으로는 행정심판에서 힘이 약합니다.
다만 버릴 자료는 아닙니다. 30년 전 공적 기관이 같은 부위의 영구 장해를 인정했다는 기록은, 지금의 장애가 일시적이 아니라 오래 굳어진 상태(고착)라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1994년 진료기록은 보존기한(10년)이 지나 남아 있지 않았기에, 근로복지공단의 보험급여원부와 지급확인원이 그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3. 결정서의 ‘최저 기준’과 측정치를 나란히 놓다
행정심판의 출발점은 결정서를 다시 읽는 것입니다. 이 사건 결정서는 최저 기준을 직접 적어 두었습니다.
• 한 팔의 3대 관절 중 한 관절의 운동범위가 50% 이상 감소
• 한 손 엄지손가락의 관절총운동범위가 50% 이상 감소
• 엄지손가락 근력 3등급, 또는 엄지·둘째손가락을 포함한 3개 손가락 근력 3등급
이제 전문의가 측정한 수치를 이 기준에 그대로 대입했습니다.
| 항목 | 정상범위 | 측정치 | 감소율 | 결정서 최저 기준 |
| 손목관절(굴곡·신전·편위 합계) | 180° | 65° | 63.9% | 50% |
| 엄지 관절총운동범위(MP+IP) | 140° | 35° | 75.0% | 50% |
| 왼손 손가락 굴곡·신전 근력 | 5등급 | 3등급 | - | 3등급 |
감소율 = (정상범위 − 측정치) ÷ 정상범위 × 100 / 정상범위는 장애정도판정기준 부록 소견서 서식 수치
숫자만 보면 세 항목 모두 결정서가 말한 최저 기준을 넘습니다. 그런데도 결정서에는 이 측정치를 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설명이 한 줄도 없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할 때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 없이 객관적 수치를 배척한 점을 청구 이유의 첫 번째 쟁점으로 잡았습니다.
4. 숫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심사기관이 의심하는 지점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수치가 기준을 넘는데도 미해당이 나왔다면, 심사기관은 측정값 자체를 믿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측정 방식입니다. 판정기준은 관절운동범위를 원칙적으로 수동적 운동범위(검사자가 관절을 움직여 잰 값)로 측정하도록 합니다. 본인이 힘을 줘 움직인 능동 값이면 “덜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검사 간 일치입니다. 판정기준은 진찰·측정 결과가 영상검사나 근전도 소견과 서로 맞는지 확인하도록 합니다. 측정치만 나쁘고 객관적 검사가 받쳐 주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청구서의 무게중심을 ‘수치’에서 ‘검사끼리의 일치’로 옮겼습니다.
5. 근전도·MRI·근력검사, 세 자료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다
① 근전도·신경전도검사
왼쪽 요골신경(손목·손가락을 펴는 신경)의 운동 반응이 반대쪽 정상 손보다 약 65~73% 낮게 측정됐습니다. 엄지·둘째손가락 집기 근육으로 가는 척골신경 가지도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정중신경과 감각신경은 정상이었습니다.
이 검사는 환자가 힘을 주든 빼든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객관적 수치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손상된 신경이 맡은 근육만 골라서 약해졌다는 것은 ‘측정 때 힘을 덜 줬다’는 의심을 반박하는 근거가 됩니다. 검사 결론도 ‘좌측 원위부 요골·척골신경 손상을 강하게 시사’였습니다.
② 도수근력검사(손으로 저항을 주며 근력을 0~5등급으로 평가)
힘이 떨어진 근육이 위 두 신경이 담당하는 근육과 정확히 겹쳤습니다.
③ MRI
손목뼈(월상골·유구골)에 외상 후 관절염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손목 움직임이 줄어든 구조적 원인입니다.
측정 방식 문제에도 대비했습니다. 판정기준은 근육 마비가 있으면 지체기능장애로 판정하고, 준용할 항목이 없으면 능동적 운동범위로 관절장애를 판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근전도로 신경 손상이 확인된 이상, 어느 경로로 보더라도 ‘미해당’은 맞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 판정기준 문구는 현행 고시(보건복지부 고시 제2025-228호, 2026. 7. 1. 시행)로 다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의학적 해석은 담당 전문의 소견을 기준으로 합니다.
6. 보완 요구도, 직접 진단도 없었다
「장애정도심사규정」 제9조는 국민연금공단이 추가 자료가 필요하면 보완을 요구할 수 있고(제2항), 서류만으로 정확한 심사가 어려우면 공단이 정한 전문의에게 직접 진단하게 할 수 있다고(제3항) 정합니다.
같은 규정 제12조는 서류 부족으로 확인이 안 되는 경우를 ‘장애정도 확인불가’로,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장애정도 미해당’으로 나눕니다. A씨는 어떤 보완 요구도 받지 못한 채 ‘미해당’ 결정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 규정들은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어서, 보완 요구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단독 쟁점이 아니라 앞의 의학적 근거를 받치는 보조 주장으로 배치했습니다. 이런 강약 조절이 청구서의 설득력을 좌우합니다.
7. “직접 손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 구술심리와 감정 신청
손의 상태는 서류보다 직접 보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그래서 「행정심판법」 제40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구술심리(위원회에 출석해 말로 설명하는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필요하면 위원회가 정하는 의료기관에서 다시 측정해 달라는 감정(같은 법 제36조 제1항)도 함께 신청했습니다. 재측정을 먼저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측정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 줍니다.
현재 이 사건은 부산광역시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서를 제출하는 단계입니다. 재결이 나오면 결과와 함께 후속 글로 공유드리겠습니다.
8. 이의신청과 행정심판, 기한부터 확인하세요
• 이의신청: 장애정도결정서를 통보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시·군·구청장에게, 1회 한정 (장애정도심사규정 제13조 제1항)
• 이의신청 결과 불복: 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행정심판·행정소송 (같은 조 제5항)
• 행정심판: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 (행정심판법 제27조)
어느 쪽이 나은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새로 보완할 의학자료가 있다면 이의신청이, 기존 자료로 판단 자체의 잘못을 다툴 수 있다면 행정심판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A씨는 이미 기준 수치를 넘는 자료가 있어 행정심판을 택했습니다.
※ 2026. 10. 30. 확인한 법령 기준입니다. 법령 변경 시 내용이 달라질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합니다.
9. 상담 전에 챙겨 오시면 좋은 서류
행정사가 본 이 사건의 핵심 3가지
1. 결정서에 적힌 최저 기준과 측정치를 1:1로 대조한다.
2. 숫자보다 ‘검사끼리의 일치’가 신빙성을 만든다.
3. 산재 장해등급은 결론이 아니라 장애의 고착성을 뒷받침하는 보조 증거다.
마치며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은 ‘장애가 없다’는 뜻이라기보다, 제출한 자료로는 기준 충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정서와 의료자료를 나란히 놓고 보면 다툴 지점이 보이기도 합니다.
기한은 90일로 짧습니다. 결정서를 받으셨다면 받은 날짜부터 확인하시고, 혼자 판단하기 어려우시면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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