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도 풍수지리 믿는다
묘지보다 생활공간 배치에 적용 '대유행'
박찬호가 뛰어난 피칭을 하면서도 운이 따르지 않아 힘겨운 경기를 하는 상황에 대해 ‘풍수지리상 다저스타디움 불펜의 위치가 나빠 투수들이 고전할 것’이라는 1999년 LA타임스지의 보도를 상기시킨 본지 특파원의 기사(17일자)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나타냈다.
‘과학과 합리를 존중하는 미국 사람들이 과연 풍수지리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나’ ‘손꼽히는 권위지 중 하나인 LA타임스지가 왜 미신에 가까운 풍수를 거론했을까’하는 의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풍수가 크게 유행하고 있으며 LA타임스에 풍수에 관한 기사가 실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미국인들은 풍수(風水)를 중국인에게 배웠기 때문에 중국어와 같이 ‘펑쉐이’(Feng Shui)라고 말하면서 상당수 사람들이 우리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집과 빌딩, 사무실, 가구 등의 방향과 위치에 대해 풍수적인 논리를 받아들이고 있다.
풍수관련 서적과 기의 흐름을 좋게 한다는 반지 등불 양초 등 기제품이 많이 팔리는 등 폭넓은 계층에서 풍수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다른 점은 우리가 음택(陰宅: 묘지)과 양택(陽宅: 집)을 모두 중시하는 반면에 묘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집과 빌딩, 사무실 등 생활공간을 주변의 기(氣)와 조화롭게 꾸며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얻고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환경학’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생활풍수 또는 기(氣)인테리어, 풍수인테리어와 비슷한 흐름이다.
LA타임스지나 CNN 등의 기사를 검색하면 돈 많은 사람들이 풍수가 나쁘다며 집을 옮기기도 하고 저택을 새로 지을 때나 옮길 때, 보통 사람들이 집안의 문과 창문의 위치, 가구배치 등을 풍수전문가와 상담하는 게보기 드문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LA타임스는 최근 풍수전문가와 상담한 버뱅크 경찰서장이 자신의 사무실에 대나무 화분과 물이 흐르는 조각을 배치했으며 경찰서에서 기(氣)의 흐름이 나쁜 곳을 사무실 대신 창고로 쓰려고 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CNN은 지난 연말 선물용으로 <즐거운 풍수>라는 책을 추천했고 풍수지리에 맞게 가구배치를 바꿔서 ‘즐겁게’ 살고 있다는 가정주부의 이야기와 함께 풍수에 맞는 가구배치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50평이 넘는 주택의 풍수컨설팅에 대해 100만원이 넘는 상담료를 받는등 많은 풍수전문 컨설턴트들이 성업 중이며 대저택과 빌딩의 풍수상담을 맡으면 매우 큰 돈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홍콩과 일본의 저명 풍수상담가들이 미국의 부자들을 상대로 대저택의 풍수컨설팅 사업을 펼쳐 큰 돈을 벌고 있다.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활동했던 경희대 한의대 이성환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에서 풍수가 대유행하고 있다.
사상과 철학의 주제, 예술가들의 소재로도 크게 각광받지만 일반인들도 집과 가구를 ‘돈을 잘 벌게 해주고,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배치하는 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코스코 등 대형 슈퍼마켓에서 풍수서적이 많이 팔린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아직 주류문화는 아니지만 현대과학의 한계에 실망한 미국인들이 뉴에이지 사상에 접하면서 동양철학 동양의학 등의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게 되었고 경험을 통해 효용성을 실감하면서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간스포츠 2001/08/17